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수사비용’ 불인정 … 열람제한도 불허

2026-04-20 13:00:25 게재

법원, 롯데계열사 세금 공제 대부분 배제 … “횡령·뇌물 대응, 개인 방어”

판결문 열람제한 신청도 사실상 불허 … “공개 원칙 따라 일부만 인용”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총수 일가의 비리 혐의를 방어하기 위해 지출한 법률 자문 비용은 회사의 사업상 비용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롯데측은 파장을 우려해 판결서 열람제한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6부(나진이 부장판사)는 지난달 31일 롯데쇼핑·롯데지주·코리아세븐 등 롯데그룹 15개 계열사가 서울지방국세청장·남대문세무서장 등 11곳 세무당국을 상대로 낸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총수 일가 개인의 형사사건 대응을 위해 지출된 법률비용에 대한 과세는 정당하다”며 원고 일부 패소로 판결했다.

해당 사건은 2016년 롯데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수사에서 비롯됐다. 검찰은 그해 6월 롯데그룹 정책본부와 주요 계열사를 압수수색하며 횡령·배임, 조세포탈, 뇌물공여 의혹 수사에 착수했고 이후 국정농단 특별검사 수사로 확대됐다. 이 과정에서 신동빈 회장 등 총수 일가와 일부 임직원이 형사재판에 넘겨졌다.

수사과정에서 계열사들은 법무법인 등에 지급한 변호사 비용과 자문료, 형사소송 비용 등을 회사 비용으로 처리해 법인세를 신고하고, 부가가치세 매입세액도 공제했다. 그러나 과세당국은 해당 비용이 “회사 업무와 직접 관련 없는 총수 개인 방어를 위한 지출”이라며 손금불산입하고 부가세 공제를 부인했다. 이에 롯데 계열사들은 2023년 6월 과세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63억원대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회사 자체가 피의자로 특정된 사건이나 압수수색 대응 일부에 대해서는 “회사 이익 보호를 위한 지출로 볼 수 있다”며 제한적으로 손금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총수 일가의 횡령·배임, 조세포탈 등 사건 대응 비용에 대해서는 “임직원 개인의 형사책임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며 회사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측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 비용에 關해서는 “총수 개인의 범죄 혐의 대응 성격이 강하다”며 “사후 일부 무죄나 불기소 결과가 있더라도 지출 당시 기준에 전액을 손금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사업장 일부를 직원 단체에 무상 제공하고 자판기·안마기 등을 운용하도록 한 부분에 대해서는 “일부 수익 창출이 어려운 공간이고 수익이 직원 복지에 사용된다”며 과세 처분을 취소했다.

한편 롯데측은 판결 선고 이후 해당 판결에 대해 영업비밀 보호를 위한 판결서 등 열람제한 신청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지난 13일 해당 신청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고 일부만 인용했다.

민사소송법 제163조의2 제5항과 제1항 제2호는 소송 기록 중에 당사자가 가지는 영업비밀이 적혀 있을 때나 비밀보호가 필요한 경우 해당 부분 열람·복사를 제한할 수 있다.

법원 관계자는 “재판부에서는 열람 등 제한을 공개제도의 중대한 예외로 보고 신중하게 판단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열람제한) 전부 인용이 아니라 일부 인용 결정이 나오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판결과 관련 롯데 관계자는 “판결문을 검토한 뒤 향후 대응방안을 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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