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MS-BNK자산 ‘자문료 국제소송’ 장기화

2026-04-27 13:00:35 게재

8천억 프로젝트 … ‘1억대 자문료’ 지급 놓고 대립

1심 "자문 계약 성립" … 항소심 '대리권·번역' 공방

영국의 글로벌 로펌과 국내 자산운용사 사이에 발생한 법률 자문료 미지급 분쟁이 1심에 이어 2심으로 이어지면서 장기화하고 있다. 소액 사건임에도 국제거래에서의 계약 성립 여부와 자문 범위를 둘러싼 법리 다툼으로 번졌기 때문이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민사19-3부(손청우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영국의 로펌 씨엠에스 캐머린 맥케나 나바로 올스왕 엘엘피(CMS Cameron McKenna Nabarro Olswang LLP)가 BNK자산운용을 상대로 제기한 자문료 소송 항소심 첫 변론에서 양측이 여전히 대립했다.

분쟁은 2020년 BNK자산운용이 영국 내 고속도로 주유소 및 포트폴리오 인수를 추진하면서 비롯됐다. 당시 BNK자산운용은 세계 10위권 로펌인 CMS를 법률 자문사로 선정하고 실사 및 계약서 검토를 진행했다. 하지만 해당 프로젝트는 본계약 체결 전 단계에서 무산됐다.

CMS측은 계약에 중단 할인 40%를 적용해 자문료 등 11만9000파운드(한화 약 2억원) 지급을 요구했지만 BNK측은 이를 거부해 소송으로 번졌다.

지난해 10월 서울남부지방법원은 BNK측 대리인이 CMS와 체결한 법률 자문계약의 효력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양측이 이메일, 제안서, 비밀유지계약, 거래조건서 등을 통해 협의를 진행한 점을 근거로 국제거래관행상 법률 자문 계약이 성립했다고 판단했다. 또 CMS가 부동산 실사, 세무 검토, 자금조달 구조 설계 등 실질적인 자문 업무를 수행한 점도 인정했다. 따라서 BNK는 CMS에 9만8500파운드(한화 약 1억700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분쟁은 항소심으로 이어졌다. 2심에서는 계약 체결 여부를 둘러싼 법리뿐 아니라 이메일·제안서 번역 및 해석, 자문 범위에 대한 평가 등이 쟁점이 됐다.

BNK측은 “(관련) 문서들은 계약 체결 전 단계의 견적 제안에 불과하다”며 계약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메일·제안서의 번역·해석 과정에서 의미가 과장되거나 왜곡됐다면서 증거의 신빙성과 법적 효력을 문제 삼았다.

CMS측은 “이미 1심에서 계약 성립과 용역 수행이 인정됐다”면서 거래 구조 설계, 실사, 세무 검토 등 구체적 업무가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CMS측 변호인은 “86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위해 영국법과 한국법을 넘나드는 복잡한 자문을 수행했고, 비용도 할인해 청구했다”며 “단순한 사건임에도 대형 금융회사인 피고가 억지 주장을 하며 재판을 공전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1심에서 제출된 100여개의 참고 자료를 모두 번역해 제출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방어권을 넘어 권리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소송 금액 자체는 크지 않지만 국제 거래에서 자문계약이 언제 성립하는지, 어느 국가 법령의 구속력을 가지는 등을 가르는 사례로 주목된다.

재판부는 BNK측이 신청한 당시 실무진에 대한 증인 채택 여부를 검토한 뒤 다음 재판을 6월 10일 열기로 했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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