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공소취소특검’ vs 여 ‘절윤 맞나’ 공방

2026-05-06 13:00:02 게재

서울시장 선거, 전·현직 대통령 소환

후보보다 대통령, 미래보다 과거 부각

서울시장 선거전이 전·현직 대통령 대리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대선 뒤 치러지는 지방선거는 정권 중간 평가 성격을 띄기도 한다. 하지만 지나친 중앙정치 이슈 부각이 지방의제 의 실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측은 선거 초반부터 중앙 이슈를 전면에 배치하고 있다. 5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같은 당 단체장 후보들과 함께 ‘조작기소 특검법’ 규탄 공동 기자회견을 연 것이 대표적이다. 지역 현안보다 국회와 청와대를 둘러싼 갈등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선거의 프레임 자체를 중앙정치로 끌어올리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보다 앞서 오 후보측은 이재명 대통령이 검토를 주문한 장기보유특별공제 폐지 문제를 집중 부각시켰다.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후보를 향해 “서울 시민의 자산과 직결된 사안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하라”고 압박하며 세제 정책을 선거 쟁점으로 끌어들였다. 단순한 정책 질의를 넘어 정 후보를 현 정부의 정책 기조와 동일선상에 놓고 평가받게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사실상 ‘현 정부 책임론’을 선거에 투영하려는 시도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지난 3일 서울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서울특별시장기 축구대회 개회식에 앞서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역시 물러서지 않고 맞불을 놓고 있다. 정 후보측은 곧바로 윤석열 대통령을 소환했다. 오 후보가 과거 계엄·탄핵 정국에서 보인 행보를 문제 삼으며 윤 대통령과의 정치적 거리두기 이른바 ‘절윤’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야당 지도부도 정 후보측 공세의 소재가 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가깝거나 계엄을 옹호했던 인사들이 줄줄이 야당의 재보궐선거 후보로 공천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대선 뒤 정권 중반에 치러지는 지방선거는 중간 평가 성격을 갖게 된다. 이 때문에 야당은 통상 정권 심판론을, 여당은 방어론을 편다. 하지만 정치 공방이 지나칠 경우 지방의제를 다뤄야할 지방선거가 대선이나 총선과 다를 바 없는 이른바 ‘하위선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도 비슷한 문제의식이 제기된다. 정권 심판론과 방어론이 부딪히는 양상은 과거 지방선거에서도 반복돼 온 일이지만 이번에는 초반부터 그 강도가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나 정치적 책임을 지방선거에 직접 연결시키는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유권자 선택 기준이 지역 현안보다 중앙 권력에 대한 평가에 한정될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는 전국 선거에 미치는 파급력이 큰 만큼 여야 모두 이를 ‘대선 연장선’처럼 활용하려는 유인이 크다는 해석도 뒤따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도가 장기화될 경우 지방선거의 본령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지방선거에서 중앙정치가 소환되는 것은 피할 수 없지만 이번엔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정치 프레임이 강해질수록 후보 개인의 행정 역량과 도시 운영 능력은 검증받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연구소장은 “지방선거는 지방정부를 책임질 수장을 뽑는 선거”라며 “지나치게 정치 이슈 중심으로 흘러가는 것은 유권자의 올바른 판단을 가로막는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고 말했다.

계엄과 탄핵, 그로 인한 조기 대선에 뒤이어 치러지는 지방선거인 만큼 정치 현안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 선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지나친 정치공세가 중동전쟁, 고유가 고물가 등 민생 현안과 겹쳐 유권자들의 선거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방의회 한 관계자는 “‘누가 더 나은 서울을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보다 ‘누가 어느 정권과 더 가까운가’를 묻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어 TV토론 등 선거전 자체에 관심이 식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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