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간편 청구’ 이용 4.6% 그쳐…병·의원 참여율 낮아
확대 시행 6개월 지났지만 대형 EMR업체 참여 거부
당국, 협의 지속 … 병·의원 부담 완화, 인센티브 제공
다른 보험금 청구도 안내, 금융사앱 통한 청구도 추진
병원에 방문하지 않고 스마트폰을 통해 실손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서비스가 시행됐지만 이용 수준(보험계약건수 대비)은 4.6%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를 2024년 10월 병원급 의료기관과 보건소를 대상으로 우선 시행한 후 지난해 10월부터 의원 및 약국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시점에도 청구전산화 요양기관 연계율은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15일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과 보험개발원, 생명보험·손해보험협회 등과 실손보험 청구전산화 점검회의를 열고 참여 확대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실손보험 청구전산화 대상 요양기관은 10만4925곳에 달하지만 이달 1일 기준 ‘실손24 앱 또는 홈페이지’를 통해 실손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요양기관은 2만9849개로 연계 완료율은 28.4%에 그쳤다. 병원급 의료기관 및 보건소 연계율은 56.1%로 절반을 넘겼지만 의원 및 약국 연계율은 26.2%로 차이가 컸다.
실손보험 청구전산화 시행 이후 실손24를 통해 보험금을 청구한 국민은 140만명, 청구건수는 180만건이다. 다만 청구건수를 기준으로 보면 전체 계약건수(3915만건) 대비 약 4.6% 수준에 그친다.
실손보험 청구전산화 시스템은 환자가 병원 방문 없이도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한 것이다. 환자가 실손24 앱 등을 통해 보험금 청구를 신청하면, 시스템이 병원에 진료 관련 증빙서류 전송을 자동으로 요청한다. 병원은 전자의무기록(EMR)을 통해 진료비 영수증 등 필요한 서류를 전송대행기관에 전달하고, 해당 기관은 이를 보험사로 전달하는 구조다. 이후 보험사는 서류를 바탕으로 심사를 거쳐 보험금을 지급한다.
보험가입자에게 간편한 제도이지만, 실손보험 청구전산화가 전면적으로 확대되지 못하고 있는 주된 요인은 미참여 병원(의원급) 대다수가 이용하는 대형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 업체가 수수료 등을 요구하며 참여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EMR 업체는 참여했지만 일부 치료종목은 실손보험 청구 대상 자체가 적어 병원 차원에서 연계 유인이 적거나, EMR의 연계 절차가 복잡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금융위와 유관기관은 대형 EMR업체의 참여를 설득하기 위한 협의를 지속하는 한편, 이미 실손24에 참여한 EMR 업체를 이용하는 병원에 대해서는 연계 유도를 위한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먼저 참여 확대를 위해 병·의원의 기술적 부담을 줄이는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현재 이들 기관은 실손24 시스템과 연계하기 위해 ‘SSL 인증서와 고정 IP’를 직접 갖춰야 한다. 보안과 ‘기관 확인’을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비용과 기술적 부담이 발생하고 있다.
보험개발원은 지난달부터 해당 기술을 직접 지원하고 있으며 2분기 내로 SSL 인증서와 고정 IP 준비 주체가 이들 기관이 아닌 보험개발원이 되도록 실손24 프로그램을 개선하기로 했다. 병원과 약국 등이 해온 보안·기술 준비를 실손24가 대신 맡아서 하기 때문에 참여 문턱이 낮아지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실손24 연계 과정에서 EMR이 아닌 요양기관에 직접 인센티브를 제공해 병·의원이 자발적으로 참여를 신청할 유인을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실손24 연계시 요양기관이 소개글 및 이미지를 게시할 수 있도록 하고, 해당 병·의원의 실손24 청구건수 표시기능도 추가해 소비자가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실손24의 서비스도 확대된다. 실손보험 이외에 다른 보험계약에 대한 일괄·조회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실손24와 신용정보원의 ‘크레딧포유’ 서비스를 연계해 다른 보험 가입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되면 다른 보험의 보험금 청구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실손24 앱을 별도로 이용하지 않더라도 보험사와 은행·카드사 앱을 통해 실손보험 청구가 가능하도록 연계를 확대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소비자가 연계병원을 방문할 경우, 알림톡을 발송해 소비자의 실손24 청구를 적극 유도하고, 현재 플랫폼 지도 서비스(네이버지도 등)에 청구전산화 연계기관으로 표시되지 않는 약국을 표시해 소비자가 병원 예약·방문시 고려하도록 앱을 개선할 예정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