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터 하도급 개혁, 민간으로 확산”
노무비 통제·고용안정 장치 도입
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도급 개선대책은 그동안 반복적으로 지적돼온 저임금·고용불안 문제를 제도적으로 손보겠다는 시도다.
고용노동부는 16일 재정경제부 행정안전부 산업통상부 기후에너지환경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기획예산처와 ‘노동안전 관계 장관회의’를 열고 ‘공공부문 도급 운영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주요 공공부문 실태조사와 현장조사를 통해 일부 기관에서 낮은 낙찰률에 따른 저임금 구조와 동일업무 간 임금격차, 고용불안 문제가 확인됐다.
이번 대책의 핵심 중 하나는 최저 낙찰하한율 인상이다. 저가 경쟁을 완화해 도급금액을 높이고 이를 노동자 임금으로 연결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노무비를 계약서에 구분·명시하고 공개하도록 해 임금이 이윤이나 관리비로 전용되지 않도록 했다.
정부는 낙찰하한율 인상이 도급금액 상승으로 이어지고 노무비 통제 장치와 결합될 경우 실제 처우 개선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간접비 조정이나 인력 운용 방식 등을 통해 임금상승 효과가 일부 상쇄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도급계약 기간을 2년 이상으로 설정하고 근로계약 기간을 일치시키도록 한 점도 주목된다. 업체 변경 시 고용승계도 사실상 의무화했다.
정부는 이를 정규직 전환과는 별개의 조치라고 선을 긋는다. 노동부는 “고용안정을 위한 조치일 뿐 기간제법상 정규직 전환과는 별도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즉 직접고용 확대보다는 도급 구조 내에서의 안정성을 높이는 ‘현실적 개선’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번 대책에서 가장 구조적인 변화는 재하도급 제한이다. 다단계 구조에서 발생하는 ‘중간 착취’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원도급사의 직접 수행을 원칙으로 하고 불가피한 경우에만 사전심사위원회와 발주기관 승인을 거치도록 했다. 다만 기술·전문성 활용 등 예외 사유가 폭넓게 인정될 경우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하도급 심사제는 가이드라인 시행 이후 신규 계약부터 적용된다.
일부에서는 이번 대책이 원청의 사용자성을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노조법상 사용자성은 개별 사안에 따라 판단될 문제”라며 이번 대책과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결국 이번 방안은 법적 책임 확대보다는 행정적 관리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공공부문을 시작으로 민간에서도 공정한 도급관행을 확산시켜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이 노동의 형태와 관계없이 오롯이 존중받고 차별없이 대우받는 일터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공공부문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민간까지 확산되기 위해서는 계약 구조, 원가 산정 방식, 발주 관행 전반에 대한 추가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