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임금 넘어 ‘다크팩토리 충돌’

2026-05-07 13:00:23 게재

노사 대표회동 취소 … 8일 노사정 협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 대표 간 직접 대화가 돌연 취소되면서 파업 사태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임금·성과급 갈등을 넘어 인공지능(AI) 기반 무인 자동화 공장인 ‘다크팩토리’ 도입 문제가 단체협약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제조업 전반의 노사 갈등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지부는 6일 “오후 3시 예정됐던 노사 대표교섭위원 간 1대1 미팅이 사측의 일방적 통보로 취소됐다”고 밝혔다. 노조측은 전날 인사팀 상무와 통화한 일부 내용이 직장인 익명 애플리케이션(앱) 블라인드에 공개된 데 대해 사측이 유감을 표시했다고 설명했다.

사측도 “노조측이 통화 내용과 녹취를 공개해 긴밀한 대화를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1대1 면담보다 노사정 3자간 면담을 통해 합의점을 찾고자 한다”고 밝혔다. 다만 고용노동부가 참여하는 8일 노사정 협의는 예정대로 진행된다.

노조는 지난달 28~30일 부분 파업에 이어 이달 1~5일 약 2800명이 참여한 전면 파업을 진행했다. 노조는 1인당 3000만원 격려금 지급과 평균 14% 임금 인상, 영업이익 20% 성과급 배분 등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측은 임금 6.2% 인상안을 제시한 상태다.

노조는 이날 현장에 복귀했지만 연장·휴일 근무를 거부하는 무기한 준법투쟁은 이어가기로 했다. 회사측은 항암제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 일부 생산이 중단되면서 손실 규모가 약 1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4시간 연속 가동되는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정 특성상 준법투쟁만으로도 생산 차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이번 갈등은 단순 임금 협상을 넘어 AI·로봇 기반 생산체계 도입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노조는 사측에 제시한 단체협약안에 신기계·신기술 도입과 작업 공정 개선 시 노사 공동 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임원 임면과 보직 변경 계획·결과 통보, 회사 분할·합병·매각 과정에서의 노조 참여도 요구하고 있다. 회사 분할·합병·매각 시에는 노사 동수의 고용안정위원회 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노조는 회사가 다크팩토리 전환을 추진할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다크팩토리는 AI와 로봇, 데이터를 활용해 생산과 물류, 에너지 관리까지 자동 운영하는 생산체계를 뜻한다. 앞서 현대자동차 노조도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공장 도입과 관련해 노사 합의 없는 투입에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회사측은 노조 요구가 경영권과 인사권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는 자동화와 구조조정이 고용·노동조건과 직결되는 만큼 협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삼성의 노사관계 변화와 제조업 AI 전환이 동시에 맞물린 상징적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무노조 경영 상징이었던 삼성에서 AI 자동화와 노동 통제권 충돌이 본격화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는 2011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전면 파업이 진행됐다.

업계에서는 노사 갈등이 장기화할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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