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어울림플라자, 혐오 딛고 지역과 동행
도서관·주차장 개방으로 주민과 상생
장애·비장애 경계 허물고 호감 시설로
“도서관을 개방해서 지역 아이들이 마음껏 이용할 수 있게 해주니 너무 좋아요.”
“비장애인들과 장애인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어 아이들 교육은 물론 장애 인식 개선에도 효과가 큰 것 같습니다.”
장애인 시설로 인해 지역사회 내에서 갈등이 빚어지는 일이 적지 않은 가운데 서울시 ‘어울림플라자’가 상생의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혐오시설이라는 오해를 딛고 지역과 비장애인까지 끌어안은 ‘개방형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29일 내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어울림플라자가 지역과 동행에 성공한 핵심은 ‘개방’이다. 대표 사례가 도서관이다. 시설 내 도서관을 지역에 개방하면서 바로 옆 백석초등학교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이 공간을 통과해 등하교를 한다. 차도를 건너지 않아도 되는 동선이 확보되면서 안전성이 높아졌고, 아이들에게는 일상 속 독서 환경이 만들어졌다. 하교 후 학원 차량을 기다리는 시간 동안 도서관에 머무르며 책을 읽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 장애 아동과 비장애 아동이 같은 공간에서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는 풍경은 이곳의 일상이 됐다.
주차장 역시 상생의 중요한 축이다. 조성 과정에서 서울시는 수차례 주민 간담회를 통해 지역이 필요로 하는 시설을 파악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아닌 다가구 밀집 지역 특성상 가장 절실했던 것은 주차 공간이었다. 이에 따라 기존 110면이던 주차장을 171면까지 확대했고, 이는 주민 주차난 해소에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 ‘들어서면 불편해질 것’이라는 우려는 ‘있어서 편해진 시설’이라는 평가로 바뀌었다.
이같은 변화는 순탄치 않았다. 계획 초기에는 지역 주민 반대와 장애계 내부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며 사업이 지연됐다. 착공까지 수년이 걸렸고, 정책 연속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그러나 사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유지되면서 시장 교체에도 불구하고 계획이 이어졌고, 약 10년 만에 결실을 맺었다. 수익성 개발이 아닌 장애인 전용 복합시설로 대규모 부지를 활용한 점 역시 공공의 역할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시설 자체에 대한 만족도도 높다. 특히 숙박과 위생 공간은 기존 장애인 시설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평가다. 휠체어 이동이 어려운 구조나 이용자를 고려하지 않은 화장실 대신 넓은 동선과 전동 침대, 보조 지지대 등이 갖춰졌다. 체력단련실에는 휠체어 상태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전용 러닝머신과 재활·운동 장비가 마련돼 있다. 현장을 찾은 한 장애인 단체 관계자는 “숙박과 세면, 운동시설까지 장애인을 위해 이 정도 수준으로 설계된 공간은 해외에서도 찾기 힘든 수준”이라며 “공공이 만들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울림플라자는 이밖에도 문화·교육 프로그램 공간, 외부 대관이 가능한 회의실과 커뮤니티 공간 등을 갖추고 있다. 특히 휠체어를 탄 채 물속으로 진입할 수 있는 수영장은 이용자들의 호응이 높다. 단순한 복지시설을 넘어 지역과 공유하는 생활 인프라로 기능하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변화는 시설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기피 대상이던 공간이 지역 주민이 찾고 아이들이 머무는 장소로 바뀌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자연스럽게 섞이며 공존하는 경험은 갈등 해소를 넘어 사회적 통합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서울시 어울림플라자 관계자는 “차별 혹은 혐오로 인식된 시설이라도 문을 열고 함께 쓰는 방식을 선택하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이곳에서 경험했다”면서 “지역과 동행은 물론 장애·비장애의 경계를 허무는 대표적 시설이 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