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직변경도 징계…규정 없는 징계 위법”

2026-04-27 13:00:37 게재

서울행정법원, 중앙노동위 재심판정 취소

노동조합 간부인 근로자에게 정직과 함께 보직변경을 병과한 징계에 대해 법원이 “보직변경 역시 징계에 해당한다”며 회사 측 처분 전부를 위법으로 판단했다. 징계 사유 일부가 인정되더라도, 내부 규정에 없는 징계를 포함할 경우 전체 징계가 무효가 될 수 있다고 판결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13부(진현섭 부장판사)는 최근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징계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19년 10월 ‘조양’에 입사해 생산관리 업무를 맡으면서 전국금속노동조합 대구지부 대구지역지회 조양한울분회 사무장으로 활동해왔다. 조양은 2024년 5월 △문서 조작 및 허위보고 △자료 유출 △무단 발주 △업무지시 거부 등을 이유로 A씨에 대해 정직 1개월과 보직변경 처분(사무직→현장생산직)을 내렸다.

A씨는 부당징계 및 부당노동행위를 주장하며 구제신청을 했으나 경북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자료 유출과 무단 발주는 정당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며 징계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법원 역시 이 부분 판단은 유지했다. 재판부는 “회사 생산·납품 계획 자료를 외부에 전달한 행위는 기밀 유출에 해당하고, 승인 없이 동복 발주를 진행한 행위 역시 권한을 넘어선 것”이라며 징계사유를 인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징계통보서에 보직변경이 포함된 점 △징계 양정에 따라 이뤄진 점 △보직 변경으로 직책 상실과 수당 감소 등 불이익이 발생한 점 등을 근거로 “보직변경이 단순 인사명령이 아니라 징계처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은 징계 종류를 경고 견책 감봉 정직 해고 등으로 한정하고 있었는데, 보직변경은 여기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며 “징계는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처분이므로 그 종류와 절차는 규정에 근거해야 한다. 규정에 없는 징계를 추가하는 것은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일부 징계사유만 인정되는 상황에서 위법한 보직변경이 병과된 이상, 회사가 동일한 정직 처분을 했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징계 전체를 위법으로 판단했다.

한편 법원은 ‘노조 간부 활동에 대한 보복으로 부당노동행위’라는 A씨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징계사유 일부가 인정되고, 징계 절차 개시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며 “부당노동행위 의사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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