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 V4 늦어진 이유…‘화웨이 협력’ vs ‘인재 이탈’
“화웨이 반도체 사용, 성능 최적화로 늦어져”
“연봉 2배 제시 빅테크로 핵심 연구진 유출”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차세대 모델 ‘V4’ 출시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진 배경을 두고 업계의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이번 지연을 두고 ‘중국의 AI 국가 전략 변화’라는 해석이 대두하고 있지만, 이면에는 핵심 연구진 유출과 이에 따른 자금 조달 전략의 급격한 수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 화웨이와의 협력으로 인한 ‘의도된 속도 조절’ = 중국 관영 매체들은 이번 지연을 오히려 중국 AI 생태계의 성숙으로 해석하는 기류가 강하다. 미국의 반도체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이라는 것이다.
중국국영방송 CCTV의 소셜미디어 계정인 ‘위위안탄톈’은 26일 V4 모델 프리뷰 버전이 중국 화웨이 반도체 사용과 관련 있다고 밝히며 이는 “중국의 AI 자립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위위안탄톈은 “국산 컴퓨팅 파워가 (V4를) 지원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중국산 반도체가 구체적인 현장에서 기존 외국 반도체의 컴퓨팅 임무를 맡을 수 있게 되면 기업들이 더는 특정 수입 모델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 역시 산업 애널리스트 마지화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V4 발표는 중국산 반도체가 고성능 LLM 모델을 완전히 지원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엔비디아와 AMD 같은 기업의 첨단 반도체 접근에 대한 미국의 제한 조치는 중국의 AI 모델 개발을 늦췄지만, 동시에 중국 내 반도체 업계가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나서도록 자극하는 계기가 됐다”면서 화웨이와 딥시크가 V4 모델 협력을 통해 중국의 AI 자립을 강화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딥시크가 중국 반도체 생태계와 결합을 심화하는 쪽으로 전략적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딥시크가 V4 출시 속도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화웨이 반도체에서의 성능 최적화 작업에 주력했다는 분석이다.
◆ ‘비의도적 지연’의 핵심 이유 ‘인력 유출’ = 반면 딥시크 내부의 인적 유출이 모델 개발 일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 V4 출시는 기존 V3.2 모델 이후 5개월이 소요됐는데 이는 해외 주요 대형언어모델(LLM)의 업그레이드 주기인 평균 91.4일과 비교해 확연히 늦은 수치다.
중국 경제지 이차이에 따르면 딥시크-V2 아키텍처 개발에 기여했던 뤄푸리는 샤오미로, 궈다야는 바이트댄스로 자리를 옮겼다. 또한 멀티모달 연구원 롼충은 딥루트AI에 입사했으며, 딥시크-OCR 핵심 개발자인 웨이하오란 역시 IT 대기업 합류설이 돌고 있다.
이차이는 “딥시크의 연봉이 낮은 편은 아니지만, 경쟁사들은 2배 또는 그 이상의 보상 패키지를 제시하고 있다”며 딥시크 연구진이 경쟁사들의 최우선 타깃이 되었음을 시사했다.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딥시크는 그간 고수해온 ‘독립 경영’ 방침을 철회하고 처음으로 외부 자금 조달을 모색하고 있다.
27일 차이신글로벌에 따르면 현재 딥시크는 텐센트 홀딩스와 알리바바 그룹 홀딩스가 200억달러 이상의 기업 가치로 투자를 위해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매체는 “딥시크는 아직 상당한 수익을 창출하지 못했다”면서 “업계 분석가들은 자금 조달을 고려하는 움직임이 V4 모델 출시 지연과 핵심 연구 인력의 이탈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차이는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딥시크의 자금 조달 전략 변화는 직원 스톡옵션의 가격 책정 및 현금화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너무 늦은 조치”라고 보도했다.
업계에서는 딥시크가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차세대 모델 개발을 위한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는 한편, 보상 체계를 현실화해 핵심 인재의 이탈을 막는 ‘체질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미국의 대중국 규제가 지속되는 상황인 만큼 투자 구조는 중국 내 위안화 펀드를 중심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