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상장 예외 허용…"전체 주주에 공정, 새로운 가치 창출시"

2026-04-16 13:00:04 게재

영업·경영 독립성, 투자자보호 요건 충족해야 … 심사기준 제시

금융위원장 “엄격히 심사” … 주요국 대비 중복상장 비율 높아

금융당국이 전체 주주에 대한 공정성을 확보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경우에 한해 중복상장을 예외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중복상장 심사에서는 모회사로부터 자회사의 주된 영업과 의사결정의 독립성, 투자자보호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해 하나라도 요건을 충족하지 않을 경우 승인해주지 않겠다는 엄격한 기준을 제시했다.

금융위원회는 16일 한국거래소와 중복상장 제도개선을 위한 공개세미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제도개선 추진방안을 밝혔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전체 주주에게 공정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상장인지, 상장의 이익이 소수에게 집중되는 비대칭적인 상장인지를 엄격히 심사하겠다”며 “심사 강화에 더해 제도적으로도 모회사 이사회가 자신의 주주를 보호하기 위해 충실의무를 다하도록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중복상장은 일반주주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된다.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되면서 지배구조가 복잡해지고, 모회사 일반주주의 권익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자회사 상장을 통해 기업가치가 분산되거나 모회사 주가가 희석되는 문제는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나현승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신규 중복상장의 원칙적 금지와 예외적 허용이 필요하다”며 “기존 중복상장의 경우 모자회사 간 거래에 대한 주주통제 강화 등 이해상충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주환원 금액의 73% 일반주주에 차등지급 사례 제시 = 한국거래소는 이날 중복상장 제도개선 추진방안 주요 내용을 발표했다. 심사대상은 경제적 동일체로 인식되는 종속회사 등을 별도 상장하는 경우다. 지배회사의 실질적 지배를 받는 종속회사, 동일 기업집단의 계열회사로서 수직적 지배관계에 있는 회사를 물적분할 또는 인적분할 하거나 설립·인수한 자회사를 상장할 경우 심사대상이 된다.

심사기준은 크게 영업독립성, 경영독립성, 투자자보호 등 3가지다. 영업독립성은 자회사의 주된 영업이 모회사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인지 여부를 의미한다. 보다 세부적으로는 주력제품과 매출처, 산업·공급망 내 역할, 사업모델 유사 여부 등 영업 유사성을 살피고 연구개발과 원재료 조달 및 제조, 매출, 판매관리 등 모회사에 대한 영업 의존도를 따진다.

경영독립성과 관련해서는 독자적인 인사관리 시스템 구축, 모자회사 간 인력교류, 경영관리 독립 여부 등 경영조직과 주요 의사결정 관련 이사회의 실질적 개최 여부 및 모회사 관여 정도, 생산 및 판매계획, 계열사 투자 등 의사결정 관련 독립성 여부를 심사한다.

투자자보호는 모회사 일반주주 보호를 위해 주주 소통과 보호방안을 충실히 이행했는지 심사하고 모회사 일반주주 동의 여부를 확인하는 기준이다. 상장 필요성과 주주 소통 노력, 주주 보호 노력을 세부항목으로 두고 종속회사의 미래 성장성, 기업가치 제고계획 등 공시 여부, 주주 의견 수렴 및 반영 여부를 심사한다.

물적분할한 기업이 공시(4회), 주주간담회(3회), 온라인설문(3회)을 통해 주주보호방안을 안내하고 주주 의견수렴 후 환원정책에 반영한 사례를 설명했다. 주주환원을 위해 현금배당, 현물배당(공모주식의 20%, 일반주주 대상), 자기주식 취득·소각 등 전체 주주환원 금액의 73%를 일반주주에게 차등지급한 사례다.

◆중복상장 비율은 한국 11.2%, 미국 0.05% = 이 위원장은 “영미권 국가를 살펴보면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 100%를 보유하고 모회사만 상장하는 경우가 보편적”이라며 “중복상장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액주주와의 이해상충, 그로 인해 이사들이 짊어지는 법적 책임을 사전 인식하고, 스스로 자제하는 관행이 확립돼 있다”고 밝혔다.

상장사 간 지분 보유를 시가총액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말 기준 한국의 중복상장 비율은 11.2%로 미국(0.05%)과 일본(4.0%), 중국(2.4%), 대만(2.7%)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이 위원장은 “지배주주가 실질적 경영권을 유지하면서도 사업부문과 계열사를 확대하는 수단으로 중복상장을 이용해 왔다는 지적이 있다”며 “특히 지배주주는 상속 등의 문제로 모회사 주가를 낮추려는 유인도 있기 때문에 주가 디스카운트에 대한 부담없이 중복상장을 선택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주주와 지배주주가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있다는 비판을 불식하고, 우리 자본시장에 공정하고 합리적인 문화를 조성해 가기 위해 다 함께 중지를 모을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와 한국거래소는 이날 세미나에서 제시된 내용을 포함한 의견수렴 결과를 반영해 이달 중 거래소 규정안을 마련하고 개정예고를 실시할 계획이다. 상반기 중 개정 절차를 완료해 이르면 7월부터 새로운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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