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민주주의는 일상 속 문화에서 완성된다

2026-05-29 13:00:03 게재

지방선거가 다가오면 지역공약은 도로와 개발사업, 산업유치 같은 경제논리로 채워지곤 한다. 문화 분야 공약 역시 대형축제나 관광객 유치, 랜드마크 건설 같은 보여주기식 사업에 머무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시민들이 실제로 살아가는 삶의 현장에서 필요한 것은 거대한 이벤트보다 일상 가까이에 있는 문화다. 걸어서 갈 수 있는 도서관과 생활문화공간, 지역 주민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원과 체육시설, 고립된 이웃을 연결하는 공동체 프로그램 같은 것들이다. 초고령사회와 지역소멸, 기후위기, 인공지능 확산 같은 거대한 변화 속에서 문화정책 역시 단순한 ‘여가 정책’을 넘어 삶의 기반 정책으로 전환돼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문화연대는 최근 ‘2026 전국동시지방선거 문화정책 제안서’를 발표했다. 제안서는 문화정책을 시민의 삶과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핵심 정책으로 바라보며, 지역 중심의 문화자치와 공동체 회복을 강조한다. 특히 “민주주의는 투표함 앞에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 속에서 완성된다”는 주장이 인상적이다.

제안서가 주목하는 것은 ‘생활 속 문화’다. 문화연대는 동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마을 축제에서 주민들이 만나고, 생활문화공간에서 시민들이 창작과 교류를 이어가는 경험 자체가 민주주의의 토대라고 본다. 문화는 공동체를 연결하고 시민성을 회복시키는 사회적 자산이라는 것이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도서관과 생활권 문화공간에 대한 재해석이다. 제안서는 도서관을 돌봄과 시민교육, 디지털 정보 활용, 공동체 회복 기능을 수행하는 지역 거점으로 바라본다. 이는 최근 공공도서관의 변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실제로 많은 도서관이 인공지능과 디지털 교육, 공동체 프로그램, 생활문화 활동 등을 운영하고 있다.

시민 참여 확대를 강조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동안 지역문화정책은 행정과 일부 전문가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시민 참여가 형식적 공청회 수준에 그쳤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문화연대는 정책의 기획 수립 실행 평가 전 과정에 시민이 참여하는 구조를 제안했다. 정책의 대상이 아니라 정책의 주체로 시민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정책 제안이 실제 지방정부 정책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지방재정 한계와 단체장 중심 행정, 지역 간 격차 같은 현실적 제약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이번 제안서는 지역문화정책이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하는지 질문을 던진다.

문화는 화려한 행사나 이벤트가 아니라 시민이 서로 연결되고, 지역에서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공공의 기반이다. 결국 살 만한 동네를 만드는 힘은 문화에서 시작될 수 있다.

송현경 정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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