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의회, 인공수로 물공급 두고 충돌

2026-04-27 13:00:25 게재

시의회, LH 특혜성 조례 개정

시 “선례 없고 상위법 위반”

LH가 부산 명지지구에 조성하는 인공수로 물 공급 방안을 두고 부산시와 시의회가 충돌하고 있다. 시의회는 생활용수의 10%대 비용으로 물 공급 길을 열자는 입장인 반면, 시는 상위법 위반이라며 맞선다.

27일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는 최근 ‘부산광역시 수도급수조례 일부개정안’을 원안 의결했다. 개정안은 공업용수 공급구역을 공업용수 시설이 설치된 지역으로 하되, 부산시장이 공익상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공업용수도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해당 조례안은 오는 29일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

본회의를 통과하면 LH는 자체 정수시설을 설치하지 않고 싼값에 물을 공급받을 수 있다. 논란의 핵심은 LH가 명지지구 개발사업 과정에서 조성하는 2.4㎞ 인공수로다. 명지지구는 전체 639만㎡ 규모로, LH는 인공수로와 친환경 물순환 시스템을 통해 인천 송도·청라 국제신도시에 버금가는 수변친화도시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낙동강 원수를 활용할 경우 4급수 수질 문제로 별도 여과시설이 필요하고, 자체 정수처리 시설을 설치하면 200억원 가까운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싼 공업용수를 공급받으면 LH는 이 같은 시설 투자와 운영 부담을 피할 수 있다.

문제는 공원에 생활용수가 아닌 공업용수를 공급한다는 것이다. 2026년 기준 부산시 생활용수 요금은 톤당 1580원 수준이지만 공업용수는 톤당 180원이다. 명지지구 인공수로에 필요한 물은 하루 1500톤, 연간 약 47만톤 가량으로 추산된다. 생활용수로 공급하면 연간 약 7억4260만원이 들지만, 공업용수로는 11% 수준인 약 8460만원이면 된다.

공업용수를 적용하더라도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업용수 생산원가는 톤당 450원 수준으로, LH는 이마저도 40% 가격에 공급받는 구조다. 산업활동 지원을 위해 낮게 책정된 공업용수 요금이 개발사업자의 공원 수로 유지비 절감 수단으로 쓰이는 셈이다.

형평성 논란도 커진다. 부산의 대표적인 친수·경관시설인 다대낙조분수는 생활용수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부산권 10여곳 산단과 수백여개 공장도 공업용수를 공급받지 못해 비싼 생활용수를 쓰고 있다. 반면 LH가 조성하는 공원 수로에는 산업활동 지원을 위해 만든 싼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길이 열리는 셈이어서 형평성에 어긋난다.

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상위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도 “공업용수 목적에 맞지 않기 때문에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했다.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조례가 본회의를 통과하면 재의 요구를 할 방침”이라며 “재의결될 경우 대법원 제소까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도 특혜성 조례라고 비판했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LH가 600만㎡가 넘는 부지를 개발·분양하며 수익은 다 챙기고 지어야 할 시설은 안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시설 설치가 정말 어렵다면 공업용수라는 꼼수를 쓸 게 아니라 제값 주고 생활용수를 공급받는 방안부터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재우 기자 dolboc@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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