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금융 확산에도 ‘이해력 공백’…금융교육 전환 필요

2026-04-27 13:00:34 게재

토큰화 금융 시대 … “금융 문해력 그 어느 때보다 중요”

고교 지역별 과목 편성률 격차 커 … 교육 실효성도 높여야

디지털 금융의 확산으로 금융의 구조와 역할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금융교육의 패러다임도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학생들의 금융 문해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행 금융교육 방식을 개편하고, 현재 제한적인 금융교육의 접근성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5일 한국금융교육학회는 강원대학교에서 ‘AI시대 금융문해력의 진화’를 주제로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원경 한국금융교육학회장은 인사말에서 “최근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금융환경 전반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며 “단순히 금융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넘어, 복잡한 금융정보를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판단하고 책임 있는 금융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금융 문해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주제 발표자로 나온 전인태 가톨릭대 수학과 교수는 토큰화 금융발전에 따른 금융교육 패러다임의 3대 변화를 설명했다.

첫 번째 변화는 금융교육의 대상이 ‘고객’에서 ‘관리자’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금융기관이 제공하는 상품을 선택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제는 개인이 지갑과 자산을 직접 관리하며 책임지는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다.

두 번째 변화는 교육 내용이 ‘정형 상품’ 중심에서 ‘합성 자산’ 이해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예금·주식·보험을 구분해 배우던 방식에서 벗어나, 자산의 결합과 분할, 담보 구조 등 복합적인 금융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세 번째 변화는 교육 방식이 ‘강의형’에서 ‘임베디드 교육’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전 강의형 교육과 사후구제를 안내하는 현행 방식에서 벗어나, 거래 과정에서 실시간으로 구조와 리스크를 이해하며 학습하는 방식이 강조되고 있다. 거래 이전의 일반적 설명에 머무르지 않고 거래 순간의 선택과 위험을 맥락적으로 이해시키고 반복 수행하는 방식이다.

전 교수는 “금융의 트렌드가 실물에서 코드로 전이되고 있다”며 “토큰화는 단순 디지털화가 아니라, 권리와 조건이 코드로 집행되는 ‘프로그램 가능한 자산’의 등장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식과 채권은 스마트컨트랙트를 통해 배당과 이자 지급 등이 자동화되고, 토큰증권(STO)은 부동산·미술품·저작권 등 비정형 자산을 제도권 증권으로 편입시켰다”며 “실물자산(RWA) 토큰화는 기존에 유동성이 낮던 자산을 분할 가능하게 해 투자 접근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새로운 금융교육의 목표는 금융과 법, 기술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역량을 기르는 데 맞춰져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단순히 상품을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 해당 자산이 어떤 권리를 의미하는지와 법적 구조를 파악하고, 스마트컨트랙트 등 코드가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이해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온체인 데이터를 통해 유통량이나 준비자산 등 건전성을 직접 검증하고, 개인 키 관리나 권한 승인, 브릿지 리스크 등 기술 기반 위험을 스스로 관리하는 역량도 핵심 요소로 제시됐다. 또 다른 발표자로 나온 최병일 강원대학교 사범대학 교수는 “금융 상품의 복잡성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반면, 소비자의 금융 이해력은 제자리걸음”이라며 “디지털 금융 취약성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단순한 금융 접근성 확대는 행위 태도는 변화시키나, 인지적 지식의 비례적 향상으로는 직결되지 않는다”며 “디지털금융 확산시 금융교육과 함께 소비자보호 장치가 필요하고 단순 보급만으로는 실질적 이해력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현장 중심 금융교육의 실제’를 주제로 한 세션에서 발표자로 나온 원남훈 광주고등학교 교사는 현행 고교 금융교육의 활성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금융교육은 공통과목과 선택과목으로 이원화된 구조다. 선택과목인 ‘금융과 경제생활’의 개설은 지역별 편성률 차이가 크다. 서울은 개설률이 75%, 부산과 세종은 80%가 넘는 반면에 대전은 30.2%, 충남은 44.9%에 그쳤다. 전남은 21.3%로 가장 낮았다.

원 교사는 “학교 재량에 따라 개설 여부가 결정되는데, 지역별 편성률은 21.3%~86.7%로 학교에 따라 학습 기회 차이가 발생한다”며 “대학 입시 영향력이 과목 선택의 중요한 변수이고, 학생부 종합전형 반영 여부와 입시 유불리에 따라 선택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 자율활동을 통한 교육과정 외에 금융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며 “학교별 자율활동 운영 지원을 강화하고 대학 입시 반영 등 유인책을 마련해 금융과 경제생활 과목 선택을 활성화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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