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더불어민주당의 권력시대 혹은 전성시대인가
더불어민주당의 ‘권력시대’ 혹은 ‘전성시대’가 거론되고 있다. 이유는 네 가지다. 첫째, 양대정당 중 하나인 국민의힘의 몰락이다. 둘째,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이재명 대통령의 60%에 달하는 비교적 높은 지지율이다. 셋째, 2020년 총선과 2024년 총선을 통해 국회 의석 중 3/5을 차지한 ‘압도적’ 다수당이다. 넷째,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도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각각의 이유를 자세히 살펴보면 그 토대가 단단한 것 같지 않다. 극우화에 더해 지도부의 무능과 리더십의 붕괴를 겪고 있는 국민의힘의 쇠락 경향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앞으로도 계속 높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미국-이란 전쟁의 여파가 가속화한 국제정세의 불안정성은 언제든지 한국의 정치·경제적 현실을 위협할 수 있다. 주식시장이 ‘전쟁 면역력’을 갖춰 예상보다 큰 타격을 받고 있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전쟁국면의 지속과 장기화는 인플레이션과 금리 리스크를 가져와 민생과 경제상황을 전반적으로 악화시킬 공산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도 지지세가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설사 유지된다고 해도 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와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계속 같이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여당 독주 염려하는 경고 목소리 높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다고해도 2028년 총선을 앞두고는 차기 당권 혹은 대권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점차 심해질 수밖에 없는데도, 이를 제어하고 이념·정책적 혁신을 주도하며 대중적 신망을 얻을 리더십도 딱히 눈에 띠지 않는다. 이 대통령이 표방한 중도보수노선이 당의 정체성과 진짜 노선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지도 않은 가운데, 진보성도 (재구성을 포함해) 딱히 드러나고 있지 않다. 보수결집을 막고 지방선거에서(특히 서울 대구 부산에서) 승리할지 필자가 보기에는 불확실하다.
그런데도 세간에서는 민주당의 독주 혹은 독재를 염려하거나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도 하다. 이는 두 가지 차원에서 제기된다. 하나는 반이재명-민주당 세력이 주도하는 정략적 차원이다. 정권견제심리를 자극하려는 거다. 다른 하나는 민주주의의 정상적 작동에 필수적인 비판과 견제가 약화되고 권력의 오만함이 커질지 모른다는 ‘시민지성’의 차원이다.
정략적 차원은 논외로 하자. 반대세력으로서는 당연히 할일을 하고 있을 뿐이니. 그럼 시민지성의 차원은 어떨까. 이 역시 ‘(오만한) 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는 격언과 그에 대한 수긍을 가져온 역사적 경험을 떠올리면 당연히 해야할 일이다.
하지만 이미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높은 지지세의 토대는 그다지 견고하지 않다. 더 나아가서는 특정 정치세력의 장기집권과 전성기가 꼭 독주와 독재를 가져오고 민주주의의 파괴로 이어지는 것만도 아니다. 현대 민주주의를 주도한 주요 정당들이 모두 전성기와 장기집권시대를 가졌음을 상기해보자. 현대 복지국가는 그런 시대를 거치며 만들어졌다. 대표적 사례가 스웨덴의 사회민주당이다. 이들은 1930년대에서 1970년대에 걸쳐 긴 전성기를 구가하면서 스웨덴을 복지국가로 만들었다.
영국의 보수당은 1950년대 초에서 1960년대초에 걸친 십수년의 (재)전성기를 거치면서 ‘전후 합의’를 지켜내고 영국식 복지국가를 완성시켰다. 미국의 공화당은 남북전쟁 이후인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걸친 30여년 동안 미국의 산업화를 주도하며 전성기를 보냈다. 미국의 민주당은 잭슨민주주의 시대라고 일컬어지는 1828년에서 1860년에 걸친 시기 동안 대중민주주의를 정착시키고, 1930년대 초에서 1960년대 말에 이르는 시기에는 대공황을 탈출하고 정부의 공공적 역할을 강화한 뉴딜시대를 이끌었다.
민주당 전성기라 부르기엔 역량부족
결국 우려할 것은 특정 정당의 (압도적) 다수당 지위의 오랜 지속과 장기집권 그 자체가 아니다. 전성기라고 하려면 국민 다수의 호응과 지지를 끌어내면서 복지국가 건설과 같은 정책과 노선을 일관되게 추구할 실력과 실천을 선보여야 한다.
그래서 민주당의 전성기 여부를 논하려면 작금의 민주당이 그런 역량을 갖추고 발휘하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볼 일이다. 답은 앞서 이미 제시한 바와 같이 ‘썩 그렇지 않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