내일시론
호르무즈해협 항해 자유의 조건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개방을 조건으로 2주간 휴전 중이다. 38일간 페르시아만에 갇혀 있던 한국 선박 26척 등 2000여척도 호르무즈해협 탈출 경쟁에 돌입한 상태다. 글로벌 에너지와 금융시장은 일단 혼란의 정점을 지난 것으로 반응하는 모양새다. 브렌트유는 수년 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고 세계 증시도 급등세로 돌아선 이유다.
미국 달러는 주요 글로벌 통화 대비 1% 하락했다. 시장의 관심사인 연준의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도 60% 이상으로 올라갔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올해 금리인하는 불가능에 가깝다던 예상과 180도 달라진 기류다. 변동성 지수(VIX)도 미 이란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위험선인 20 아래로 떨어졌다.
2주간 휴전협상만으로는 호르무즈 정상화 힘든 구조
하지만 시장의 중요한 판단기준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실제 선박수다. 유가가 낮은 수준을 유지해야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금리인상 필요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이란의 상반된 종전협상 입장을 보면 2주간 휴전협상으로는 호르무즈해협의 해상 운송량을 정상으로 돌려놓기 힘든 구조다. 페르시아만 평화의 조건은 미국의 물가 등 경제지표에 달린 셈이다.
일단 미시간대학의 소비자 신뢰 지수를 보면 미국의 연간 인플레이션 예상치는 2월 3.4%에서 3월 3.8%로 상승했다. 월간 최대 상승폭이다. 이게 미 국채수익률을 끌어올린 주범이다. 3월에만 1년 만기 미 국채수익률은 0.23%p, 2년물은 0.41%p, 5년물은 0.44%p나 상승했을 정도다. 10년 만기 미 국채수익률도 2월 말 3.94%에서 3월 말 4.32%를 찍은 후 소폭 하락 전환했다.
국채수익률 상승은 국채가격 하락을 의미한다. 댈러스 연방은행 자료를 보면 2022년 3월부터 2026년 2월까지 시장가치 기준 미 국채가격은 액면가 이하를 맴돌았다. 미 국채 투자손실률로 따지면 2023년 10월 최고치인 10.1%를 찍은 후 지난 2월 3.7%를 기록 중이다. 3월에도 국채수익률이 0.3%p 더 오른 만큼 손실률도 늘어난 셈이다.
시중 금리의 기준인 국채수익률 상승은 경제성장률에도 악영향 요인이다. 애틀랜타 연방은행의 예측치를 보면 미국의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2.0%다. 한달 전의 전망치 3.1%보다 크게 하락한 수치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1.4%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확 꺾인 성장세를 실감할 수 있다. 고용시장도 변동성이 심하다. 미국의 3월 실업률은 4.3%로 시장전망치 평균인 4.2%를 웃돌지만 한달 전보다 0.1%p 하락한 수치다. 연준의 장기실업률 목표 구간인 3.8~4.5%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 일단 고용지표 변동성에 따른 시장의 혼란을 줄인 모습이다.
금융시장과 은행시스템의 유동성을 보면 이미 긴축모드다. 뉴욕 연방은행 통계에 나타난 3월 중순 이후 역환매 규모는 기본적으로 10억달러 이하다. 올해 들어 100억 달러를 넘는 역환매를 손에 꼽을 정도다. 연준의 자산부채표 데이터로 본 예금기관 준비금은 3조400억달러다. 시장유동성은 이미 긴축 상태에 있다는 의미다.
연준이 보유자산 축소를 통해 시중 유동성을 흡수한 게 2022년 6월부터 지난해 말까지다. 연준 총자산은 2022년 6월 사상 최고치인 8조9000억달러에서 지난 4월 2일 기준 6조6800억달러로 줄어든 상태다. 연준이 예금기관에 요구하는 적정 지급준비금은 3조600억달러다. 올해 들어 800억달러 늘어난 규모다. 같은 기간 늘어난 1000억달러의 연준 총자산 중 80%가 지급준비금 증가분이었을 정도다.
역환매조건부채권(RRP) 거래 규모는 3억3000만달러다. 올해 들어 거래된 RRP 규모만 보면 대부분 수억달러 수준이다. 100억달러 이상은 손에 꼽힐 정도다. 미국 금융 시장의 과잉 유동성은 사라졌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페르시아만 충돌 이후 금리와 시장유동성 상황을 종합해 보면 연준의 통화정책 공간은 협소한 편이다. 캔자스시티 연방은행의 통화정책 불확실성 지수도 1월 말 0.7에서 3월 말 1.4로 상승한 상태다.
유가와 금리 등 미국경제 상황이 좌우하는 종전 협상
연준이 통화정책 방향은 분명하다. 중장기적으로 물가상승 우려가 커야 금리를 올릴 수 있다. 반대로 인플레이션이 명확히 하락하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기도 힘들다. 최근 백악관이 금리인하 압박을 중단한 것은 연준의 금리동결에 대한 합리성을 인정한 결과다. 미국경제는 중동 전쟁발 단기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인한 성장률 둔화와 고용지표 악화 압박을 받고 있다. 유가가 금리정책을 결정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미국이 이란과의 종전협상을 강하게 원하는 이유다.
현문학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