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당원주권시대, 정치 진화의 방향은
정치평론가들은 다수 국민의 요구를 외면 한 채 강성 치지층만 보는 정치인의 협소한 행태를 비판해 왔다. 문제는 지겹도록 반복되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크게 바뀌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과연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될 수 있을까? 정치 진화의 방향을 탐색하자면 지나온 여정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김대중정권 출범부터 시작할 수 있다. 김대중정권의 출범은 최초로 수평적 정권교체를 실현함으로써 민주정치 기반을 확고히 다진 역사적 의미가 있었다. 이어진 노무현의 등장은 한국정치사의 한 획을 긋는 사건이었다. 이전 시기 한국 정치는 보스 중심의 가신 정치가 지배하고 있었다. 계파의 이름은 동교동계 상도동계 하는 식으로 보스가 머무는 지역명에서 차용되었다.
노무현과 그의 지지자들은 보스 중심의 가신 정치를 청산했다. 적어도 중앙정치 무대에서는 이전과는 다른 수평적 질서가 지배하기 시작했다. 친노세력에서 ‘친’은 수평적 관계의 친구라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지역정치 무대는 달랐다. 현역 국회의원들이 영주나 다름없는 절대적 권위를 행사했다. 당원과 지지자들의 선택은 현역의원들에 의해 크게 좌우되었다. 그러한 상태가 꾀나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그러던 중 정치사의 한 획을 긋는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97체제’ 안주한 정치권에 대한 반발
작년 민주당 대표 선거 때의 일이다. 사실상 단기필마로 출전한 정청래 후보가 (민주당 소속 의원의 91%에 해당하는) 153명의 현역 의원이 공개 지지한 박찬대 후보를 상대로 더블 스코어에 가까운 입승을 거두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사실은 다수의 당원이 현역의원들 판단과 전혀 다르게 움직였다는 사실이다.
도대체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고, 함축하고 있는 의미는 또한 무엇일까. 해답을 찾자면 정치사의 표면이 아닌 이면에서 진행되었던 일련의 흐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 중심의 정치 세계는 일련의 개혁흐름을 타면서 진화해 왔었으나 외환위기를 계기로 성립한 ‘97체제’ 극복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좌절의 연속이었다. 김대중은 1200쪽에 이르는 자서전 중 반쪽 정도를 할애해 재임 중 중산층이 붕괴하고 양극화가 심화했으나 자신으로는 어쩔 수가 없었다고 술회하고 있다.
노무현정부는 양극화 심화와 민심이반으로 재임 중에 여당이 해체되는 정치적 참극을 겪어야 했다. 폐족 취급받던 친노세력은 노무현의 희생 덕에 가까스로 부활할 수 있었다. 이에 아랑곳없이 문재인정부는 거듭되는 정책 실패로 1987년 이후 최초로 5년 만에 정권을 넘겨주는 치욕을 겪었다. 더욱이 상대는 민주당이 폐기처분했던 정치 무경력자였다.
일련의 경험이 축적되면서 정치인 그중에서도 현역 국회의원들이 당원들의 눈에 어떻게 비추어졌을까. 아무리 뛰어난 최고 지도자라고 하더라고 97체제 극복이라는 고난도 과제 앞에서는 한계와 약점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여당 국회의원이라면 그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몸부림쳤어야 했다.
당원들 눈에 그런 국회의원은 쉽게 들어오지 않았다. 참담한 좌절을 겪었으면 밤잠 설쳐가면서 실패원인을 찾고 극복방안을 찾고자 치열한 성찰과 탐색의 시간을 가져야 했다. 이 지점에서도 당원들 눈에 온전히 들어온 국회의원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당원들 사이에서는 과연 국회의원들은 믿고 따를 만한 인물들인지 의문부호가 늘어갔다. 그러던 중 중요한 역사적 전기가 마련되었다. 2016년 촛불혁명 시기 시민들이 앞장서 상황을 주도하고 정치인들이 그 뒤를 따르는 형국이 연출되었다. 시민들이 박근혜 탄핵을 외칠 때 정치인들은 박근혜의 질서 있는 퇴진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바로 그때 당원들은 정치인들이 자신보다 우월하지 않음을 간파했다.
‘선진당원 운동’한국 정치의 진화 방향
당원주권시대 ‘선진당원 운동’이 잉태하고 있다. 선진당원들이 학습 토론을 통해 국민의 여망을 담은 시대의 과제를 먼저 제기하고 능동적 입장에서 정치 지도자를 조각할 것이다.
선진당원들이 정치인을 국민 속으로 안내할 때 협소한 정치 틀은 타개될 수 있다. 기득권에 포획된 정치인이 아닌 기득권으로부터 자유로운 선진당원들이 한국 정치를 새로운 단계로 진입시키리라 믿는다. 한국 정치 진화의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