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규제 완화에 유럽도 대응…금융사 부담 줄이기
트럼프 이후 완화 기조로 전환 … 유럽도 경쟁력 방어 나서
영, 금융사 임원 규제 간소화 … 미, 사모펀드 보고 의무 완화
미국과 유럽이 금융회사 부담 완화를 위해 잇따라 규제 개선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급격히 규제 완화 기조로 전환했으며, 유럽도 규제 격차로 인한 자국 기업과 금융회사의 경쟁력 약화를 막기 위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 해외사무소 업무정보 등에 따르면 영국 금융행위감독청(FCA)과 건전성감독청(PRA), 재무부는 ‘고위경영진 및 인증제도’(SM&CR)를 전면 개편하는 내용의 최종 정책 성명서를 발표했다.
SM&CR은 고위경영진의 책임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핵심 직무 수행자의 적격성을 금융회사가 자체 인증하는 제도다. 한국에서는 SM&CR을 참고해서 책무구조도 제도를 도입했다. 책무구조도는 임원 개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내부통제 대상 업무의 범위와 내용을 금융회사 스스로 각자의 특성을 고려해 사전에 명확히 하는 것이다.
영국 정부는 금융 경쟁력 강화를 위해 SM&CR을 실용적·비례적 방식으로 전환하고 금융기관의 행정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고위경영진 승인 절차의 신속화 및 구비 서류 간소화를 통해 금융기관의 규제 준수 관련 업무부담을 최대 50%까지 경감하는 내용이다. 매년 모든 대상자에게 실시해온 연례 재인증의 법적 의무를 폐지하고 적격성 평가 주기와 관련해 감독당국이 유연하게 규제를 운영할 수 있도록 권한을 이관하기로 했다. 또 소규모·저위험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핵심 책임 중심으로 규제를 최소화했다.
20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사모펀드 투자자문업자가 감독당국에 보고하는 ‘Form PF’ 의무가 부과되는 운용자산 기준을 상향하는 등 사모펀드에 대한 보고 의무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Form PF’는 사모펀드 운용사가 감독당국에 비공개로 제출하는 위험 보고서를 말한다. 2024년 2월 바이든 행정부에서 시스템리스크의 효과적 관리를 위해 개별 사모펀드의 상세한 운용전략 및 펀드 구조 등을 보고받을 수 있도록 Form PF를 통해 보고되는 정보의 양과 범위를 확대했다. 하지만 2년 만에 보고 의무 기준이 완화되는 것이다.
Form PF 제출 의무가 발생하는 사모펀드 운용자산 기준을 현행 1억5000만달러에서 10억달러로 상향하고, 분기별 보고 및 상세 보고 의무가 있는 ’대형 헤지펀드 자문사‘ 기준을 현행 운용자산 기준 15억달러에서 100억달러로 올렸다. 이밖에도 자문사에 대해 기초자산까지 추적해 보고하도록 한 ‘룩스루(look-through)’ 요건을 폐지하고 일일 수익률 변동성 보고도 폐지했다. look-through는 펀드가 다른 사모펀드 또는 법인에 투자한 경우 그 하부 자산까지 파악해 보고하도록 한 요건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 2월 유럽 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방지하기 위해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규제 간소화 절차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글로벌 무역 갈등이 고조되고 미국의 ESG 정책이 후퇴하면서 EU도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유럽 국가들 사이에 이미 합의된 ESG 정책 추진이 유럽 기업의 경쟁력을 상대적으로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경계감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은행의 건전성 규제와 관련해서도 미국이 규제를 완화하면서 영국도 관련 제도의 시행을 연기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출범 이후 바이든 정부가 추진했던 엄격한 자본확충계획인 바젤 3 엔드게임 계획을 철회했다.
영국 PRA는 올해 1월 바젤 3.1 최종 도입안을 발표하고 시행일을 2027년 1월로 연기했다. 미국 은행이 비슷한 규제인 바젤 3 엔드게임 계획을 철회하면서 영국 은행의 경쟁력을 보호하고 경제 성장을 지원하는 결정으로 분석됐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