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분할 방식에 따라 ‘조세회피’ 차이…물적분할시 증가

2026-04-16 13:00:05 게재

중복상장 규제 필요성 뒷받침

지배주주 중심 세무 전략 확대

인적분할과 조세회피 경향 차이

정부가 중복상장 규제에 나선 가운데 물적분할 기업의 조세회피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물적분할이 지배구조 왜곡과 조세회피 확대를 동반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중복상장 규제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달 1일 한국공인회계사회가 발간한 ‘회계·세무와 감사연구’에 실린 논문 ‘기업분할과 조세회피’에 따르면 물적분할을 공시한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조세회피 수준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았으며, 분할 전후 비교에서도 물적분할 후 조세회피가 유의하게 증가했다.

조세회피는 세법 위반은 아니지만 세법의 입법취지나 조세정의의 원칙에 반하는 방식으로 세부담을 최소화하는 합법적 전략이다.

물적분할은 분할존속회사가 분할신설회사의 주식을 100% 보유하는 형태로, 분할 이후에도 분할존속회사가 분할신설회사를 완전 지배하는 방식이다.

유효세율을 기준으로 한 이번 분석에서는 물적분할을 공시한 기업일수록 조세회피 성향이 높아지는 경향이 통계적으로 확인됐다. 이는 물적분할 기업일수록 실제 부담하는 세금이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의미다. 회계이익과 과세소득 간 차이를 활용한 분석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확인되면서, 측정 방식과 관계없이 일관된 흐름이 나타났다.

회계이익과 과세소득의 차이는 조세회피의 측정치로 주로 사용된다. 차이가 커지는 것은 회계기준과 세법에 의해 산출된 이익이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는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돼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5908개 표본을 분석했다.

기업 특성별로 보면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조세회피 성향은 낮아지는 반면, 연구개발비 비중이 높은 기업은 조세회피 수준이 높게 나타났다. 또한 사외이사 비율, 외국인 지분율 등 감시 기능과 관련된 요소가 클수록 조세회피는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외부 감시가 강화될수록 기업의 공격적인 세무 전략이 제약받는다는 점을 시사한다.

논문을 작성한 양대천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물적분할 공시는 기업의 조세회피 활동을 유의하게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함을 보여준다”며 “이 결과는 물적분할이 지배주주의 지배력 강화를 제도적으로 보장한다는 구조적 특성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양 교수는 “분할신설회사의 의결권이 분할존속회사에 집중되면 소액주주의 감시와 견제 기능이 약화되고, 지배주주는 내부거래나 이전가격 조정을 통해 세부담을 전략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재량권을 확보하게 된다”며 “적격 물적분할에 대한 과세이연 특례는 이러한 세무조정 재량을 확대시켜 지배주주의 사익추구 기회를 강화하는 제도적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물적분할 공시 여부뿐만 아니라 기업분할 전후에 따른 조세회피 수준에도 변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적분할 이후에는 기업 간 내부거래가 가능해지면서 이익 이전과 과세 시점 조정 등 세무 전략 활용 여지가 확대돼 조세회피 수준이 분할 이전보다 뚜렷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인적분할의 경우는 조세회피 경향이 나타나지 않았다. 인적분할은 분할신설회사의 주식을 기존 주주에게 지분율대로 배분하는 방식으로, 기존 주주가 분할존속회사와 분할신설회사의 주식을 동시에 보유하게 된다.

양 교수는 “물적분할은 분할 이후 조세회피 수준이 유의하게 증가하는 반면, 인적분할은 자본시장 감시와 정보공시 강화로 인해 조세회피 행태의 변화를 제약받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러한 결과는 지배구조 및 제도적 구조의 차이가 기업의 조세전략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그는 “순환출자·피라미드 구조 등으로 소액주주 보호장치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한국의 제도적 맥락에서, 물적분할이 조세회피 유인을 강화하는 경로를 실증적으로 확인했다”며 “이는 물적분할이 단순한 구조조정 수단이 아니라, 지배주주의 통제력 강화와 조세전략 재량성 확대를 동반하는 제도적 현상임을 보여주고, 이를 통해 향후 기업분할 제도의 설계 및 공시·과세 관련 규제 정비에 실질적인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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