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LED로 물질 내부 3차원 분석
레이저 없이 광학 이방성 정밀 측정하는 새 기술 개발
반도체·제약·생의학 활용 기대… 네이처 포토닉스 게재
국내 연구진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만으로 물질 내부 구조를 3차원으로 정밀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KAIST는 물리학과 박용근 교수 연구팀이 서울아산병원 홍승모 교수팀, 고려대 전석우 교수팀과 공동으로 ‘비간섭 유전체 텐서 단층촬영(iDTT)’ 기술을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광학 이방성은 물질 내부 분자 배열과 구조를 보여주는 특성으로, 빛이 통과할 때 방향에 따라 굴절률이 달라지는 현상이다. 연구팀은 이전에도 유전체 텐서 단층촬영(DTT) 기술을 개발했지만 기존 방식은 정밀 레이저 간섭계가 필요해 노이즈와 진동에 취약한 한계가 있었다.
이번에 개발한 iDTT는 LED 기반 비간섭 광원을 활용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했다. 연구팀은 빛의 편광과 각도를 제어해 총 48가지 독립 측정을 수행하고, 물질의 광학 반응을 3차원 유전체 텐서 형태로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기존 레이저 기반 DTT로는 노이즈에 묻혀 확인하기 어려웠던 미세 구조를 iDTT로 선명하게 복원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액정 입자 내부 분자 배열과 방사선 치료 후 대장 조직 섬유화 현상을 별도 염색 없이 정밀 분석했다. 또 석영과 염화칼슘 등 서로 다른 결정 물질도 광학 반응 차이만으로 자동 구분했다.
다결정 물질에서는 각 결정립 방향과 정합·부정합 상태까지 비파괴 방식으로 분석해 물질 내부 구조와 물성 간 관계를 확인했다.
기존에는 방사광 가속기·전자현미경 같은 대형 시설이나 진동에 민감한 레이저 간섭계가 필요했다. 하지만 이번 iDTT는 LED 조명을 사용하는 광학 현미경 크기 장비만으로 이축 이방성을 포함한 완전한 3차원 유전체 텐서를 정량 복원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이 반도체와 제약, 생의학, 디스플레이 산업 전반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공정의 결정립·접합부 3차원 검사와 의약품 다형체 자동 분류, 병원 병리실의 염색 없는 콜라겐·섬유화 분석, 액정 디스플레이 공정 검사 장비 등으로 확장 가능성이 제시됐다.
박용근 교수는 “대형 시설이나 파괴적 분석에 의존하던 이방성 측정을 소형 광학 현미경으로 구현할 가능성을 제시한 연구”라며 “비파괴 정밀 분석의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업 현장 적용을 위해 측정 속도 향상과 분야별 이방성 지문 데이터베이스 구축, 자동화·소형화 기술 개발 등이 추가 과제로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KAIST 이주헌 석박사통합과정 학생이 제1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포토닉스(Nature Photonics)’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