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평
중국식 충격 흡수, 비용은 어디로
중동전쟁에서 촉발된 에너지시장 불안정이 동아시아 경제에 새 국면을 가져오고 있다. 시장이 반영하는 것은 수급 압박이 아니라 ‘공급 단절 가능성’이다. 특히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긴장은 상징적이다. 세계 원유 수송의 약 20~30%가 이 해역을 통과하며 그 파장은 중동에 머물지 않고 동아시아를 비롯한 세계경제 전반으로 번진다. 중요한 것은 가격 수준이 아니라 그동안 당연시돼온 ‘지정학적 안정에 기반한 공급 구조’가 흔들린다는 점이다. 기업 현장에서도 조달 안정성과 운송 경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는 효율성을 전제로 한 조달 방식에서 리스크를 반영한 조달 방식으로의 전환, 곧 ‘저스트 인 타임(Just in Time)’에서 ‘저스트 인 케이스(Just in Case)’로의 전환이다. 이 변화가 주는 시사점은 중국에 특히 크다. 중국의 전체 에너지 자립도는 약 80~85% 수준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중국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이고 수입 의존도도 70%를 넘는다. 외부 충격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구조다. 다만 중국 경제는 충격을 그대로 받기보다 일정 부분 흡수·조정하는 기제를 작동시킨다. 이번 위기는 그 조정 능력의 실체와 한계를 동시에 드러낸다.
조정 능력의 이면에 쌓이는 비용
에너지 위기는 중국에서 무엇보다 비용 상승으로 나타난다. 원유가 상승은 물류비와 전력비를 거쳐 제조업 전반으로 번지고 철강·화학 등 에너지 집약 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며 가계 물가에도 부담을 준다. 그럼에도 중국은 외부 충격을 상당 부분 흡수할 장치를 갖췄다. 공급선 다변화, 전략적 비축, 시장 개입이 결합돼 단기 공급 불안을 완화한다.
러시아로부터의 파이프라인 원유는 해상 운송 의존도를 낮추고 국제 시세보다 싸게 거래돼 비용 흡수력을 뒷받침한다. 국가 비축과 민간 재고를 합친 석유 비축량은 약 90일분으로 추정된다. 발전에서 석탄 비중이 높은 점도 원유가 상승이 곧바로 전력대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낮춘다.
그러나 이러한 조정에는 비용이 따른다. 정부 개입은 시장 안정에 기여하지만 동시에 가격 신호를 왜곡하고 자원 배분의 비효율을 낳는다. 연료 가격 통제와 기업 지원은 단기 부담을 덜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재정 부담 증가와 민간 효율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지방정부와 국유기업이 역마진을 감수하며 부담을 떠안는 구조는 결코 가볍지 않다. 지방 재정 악화, 공공서비스 저하, 고용 불안으로 번질 위험이 있다. 실제로 국유 에너지기업은 정유 판매 등 하류 부문에서 수익성 악화가 나타난다. 부동산 조정이 지속되는 가운데 에너지 비용까지 오르면 제조업 수익성은 더 나빠지고 내수 둔화와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경기 회복을 가로막는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중국 경제는 ‘충격을 흡수하는 경제’인 동시에 ‘그 비용을 내부에 축적하는 경제’다.
일본의 경험과 비교하면 이 특성은 더 뚜렷해진다. 일본은 1970년대 두 차례 오일쇼크를 계기로 에너지 효율화와 산업 구조 전환을 추진했고 공급망 리스크 관리와 재고 전략을 정교하게 다듬어 왔다. 이 경험은 최근 ‘저스트 인 케이스’형 전략으로 재해석되며 다시 주목받고 있다. 국가 주도로 단기 충격을 흡수하는 중국 방식과는 결이 다르다.
이번 위기는 동아시아 각국의 대응 방식 차이도 보여준다. 중국은 국가 조정 기능을 전제로 공급선 다변화와 정책 개입을 통해 충격을 내부화한다. 반면 한국은 가격 신호와 환율 조정 등 시장 메커니즘을 중심으로 대응하는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 차이는 우열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 조정은 안정성을 높이지만 비용을 수반하고 시장 조정은 효율성을 높이지만 변동성을 감내해야 한다. 이번 위기가 던지는 질문은 자원의 절대적 부족이 아니라 불확실성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다. 중국에 던져진 질문도 같다.
관건은 비용을 얼마나 오래 감당하느냐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동화는 이번 위기를 계기로 더 빨라질 수 있다. 중국에서는 전기차(EV) 판매가 이미 신차 판매의 30~40% 수준에 이른다. 다만 전기차 확대는 석유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전력 수요를 늘리고 그 전력이 여전히 석탄에 크게 기대고 있다는 점에서 전원 구조 전환은 중국이 풀어야 할 과제다.
에너지 위기는 일시적 충격이 아니라 경제의 전제가 바뀌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다. 중국이 어떤 조정 경로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 영향은 동아시아 전체의 안정성으로 이어질 것이다.
한국 기업도 중국의 조정 능력과 한계를 면밀히 주시하며 대응 전략을 재점검해야 한다. 핵심은 중국 경제가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그 비용을 얼마나 오래 감당할 수 있느냐다.
일본국립후쿠시마대 교수
상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