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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져야 지켜주는 '동맹의 역설'

2026-05-29 13:00:05 게재

14일 중국 베이징에서는 향후 수년간의 국제정세를 가름할 세계 초강대국들의 정상회담이 열렸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이란전쟁 와중에 개최되는 것이어서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회담에서 논의된 주요 의제는 크게 네 가지였다. 첫째는 관세와 무역문제, 둘째는 첨단기술과 반도체 통제, 셋째는 희토류와 공급망, 넷째는 대만·남중국해를 포함한 안보문제였다.

특히 미국은 인공지능(AI) 반도체와 첨단장비 수출통제를 유지하면서도 공급망 충격을 완화하려 했고, 중국은 희토류와 배터리 소재를 협상카드로 활용하며 대응했다. 추가 관세와 일부 수출통제 문제에서는 ‘관리가능한 수준의 긴장’을 유지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전략적 휴전’에 가깝다. 미국은 중국의 기술굴기를 구조적으로 견제하려 하고 중국은 미국 중심질서에 대한 의존을 줄이며 다극체제를 확대하려 한다는 점에서 근본적 이해관계는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시진핑 주석이 경고한 '투키디데스 함정'이었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 패권국 미국과 도전국 중국 모두 적절한 선에서 경쟁을 지속하되 충돌은 피한다는 절제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트럼프의 ‘대만 협상칩’ 발언이 시사하는 것

정작 관심을 끄는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으로 복귀한 후에 나왔다. 중국을 방문하기 전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유예하는 결정을 내려 동맹국들의 우려를 자아냈다. 회담 후에는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일종의 '협상칩'이라 칭하며 중국과의 거래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더 나아가 대만경제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인 TSMC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것이 대만의 안보에 좋을 것이라는 식으로 사실상 '협박'을 했다.

그동안 미국은 공식적으로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면서도 실제로는 대만의 현상 유지를 지원해왔다. 미국의 대만정책은 기본적으로 세 개의 축 위에 서 있다. 첫째는 '하나의 중국 정책', 둘째는 대만 방어 지원, 셋째는 전략적 모호성이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대만과 공식 외교관계를 끊었지만 동시에 대만관계법(Taiwan Relations Act)을 통해 대만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도록 무기판매와 안보지원을 해왔다. 미국이 대만의 안보를 '가치'나 '동맹'이 아닌 거래의 관점에서 표현한 것은 대만으로서는 충격이었을 것이다.

최근 나토(NATO) 동맹국들을 향한 트럼프의 압박과 독일 주둔 미군 철수선언과 맞물려 많은 나라가 미국과의 동맹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품게 만들었다. 대만의 젊은 세대와 친미성향의 시민들 사이에는 대만이 우크라이나처럼 강대국 사이의 거래대상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과 함께 독자적 생존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한국에서도 미국은 최근 부쩍 동맹의 현대화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하면서 동맹국과의 관계에서 이익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변화를 마냥 비난만 할 수는 없다. 미국도 과거의 압도적 패권국이 아니고 중국과의 전략경쟁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워하고 있다. 결국 답은 자주국방이다. 우리 스스로를 지킬 힘이나 의지가 없다면 동맹국도 우리와의 동맹을 유지할 유인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방기’의 두려움 넘어 자주국방으로

저명한 국제정치학자 글렌 스나이더는 동맹을 '방기'와 '연루'의 딜레마로 표현했다. 동맹과의 안보공약을 강화하면 방기의 위험은 줄어들지만 반대로 의도치 않은 전쟁에 연루될 위험이 커진다. 안보공약이 약화하면 연루의 위험은 줄어들지만 방기의 위험이 커진다.

유사시 주한미군의 활동범위에 따라서 우리가 주변국들의 분쟁에 연루될 위험을 낮추려면 방기에 대한 두려움을 낮춰야만 한다. 동맹의 방기에 대한 두려움을 낮추는 유일한 방법은 스스로를 지킬 의지와 능력을 갖추는 자주국방뿐이다. 역설적으로 동맹국이 지켜주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어야 동맹도 강화된다.

다행히 이재명정부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 의지와 K-방산의 힘을 바탕으로 자주국방으로 가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이번 기회를 역사적 사명으로 생각하는 공직사회의 각성과 결의가 절실한 시점이다.

정한범 한국국제정치학회 회장 국방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