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격이냐 사고냐…청 “원인 파악 위해 노력” 신중모드
위성락 “침수나 기울어짐 없어 … 프리덤 작전 중단돼 검토 불필요”
HMM 나무호 예인작업 시작 … 정부 전문가팀 현지서 조사 착수
7일 HMM에 따르면 두바이에서 출발한 예인선이 이날 오전 3시 30분(이하 한국시간 기준) 사고 선박 인근에 도착했다. 예인선은 이날 오전 11시경 예인작업을 시작한다. 이에 따라 나무호는 이르면 7일 밤 또는 8일 새벽쯤에 두바이항 수리조선소에 도착할 전망이다. 정부는 현지에 전문가들을 급파해 선체 조사와 화재 원인 규명 작업에 착수하게 된다.
청와대는 실제 피격이 있었는지, 아니면 기타 원인으로 인한 화재인지를 놓고 규명 작업이 끝나기 전까지는 신중한 대응을 유지할 전망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화재 초기 피격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추가 정보를 검토한 결과 (피격이) 확실치 않았다”며 “선체의 침수나 기울어짐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통상 외부 공격이 있었다면 선체 외형 파손이나 침수 흔적 등이 확인돼야 하지만, 현재까지는 그런 징후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청와대가 정확한 화재 원인 규명 작업을 강조하는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와도 무관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건 직후 “이란의 공격”이라고 주장하며 미국 주도 해상 군사작전인 ‘프로젝트 프리덤’에 한국 참여를 요청했지만 하루 만에 작전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앞서 청와대는 미국 측 요청에 대해 “검토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작전 중단 선언 이후에는 “(작전이 종료됐기 때문에) 검토가 필요하지 않게 됐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이 앞서 제안한 해양자유구상(MFC)에 대해선 검토가 진행중이다. 위 실장은 “해협에 관한 우리의 기본 입장, 한반도의 대비 태세, 국내법 절차 등 제반 여건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해양자유구상과 프로젝트 프리덤 간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는 확실치 않아 파악중”이라면서 “해양자유구상은 좀 더 폭넓은 접근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위 실장은 “(프로젝트 프리덤 참여 요구는) 우리 배가 피격을 당했다는 전제하에 이야기한 것 같다”면서 “그러나 그 부분은 좀 더 확인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란 정부는 나무호 화재에 대해 자신들과 관련이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주한이란대사관도 공식성명을 내고 “호르무즈해협에서 발생한 한국 선박 피해 사건에 이란군이 개입했다는 모든 의혹을 강력히 거부하며 전면 부인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피격인 경우와 아닌 경우는 대응 방향 자체가 완전히 달라진다”며 “현 단계에서 사건을 과도하게 확대 해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신중 모드를 이어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전날 비상경제점검회의 겸 국무회의에서 중동 사태와 관련한 외교부 보고를 들은 후 상황 확인을 위한 질문을 한 차례 한 후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향후 선박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화재 원인과 정부 대응 방향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설명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세계 3위 해운사인 프랑스 CMA CGM 소속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피격됐다는 의혹이 나오는 등 선박들의 해협 통항 위험은 여전한 상황이다. 로이터 통신은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를 인용해 CMA CGM 소속 ‘샌 안토니오호’ 선원 8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전쟁이 시작된 이후 이와 비슷한 사건이 32번째 발생했다고 전했다.
김형선·정연근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