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 권리’부터 ‘잊힐 권리’까지…‘아동 권익 확대’ 입법 활발
‘유엔 아동권리협약 취지’ 구체화한 아동복지법
디지털 환경 속 ‘자기결정권’ 강화 법안도 제출
오는 5일 제104회 어린이날을 앞둔 가운데 국회에서는 아동의 권익을 지키고 안전한 성장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입법 논의가 한창이다. 최근 발의된 법안들은 아동을 단순히 보호 대상으로만 보던 기존 관점에서 벗어나 놀 권리와 인격권, 그리고 안전하게 자라날 권리를 가진 주체로 대우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를 담고 있다.
◆“어린이에게 놀이는 선택 아닌 기본권” = 가장 눈길을 끄는 법안은 아동의 삶의 질과 직결된 ‘놀 권리’의 명문화다. 안태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동이 휴식과 여가를 즐기고 연령에 적합한 놀이·문화 활동에 참여할 권리를 명확히 하는 아동복지법 개정안을 지난달 15일 제출했다. 1991년 비준된 유엔 아동권리협약 제31조의 취지를 국내 실정법에 구체화하자는 차원에서다.
특히 이 개정안에는 장애아동이 신체적 제약이나 사회적 편견으로 소외되지 않도록 국가와 지자체가 ‘무장애 아동 전용 시설’ 설치에 힘써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안 의원은 “놀이는 아동에게 선택이 아니라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위한 기본권”이라며 “특히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놀이의 기회에서 배제되는 현실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라인 ‘자기결정권’ 보호 =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미성년자의 인격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 마련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미성년자가 온라인상에서 자신의 정보를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 잊힐 권리’ 강화 법안을 지난 1월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미성년자가 권리 침해 정보에 대해 삭제를 요청할 경우, 게시자가 해당 정보에 문제가 없음을 스스로 증명하게 하는 ‘입증 책임의 전환’을 골자로 한다. 판단 능력이 성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미성년자에게 직접 피해 사실을 증명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게시자가 기간 내에 소명하지 못할 경우 신속히 삭제하도록 해 딥페이크 성범죄나 사이버 불링 등 악성 게시물로 인한 피해에서 빠르게 벗어날 수 있도록 했다. 이뿐만 아니라 부모가 자녀의 동의 없이 올린 사진과 동영상 등에 대해서도 당사자의 요구에 따라 삭제할 수 있도록 해 자기결정권 범위를 확대했다.
◆어린이제품 안전관리 체계 강화 = 아동의 신체적 안전을 위협하는 유해 제품에 대한 관리·감독 체계를 촘촘히 하는 법안들도 나와 있다. 이학영 민주당 의원은 위해 성분이 검출된 해외 직구 제품이 유통될 경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게 직접 정보 삭제와 판매 중단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는 어린이제품법 개정안을 지난달 30일 발의했다. 이는 특정 판매자가 퇴출돼도 다른 이름으로 다시 제품을 등록하는 이른바 ‘두더지식 유통’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소비자의 안전 의식을 제고하기 위한 교육적 접근도 추진되고 있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어린이제품법 개정안은 어린이제품 안전에 대한 국가 차원의 교육과 홍보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산업부 장관이 올바른 사용법과 위해 요소 식별 능력을 길러주는 교육 프로그램을 직접 실시하도록 해 사용자 부주의로 인한 안전사고를 선제적으로 예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취지다.
박 의원은 “우리 아이들의 안전 문제는 그 어떤 것과 타협할 수 없는 중대한 사안”이라면서 “아이들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안전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