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손’에 맡겨진 진보 교육감 단일화…서울 경기 ‘분열’

2026-04-29 13:00:12 게재

“선거인단 조작” 주장에 “독자 출마 명분 쌓기” … 보수도 각자 도생

서울시 교육감 선거 민주진보교육감 단일화 경선 중 탈락한 한만중(왼쪽)·강신만 예비후보가 28일 서울경찰청에서 단일화 과정에서 부정 투표 의혹을 제기하며 단일화 추진위 수사의뢰서 제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보 진영 단일후보로 선출된 정근식 예비후보. 연합뉴스

서울시교육감 후보단일화를 둘러싼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일부 후보가 단일화에 불복해 독자출마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진보 단일화에 참가했던 한만중·강신만 예비후보는 28일 서울경찰청에 단일화 과정을 주관한 ‘2026 서울 민주진보교육감 단일화 추진위원회’(추진위)에 대한 수사의뢰서를 제출했다.

두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투표 과정에서 어떠한 상식과 논리로도 납득될 수 없는 불법적 행태와 부정의 흔적들이 잇달아 드러났다”며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특정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된 ‘선거 조작’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특정 후보는 단일 후보로 선출된 정근식 예비후보를 말한다.

한 후보와 강 후보는 22~23일 추진위 시민참여단 투표에서 과반 득표에 성공한 정 후보에 밀려 경선에서 탈락했다.

투표는 당초 17~18일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시민참여단 마감일에 신청자가 급격히 불어나고 시민참여단 가운데 800여명의 참가비를 제삼자가 납부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추진위는 일정을 연기하고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한 후보는 추진위가 참여단 검증을 이유로 자신을 지지하는 시민을 임의로 명단에서 삭제하거나 온라인 투표 링크를 발송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추진위가 개표 과정에서 선거관리위원장과 후보자, 대리인을 내보내고 정 후보의 고향 후배 등 이해관계가 있는 인물끼리 투표 결과를 집계했다고도 주장했다. 또 경선 이의신청 기간 중 추진위가 시민참여단 명단과 투·개표 관리 내용 등이 담긴 서버를 삭제한 것을 확인했다며 “범죄 흔적을 지우려 한 증거 인멸”이라고 주장했다. 한 후보는 “추진위가 주관한 경선투표 결과가 무효임을 선언한다”며 독자 행보를 예고했다.

반면 추진위는 “억지 주장”이라며 특정 후보를 밀어주기 위한 어떠한 조작도 없었다는 입장이다. 추진위는 시민참여단 참가자 중 누가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지 알 수 없어 시스템상 조작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시민참여단의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원본 서류를 삭제했을 뿐 입금 내역 등은 그대로 남아 있다고 해명했다.

추진위 관계자는 “일부 후보의 불법이 있었다면 그 불법을 저지른 사람의 문제로 추진위는 해당 불법을 눈감거나 저지르지 않았다”면서 “법과 제도의 한계가 있는 민간 협의체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과정을 통해 검증을 거쳤다”고 강조했다.

‘밀실 개표’ 의혹에 대해서는 “후보자 혹은 대리인이 개표 과정을 참관했고 서명 등 관련 기록 역시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추진위 관계자는 “후보자 간 신사협정으로 진행했는데 결과가 불리하다고 불신하면 어쩔 도리가 없다”며 “단일화 기구에 대한 명예훼손이 계속되면 대표자 회의를 통해 법적 대응을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추진위 관계자는 “1차 투표에서 표차가 많이 났고 설사 일부 오류가 있어도 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계속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독자 출마 명분을 쌓으려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보수 진영 역시 단일화 이후 내부 갈등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보수 진영 단일화 추진 기구인 ‘서울·경기·인천 좋은교육감후보 추대시민회의’가 윤호상 한양대 교육대학원 겸임교수를 단일 후보로 선출했지만 경선에 참여했던 류수노 전 방송통신대 총장이 여론조사 방식의 합의 위반을 주장하며 독자 출마를 시사했다. 사실상 단일화가 불발되는 모습이다. 류 전 총장은 시민회의가 합의되지 않은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며 서울행정법원에 여론조사 결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단일화 과정에서의 잡음은 선거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정당 공천이 배제되면서 시민단체 주도로 단일화가 추진되면서 공정성과 운영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임의기구인 단일화 추진위는 법적 구속력이 없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같은 법적 관리 체계 밖에 놓여 있다.

경기교육감 선거전도 어수선하다. 임태희 현 교육감은 28일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재선 도전을 선언했다. 그는 출마선언문을 통해 “학생들을 위해 흔들림 없이 미래교육을 이어가겠다는 굳은 의지를 담아 선거 캠프 이름을 ‘임태희 미래교육캠프’로 정했다”며 “교육의 정치중립을 굳건히 지켜 교육현장의 탈정치화를 이루고 대입개혁을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진보 진영에선 22일 안민석 전 국회의원이 단일 후보로 선출됐다. 안 후보는 민주·진보 경기교육감 후보 단일화 기구인 경기교육혁신연대(혁신연대)가 여론조사(45%)와 선거인단(55%) 투표를 실시한 결과 유은혜 성기선 박효진 세 후보를 제치고 후보로 선출됐다. 안 후보는 “제가 맨 앞에서 교육개혁의 도구가 되겠다”며 “함께 경쟁한 세 후보와 혁신연대 참여 단체들이 원팀으로 용광로 선대위를 꾸려 다시 진보교육의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선에 참여했던 유은혜 전 교육부장관은 경선 과정에 선거인단 대리 등록·납부 행위가 있었다며 이의신청서를 혁신연대에 제출하고 수사 의뢰, 후보 확정 유보 등을 요구했다. 이에 혁신연대측은 “제기된 의혹 해소 등을 위해 수사 의뢰는 하되 후보 확정을 취소할 정도로 중대한 하자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안 후보의 자격 유지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유 후보와 혁신연대 참여단체들은 “수사의뢰를 하겠다면서도 후보는 확정한다는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유 후보측은 단독 출마 등을 고심 중이다. 이번주 안에 거취 결정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차염진·곽태영 기자 yjcha@naeil.com

차염진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