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편의시설 30%가 ‘기준 미달’

2026-04-10 13:00:04 게재

설치보다 관리·운영이 중요

지장협 ‘편의증진의날’ 관심

장애인 편의시설 정책이 ‘설치 중심’에서 ‘운영·관리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지체장애인협회(지장협)는 10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제3회 편의증진의 날 기념식을 개최하고 관련 인식 확산에 나섰다(사진 참조).

편의증진의 날은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제정을 기념해 지정된 날이다.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시민들이 차별 없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점검하고 사회적 책임을 환기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단순한 기념일을 넘어 접근성과 이동권 수준을 가늠하는 ‘사회적 기준점’으로 위상을 높여 가야 한다는 게 현장의 공통된 지적이다.

그간 우리 사회는 경사로, 점자블록, 장애인 화장실, 저상버스 등 물리적 인프라 확충에 일정한 성과를 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 단계다. 실제 현장에서는 설치된 시설이 훼손되거나 방치되고, 운영 인력의 대응 부족으로 이용이 제한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최근 조사에서도 점검 대상 시설의 약 30%가 기준 미달 또는 이용 곤란 상태로 나타났다.

이는 편의시설 정책이 여전히 ‘설치 여부’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 시설이 존재하더라도 작동하지 않으면 이동권은 보장되지 않는다. 이동이 제한되면 교육·고용·문화활동 참여 역시 제약을 받는다. 결국 편의시설 문제는 단순한 시설 관리가 아니라 사회참여 전반과 직결된 문제라는 지적이다.

황재연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중앙회장은 “편의시설 정책은 설치 중심에서 유지관리와 운영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보완, 확산돼야 한다”며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또 “대중교통 등 일상 영역에서는 장비 점검과 종사자 교육이 함께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개선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다. 기념식에서는 편의증진 유공자에 대한 표창과 함께 정책 성과 보고, 홍보 영상 상영 등이 진행됐다. 약 150여 명이 참석해 제도 개선과 현장 실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편의증진의 날을 ‘참여형 실천의 날’로 확장해야 한다는 제안도 힘을 얻고 있다. 해외에서는 장애인과 시민이 함께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공공시설을 체험하며 접근성 문제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낸다. 집회나 시위가 아닌 일상 속 집단 행동을 통해 변화를 촉구하는 방식이다.

황 회장은 “편의증진의 날이 단순한 기념행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당사자 참여를 기반으로 실제 이용 환경을 점검하고 개선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장협은 향후 장애인 단체들과 연계해 대규모 편의시설 점검 행사를 해당 기념일에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저상버스의 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발판대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서울 전역 버스 승차 캠페인을 벌이고 영화관을 집단 방문해 이동권 및 관람권이 보장되고 있는지 집단적이고 동시다발적으로 점검하는 방식이다.

장애계 관계자는 “편의시설은 구조물이 아니라 장애인 권리의 출발점”이라며 “설치 여부를 넘어 ‘지금 당장 이용이 가능한가’를 묻고 점검해야 하며 그렇게 될 때 편의증진의 날이 장애인 권리 증진의 획기적인 전환점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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