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백혈병 항암제 작용 원리 규명

2026-04-26 09:05:47 게재

임정훈 교수팀, 내성 환자 치료 전략 단서 제시

리보솜 충돌·ZAK 단백질 ‘이중 역할’ 확인

KAIST(총장 이광형)는 생명과학과 임정훈 교수 연구팀이 의정부을지대학교병원, UNIST와 공동으로 만성골수성백혈병 항암제의 새로운 작용 기전을 규명했다고 24일 밝혔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은 조혈모세포에 유전적 이상이 생겨 ‘BCR::ABL1’이라는 비정상 단백질이 생성되면서 발생한다. 이 단백질은 세포에 지속적인 성장 신호를 보내 암세포 증식을 유도한다. 이를 억제하는 표적항암제가 표준 치료로 사용되지만, 일부 환자에서는 약물 내성이 발생하거나 치료 반응이 낮은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항암제가 세포 내 단백질 합성 과정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했다. 그 결과 항암제 투여 시 단백질을 만드는 리보솜의 흐름이 꼬이면서 서로 충돌하는 ‘리보솜 충돌’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세포 내부에 강한 스트레스 반응이 유도돼 암세포가 스스로 사멸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연구팀은 리보솜 충돌을 감지하는 핵심 센서로 ZAK 단백질을 지목했다. ZAK 단백질은 세포 내 스트레스를 감지해 반응을 유도하는 단백질로,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기능을 수행한다. 평소에는 세포의 생존과 성장을 조절하는 AKT 신호 경로와 결합해 암세포 증식을 돕지만, 항암제 투여 시에는 리보솜 충돌을 감지해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동일 단백질이 암의 성장과 억제에 모두 관여한다는 점을 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서 AKT 신호는 세포의 생존·성장·증식을 조절하는 대표적인 신호 전달 체계로, 암세포의 지속적 증식을 유도하는 핵심 경로로 알려져 있다.

환자 유래 백혈병 세포 분석에서도 이 기전이 확인됐다. 리보솜 충돌을 증가시키는 약물을 병용할 경우 항암 효과가 크게 향상됐고, 반대로 ZAK 기능이 저하된 경우에는 항암제 반응성이 떨어졌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환자별 ZAK 활성 상태를 기준으로 치료 반응을 예측하고, 병용 치료 전략을 설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약물 내성 환자 치료의 새로운 접근법으로 평가된다.

임정훈 교수는 “비정상적인 단백질 합성을 감지해 세포 사멸로 전환하는 과정이 치료에 중요하다”고 밝혔고, 제1저자 박주민 박사는 “리보솜 충돌이 암세포 사멸의 핵심 스위치임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혈액학 분야 국제 학술지 Leukemia에 게재됐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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