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R(자본비용) 1배 미만 공시 의무화…ROE(자기자본이익률)·COE(주가순자산비율) 병기해야”

2026-04-17 13:00:05 게재

단순 주주환원 넘어 자본 효율성 진단 필수

"저 PBR 원인 산업구조 한계·경영진 무능"

2년 연속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 가치 제고 공시를 의무화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이런 가운데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자본비용(COE)을 반드시 함께 공시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제시됐다. PBR이 1배를 밑돈다는 것은 기업의 시장 가치가 청산 가치에도 못 미친다는 의미다. 이런 기업의 자본 조달 비용을 정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주주환원보다 ‘기업가치 제고’ 궁극적 목표 =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1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PBR 1배 미만 상장사 기업 가치 제고 공시 의무화를 통한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김 의원이 2년 연속 PBR 1배 미만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 가치 제고 공시를 의무화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 이른바 ’주가 정상화법‘을 발의한 이후 해당 법안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구체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첫 번째 발제자로 나온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국내에서는 매출액, 영업이익률, 부채비율 등 전통적인 지표 중심으로 기업을 평가해 왔다”며 “하지만 투입한 자본비용 대비 수익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면서 저PBR의 주요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ROE가 주주의 요구수익률(자기자본비용)보다 높아야 가치가 창출되는데 자본비용도 안 나오는 투자를 하면 가치를 갉아 먹었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주주환원은 목표가 아니고 궁극적으로 기업 가치(주주가치/시가총액)를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ROE가 COE보다 클 경우엔 주주환원 대신 오히려 재투자가 기업가치 증가에 기여할 수 있다.

김 교수는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본업의 탁월한 성과로 수익을 잘 내고 △자본 배치를 효율적으로 하며 △주주환원을 투명하고 적극적으로 △모든 주주의 가치를 동등하게 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달 12일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기업 중 PBR 1배 미만에 머무르는 기업은 절반에 육박한다. 최근 증시 활황으로 주가가 많이 올랐지만 여전히 미국과 일본, 영국 등 다른 선진시장과 비교해 그 비중이 높다.

◆COE보다 낮은 ROE로 주주가치 파괴 =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은 1보다 낮은 PBR, 순자산가치보다 못한 주주가치의 원인은 경영진의 무능 또는 산업의 쇠퇴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저PBR은 산업 자체가 경쟁력을 잃거나 미래 수익 창출 능력이 낮은 경우와, 기업이 벌어들인 자본을 비효율적으로 운용하는 경우 두 가지가 있다”며 “두 경우 모두 COE보다 낮은 ROE로 주주가치가 파괴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유무선통신, 전기가스, 유틸리티, 광물, 제지, 항공 등 구조적으로 ROE가 낮은 산업은 전자에 해당해 구조적 한계로 볼 수 있다. 이 경우는 경쟁우위를 상실한 유형으로 낮은 PBR을 저평가로 볼 수 없다. 시장이 순자산을 적정가치로 평가하고 있는 셈이다. 경영진이 상황을 개선하려 해도 산업의 구조적 쇠퇴를 되돌리기에 역부족인 경우가 많다.

두 번째는 자본 배분에 문제가 있는 유형이다. 이 경우는 과도한 비영업 자산의 미활용(수익성 높은 곳에 투자 또는 주주 환원하지 않음)으로 인한 저평가된 사례다. 경영진이 비영업자산의 활용을 얼마든지 할 수 있으나 하지 않아서 저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김 본부장은 한국 상장사 가운데 PBR이 1배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이 많은 이유가 과도하게 자본이 내부에 유보돼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ROE는 순이익을 평균 자기자본으로 나누어 계산하는데, 국내 기업들은 부적절한 자본 배분 탓에 자기자본이 필요 이상으로 비대한 경우가 많고, 그 결과 ROE가 부진하다는 설명이다. 김 본부장은 “상장사 중 순현금이 시총의 몇 배에 달하는 극단적인 사례도 있다”고 꼬집었다.

◆일본, 개혁 후 PBR 1배 기업 절반으로 감소 = 김 본부장은 도쿄증권거래소(TSE)의 기업가치 제고(PBR 1배 미만 해소) 정책 사례를 들면서 ROE와 COE의 현재 수준과 목표치를 제시하고, 구체적인 이행 방안과 타임라인을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경우 기업가치를 높이는 원동력을 자본비용을 상회하는 수익성, 성장성이라는 것을 명확히 함으로써 기업 경영진이 이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계획을 하게 만들었다. 일본은 밸류업 공시 도입 이후 프라임마켓에서 PBR 1배 미만 기업 비율이 2022년 50%에서 2026년 27%로 크게 감소했다.

이와 함께 실효성 제고를 위해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인센티브 설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배주주의 영향력이 큰 국내 기업 구조상, 이들의 유인을 적절히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영업용 자산과 비영업용 자산을 구분하고,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을 담은 공시를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 본부장은 “주주환원 부족으로 순현금이 쌓여 ROE가 낮은 기업이 많기 때문에 영업에 쓰이는 자산과 영업에 쓰이지 않는 자산을 구분해 공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비영업자산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자본적지출을 얼마를 할 것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서 제출 안 하면 1억원 이하 과태료"= 한편 이날 토론회를 주관한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PBR이 2년 이상 1배 미만으로 유지되는 상장사에 대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을 제안한 이유는 일부 기업이 부당한 주가 하락 유도 행위 등으로 PBR을 1 이하로 유지하는 등 주주환원 정책의 취지에 반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개정안의 내용을 보면 주가 순자산비율이 2개 사업연도 이상 연속 1 미만인 주권 상장법인에 대해 배당가능이익 처분 계획과 자기주식(자사주) 취득·소각·처분 계획, 사업구조 개선 계획 등을 포함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서를 작성, 공시하도록 의무화했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은 주권상장법인에 대해서는 1억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해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고자 했다.

김현정 의원은 이날 '주가정상화법'에 대해 “기업 경영 활동을 제한하는 규제가 아니라 시장과 주주에 대한 설명 책임을 강화하는 공시 중심의 제도 개선”이라며 “기업 가치를 정당하게 평가받도록 돕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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