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에너지 전환, 소비자 가격 유인에 달렸다

2026-04-16 13:00:02 게재

에너지 소비 48% ‘열’, 재생열 비중은 3.6% … 버려지는 열부터 제대로 활용, 법적 근거 필요

“열역학적으로 열은 에너지랑 별개의 개념이 아니다. 재생에너지와 일부 원전을 기반으로 지구에 부담을 지우지 않으면서도 열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대표적인 나라가 되고 그 산업을 함께 육성하겠다. 늦었지만 이 분야를 본격적으로 챙기고 빠른 속도로 성과를 내겠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15일 서울 종로구 에이치제이(HJ) 비즈니스센터에서 열린 ‘열에너지 혁신 포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열에너지는 국내 최종 에너지 소비의 48%를, 온실가스 배출의 약 29%를 차지한다. 하지만 열 공급량의 96.4%를 화석연료에 의존 중이다. 전력(21%) 부문엔 재생에너지 목표와 의무화 제도가 촘촘히 짜인 반면, 열 부문엔 법적 근거도 통계 체계도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5일 서울 종로구 에이치제이 비즈니스센터에서 ‘열에너지 혁신 포럼’을 열었다. 사진 김아영 기자

이날 포럼에 참석한 권필석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장은 “히트펌프 보급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소비자 가격이 빠진 것 같다”며 “덴마크의 경우 에너지 세제를 적극적으로 조정해서 소비자가 스스로 히트펌프를 선택하도록 유도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좋은 기술과 제도를 만들어도 소비자 입장에서 가격이 매력적이지 않으면 행동은 바뀌지 않는다”며 “덴마크가 에너지 전환에 성공할 수 있던 수많은 요인 중 하나는 될 때까지 정책을 바꾸고 집행하는 데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 장관은 “우리도 한다”며 “△섹터커플링 △미활용 열 회수 △산업 생태계 육성 등을 순서대로 하나씩 할 시간이 없고 동시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 1을 넣었는데 열이 3~5가 나온다니, 히트펌프가 처음에 사기인 줄 알았다”며 “에너지 보존 법칙에 위배되지 않으면서도 효율이 그만큼 높고 초기 비용 외에는 기술적 장벽도 사실상 없기 때문에 여러 이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히트펌프는 전기로 열을 직접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공기·물·지열 등 자연에 존재하는 열을 끌어와 압축·농축해 냉난방에 활용하는 장치다. 전기는 열을 만드는 데 쓰이는 게 아니라 열을 퍼 나르는 펌프 역할만 하기 때문에 투입한 전기 에너지보다 훨씬 많은 열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이 효율을 나타내는 지표가 COP(성능계수)다. 히트펌프는 통상 COP 3~5 수준이다. 전기 1을 넣으면 열 3~5가 나온다는 의미다. 일반 전기히터가 전기 1로 열 1을 만드는 것과 비교하면 효율이 3~5배 높은 셈이다. 에너지를 새로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 이미 존재하는 열을 가져다 쓰는 원리이기 때문에 에너지 보존 법칙에도 위배되지 않는다.

기후부는 2035년까지 재생열 비중을 2024년 현재 3.6%에서 35%로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재생열 공급 의무화(RHO) 제도 도입 △히트펌프 2035년까지 350만대 보급 △열 배관망 9000km 구축 등을 한다. ‘열에너지 관리 및 탈탄소화 촉진법(가칭)’ 제정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한 기업의 A 상무는 “공장에서 나오는 폐열을 인근 주택단지에 이미 공급 중이고 기술적으로는 검증 됐다”며 “문제는 이걸 전국으로 확대하려면 배관 투자 비용이 상당한데, 그 부분에 대한 정책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의 B 에너지부문장은 “공장에서 나오는 폐열을 그냥 버리지 않고 인근 기업과 교환해서 쓰는 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지금은 기업끼리 1 대 1로 거래하는 구조이지만 산업단지 안에 다자간 열거래 플랫폼이 생기면 훨씬 많은 기업들이 폐열을 사고팔 수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시설이나 제도를 도입하는 데만 치중하지 말고 이미 있는 에너지를 제대로 활용하자는 지적도 나왔다. 홍희기 경희대학교 명예교수는 “도심에서도 버려지는 열이 엄청나다”며 “특히 여름철에는 그 양이 상당하며 이를 제대로 활용하면 냉방비를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도심 미활용 열 활용이 냉방비를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는 것은 열을 ‘어디로 버리느냐’의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여름철 건물을 식히려면 내부 열을 외부로 버려야 한다. 이미 뜨거운 도심 대기로 열을 버리면 더 많은 전기를 소비할 수밖에 없다. 반면 지하수나 하수관처럼 여름에도 온도가 낮은 곳으로 열을 버리면 훨씬 적은 전기로 같은 냉방 효과를 낼 수 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김아영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