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경선에 당심 20%…“여당 대표 선거로 변질”

2026-05-06 13:00:09 게재

권리당원도 ‘20% 유권자’ 첫 시행 … 국정과제 입법 공약으로

3파전 경선 과열로 ‘협치’ ‘중립’ 등 무소속 의장 역할 ‘외면’

김만흠 “극단화된 상황에서 당원 참여하면 진영 대변하게 돼”

더불어민주당의 국회의장후보들이 ‘이재명정부의 성공’과 ‘국정과제 입법 지원’ 등을 앞세우고 있어 논란이다. 국회의장과 국회의 역할인 ‘중립’과 ‘입법부의 독립’, ‘협치’, ‘대화와 타협’은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거나 후순위로 밀렸다. 이는 국회의장후보 경선이 치열해지고 국회의장 후보 선출 때 권리당원에게 20%의 몫을 배정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회 본회의, ‘공직선거법 개정안’ 원포인트 처리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4월 임시국회 제8차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해 기자

과반의석을 갖고 있는 여당이 당선을 예약한 국회의장후보를 뽑으면서 강성당원이 대거 참여하는 권리당원의 표심을 반영하는 것은 ‘행정부 견제’의 임무와 여야간 타협정신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민주당 한 핵심 관계자는 “지금 민주당 국회의장후보 선거가 국회의장후보를 뽑는 것인지, 당대표를 뽑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면서 “메시지가 국회의장으로서의 역할이 아니라 정당 소속으로 어떻게 할지만 내놓고 있다”고 했다. 이어 “권리당원들이 투표에 20%의 몫으로 참여하면서 혼란스러워지고 있다”고도 했다.

박지원, 조정식, 김태년 후보(기호순)는 지난 4일 출사표와 함께 공약을 내놨다. 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이재명 대통령 국정운영 지원, 일하는 국회, 국회 역할과 의원외교 강화 등으로 요약된다. 이들은 20% 당심을 잡기 위해 ‘이재명 대통령 성공 지원’을 직접적으로 제시했다.

박 후보는 “대통령께서도 목숨 바쳐 일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국회도 목숨 바쳐 성공시켜야 하지 않겠나”라며 “무난한 국회는 대한민국을 이끌 수도 없고, 빛의 혁명도 이재명 정부도 성공시킬 수 없다”고 했다.

조 후보는 “집권여당 출신 국회의장으로 당정청과 국회가 원팀이 되어 이재명 정부와 함께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만들고 23대 총선 승리, 더 나아가 정권 재창출의 교두보를 놓겠다”며 “국정 철학을 뼛속까지 이해하고 함께 뛰며 책임질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후보는 “(상임위원회의) 고의적 지연과 파행, 용납하지 않겠다”며 “이재명 국민 주권 정부의 국정과제를 입법으로 완성하겠다”고 했다.

대통령과의 관계, 강성당원들의 요구 수용 등의 발언과 공약이 삼권분립 훼손과 대화·타협 부재를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의장은 국회를 대표한다는 의미에서 국회법(제20조의2)에 따라 당적을 보유할 수 없다. 이는 국회의장이 특정한 정당에 기울어지지 않은 ‘전체의 대표자’라는 의미다. 편파적일 가능성을 최대한 배제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당의 후보가 형식적인 표결을 거쳐 당선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민주당의 ‘당원 20% 참여’는 사실상 국회의장 선거에 특정 정당의 당원들이 개입하는 것과 같다. 출발점부터 ‘편향성’을 담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은 이유다. 게다가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당의 선출직 후보라는 측면에서 당원들이 개입해야 한다는 ‘당원주권주의’ 논리를 앞세워 “국회의장과 원내대표를 뽑을 때 당원 (투표) 비율을 현행 20%에서 50%로 확대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김한정 전 의원은 이를 비판했다가 결국 당원들의 압박에 사과했다. 김 전 의원은 그러면서도 “원내 민주당 압도적 과반 상황에서 당원 비중의 확대는 당내 민주주의 강화에 기여하나 의장 중립성 논란을 감안해 신중히 접근하자, 당리당략 계산으로 비롯된 것으로 비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라며 환기시켰다.

김만흠 전 국회입법조사처장은 “당원들이 국회의장을 선출하는 게 정당화되려면 최소한 정당이 일반 국민을 대표하는 민심과 비슷하고 극단화되지 않는 구조여야 한다”며 “진영으로 극단화돼 있는 상황에서 국회의장을 뽑는 관문에 당원이 참여하면 진영논리에 따를 수밖에 없고 결국 진영을 대변하게 된다”고 했다. 이어 “국회의장후보가 어떻게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내걸 수 있나”라며 “과거엔 여당을 청와대 출장소라고 했는데 이제는 국회를 대통령의 보조기구로 만들겠다는 식”이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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