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지도 개편…‘쿠팡 총수’ 시대 열리고 한화는 ‘빅5’ 안착

2026-04-30 13:00:00 게재

공정위, 102개 기업집단 지정 … 김범석 의장 5년 만에 동일인 지정

‘사익편취 우려’ 예외요건 불충족 판단 … 쿠팡 “이중규제” 강력반발

방산수출 호조에 한화 재계 5위 도약 … K-뷰티·푸드 기업 신규 진입

정부가 2026년 대기업집단 지정을 통해 재계 순위의 지각변동을 공식화했다. 이번 지정의 가장 큰 파장은 유통공룡 쿠팡의 창업자 김범석 의장이 마침내 ‘총수(동일인)’로 지정된 점이다.

김 의장은 그동안 미국 국적을 이유로 법인지정 예외를 인정받아왔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실질적인 경영 참여와 사익편취 우려를 근거로 김 의장을 총수로 낙점했다.

아울러 방위산업의 폭발적 성장에 힘입은 한화그룹이 롯데와 포스코를 제치고 재계 5위에 오르며 ‘빅5’ 시대를 열었다.

공정위가 쿠팡의 동일인을 쿠팡 법인에서 김범석 의장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포함한 대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발표한 29일 서울 서초구 쿠팡 물류센터에 배송용 가방이 야적돼 있다. 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쿠팡, 5년 만에 김범석을 동일인으로 = 30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5월 1일 자로 쿠팡의 동일인을 기존 ‘쿠팡㈜(법인)’에서 김범석 의장(자연인)으로 변경 지정했다. 2021년 쿠팡이 대기업집단으로 처음 지정된 이후 5년 만에 내려진 결단이다.

공정위가 김 의장을 총수로 지정한 핵심 이유는 2024년 개정된 공정거래법 시행령상의 ‘법인 동일인 지정 예외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행령은 ‘자연인을 총수로 보지 않으려면 친족의 경영 참여나 사익편취 우려가 없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공정위 현장점검 결과, 김 의장의 동생 김유석씨가 쿠팡 내에서 부사장(Vice President)급으로 재직하며 주요 계열사의 대표이사급 대우를 받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는 연간 수백회 이상의 물류·배송 관련 회의를 주최하고 개선안을 논의하는 등 구체적인 업무 집행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공정위는 “실질적 지배자와 최종 책임자를 일치시켜 권한과 책임의 괴리를 해소해야 한다”며 김 의장을 총수로 지목했다.

쿠팡 측은 즉각 반발했다. 쿠팡은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쿠팡Inc가 한국 계열사를 100% 소유한 구조이며, 김 의장은 이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엄격한 규제와 공시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동일인 지정 시 규제 범위가 개인과 친족의 사생활 및 주식 거래 공시로 대폭 확대되는 점에 대해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이자 이중 규제”라며 유감을 표했다.

◆방산·우주가 이끈 한화 대도약 = 이번 지정 결과에서 또 하나의 눈에 띄는 대목은 한화그룹의 비상이다. 한화는 자산총액 기준 순위가 지난해 7위에서 5위로 두 계단 상승했다.

한화의 순위 상승은 전 세계적인 지정학적 갈등 심화에 따른 ‘방산 특수’가 결정적이었다. 폴란드와 중동 등지로의 대규모 수주를 이어가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필두로 한화시스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LIG넥스원 등 방산 계열사들의 재고자산과 매출이 급증하며 그룹의 덩치를 키웠다. 이는 국내 주력 산업이 전통적인 제조·화학에서 첨단 방산·우주 분야로 체질 개선에 성공했음을 상징하는 결과로 풀이된다.

한류 열풍도 재계 지도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화장품 ODM(제조업자 개발생산) 강자인 한국콜마와 ‘초코파이’를 앞세워 해외 매출 비중을 대폭 늘린 오리온이 자산 5조원을 돌파하며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됐다.

이 밖에도 온라인 증권 시장을 장악한 토스(비바리퍼블리카)가 금융업 확장세에 힘입어 신규 진입했으며, 라인, 웅진, 쉴더스 등 11개 기업이 새롭게 대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아웃도어 등으로 알려진 영원은 자산 5조원 미만으로 감소하며 지정에서 제외됐다.

◆동일인 지배구조 감시 강화 = 공정위는 이번 지정을 계기로 대기업집단에 대한 시장 감시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5월 1일부터 지정된 102개 집단 소속 3538개 회사는 공시 의무와 사익편취 금지 등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특히 올해부터는 △지주회사 현황(6·12월)을 시작으로 △주식소유 현황(8월) △채무보증 현황(9월) △내부거래 현황(11월) 등을 순차적으로 분석·공개해 시장 참여자들에게 투명한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최장관 공정위 기업집단조사국장은 “동일인 제도를 엄격히 운용해 기업집단의 자발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성홍식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