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살롱
수술 끝났는데 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할까
만성질환과 기력저하가 있어도 독립적인 생활을 이어가던 70대 박씨는 지난 겨울 아침 집 앞 빙판길에서 넘어져 고관절 골절상을 입었다. 다행히 응급수술은 무사히 끝났고, 가족들은 “뼈만 붙으면 예전처럼 걸으실 수 있겠지”라며 안도했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짧은 입원 후 쫓기듯 퇴원한 박씨는 제대로 된 재활치료를 받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왔고, 통증과 낙상 두려움에 침대에 누워 지내는 시간이 길어졌다. 급격히 진행된 근력저하와 ‘근감소증(sarcopenia)’은 일어설 힘마저 앗아갔다. 결국 한달 뒤 폐렴으로 다시 병원에 입원했다.
이 안타까운 이야기는 결코 특별한 사례가 아니다. 지금 우리 주변에서 흔히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우리나라 의료는 ‘치료’에는 강하다. 응급수술도, 중증질환 치료도 빠르고 정확하다. 그런데 치료가 끝난 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 즉 ‘재활’에서는 자주 길을 잃는다. 병은 고쳤다는데, 몸의 기능을 회복하지 못해 결국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는 이들을 병원을 전전하는 ‘재활난민’이라 부른다.
재활은 치료와 동시 시작해야 할 ‘필수치료’
왜 이런 뼈아픈 공백이 발생하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재활치료가 ‘제때’ 시작되지 않기 때문이다. 뇌졸중, 고관절 골절, 중환자 치료 이후에는 가능한 한 빨리 재활을 시작해야 기능회복이 잘된다. 쉽게 말해, 몸이 다시 움직이는 법을 잊기 전에 훈련을 시작해야 한다. 이 시기를 놓치면 같은 치료를 받아도 회복 속도는 느려지고, 기능적 결과는 크게 떨어진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수술이나 치료가 끝나면 “이제 퇴원하세요”라는 말과 함께 재활이 충분히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어느 병원으로 가야 하는지, 집에서 어떻게 운동해야 하는지, 누가 계속 관리해 주는지에 대한 안내도 부족하다. 결국 환자와 가족은 막막한 상태에서 각자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퇴원 이후도 문제다. 박씨는 폐렴 치료가 잘 되어 전신상태는 호전되었지만, 장기간 누워있다 보니 혼자서기와 걷기가 어려워졌다. 다행히 급성기 병원에서 재활병원(재활의료기관)으로 연계되어 입원재활 치료를 받고, 어느 정도 도움을 받아 서고 걷기가 가능해져 집으로 퇴원했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정한 보행과 낙상 두려움으로 침대에서 주로 지내고 외출하지 못한다.
많은 환자들이 가까운 병의원을 찾아가 재활치료를 받고 싶어 하지만, 외래재활치료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을 찾기보기 어렵다. 설사 외래재활을 제공하는 기관을 찾아도 치료 대기 환자가 많아 언제 치료 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지속적 재활(Rehabilitation Continuum)’. 손상과 질병 발생 직후부터 완전한 기능 회복 및 사회 복귀에 이르기까지 연속적이고 단계적으로 제공되는 재활서비스의 흐름을 뜻하는 이 문구에 매력을 느끼고 재활의학을 시작했던 필자 입장에서 우리나라 의료 현장 곳곳에서 툭툭 끊기고, 때를 놓치는 재활의료의 현실 앞에 안타까움이 그지없다. 많은 환자들이 필요한 재활치료를 이어가지 못해 힘들게 회복해 놓은 기능이 다시 떨어지고, 낙상이나 합병증으로 병원을 다시 찾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생각을 바꿔야 한다. 재활은 ‘나중에 하는 치료’가 아니라, 치료와 동시에 시작되어야 하는 ‘필수치료’다. 수술이 끝났다고 치료가 끝난 것이 아니다. 다시 걷고, 먹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까지가 치료의 완성이다.
이를 위해서는 몇가지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병원에 입원한 순간부터 재활 계획이 함께 세워져야 한다. 치료가 끝난 뒤가 아니라 치료 과정 중에 재활이 시작되어야 한다.
둘째, 병원에서 재활병원으로, 그리고 집으로 이어지는 ‘끊김 없는 연결’이 필요하다. 환자가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하지 않도록, 의료기관 간 연계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집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재활이 계속될 수 있어야 한다. 집으로 찾아오는 방문 재활, 가까운 병원에서 받는 외래 재활, 지속적으로 건강을 관리해주는 주치의 제도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이제는 잘 회복했는지를 물을 때
재활의 목표는 단순히 병을 고치는 것이 아니다. 다시 살아가게 하는 것이다. 박씨가 만약 수술 직후부터 재활을 시작하고 퇴원 후에도 꾸준히 치료를 이어갔다면 어땠을까. 아마 혼자 걸어서 집 안밖을 다니고, 가족과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는 일상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지금까지 “얼마나 잘 치료했는가”에 집중해 왔다. 이제는 “얼마나 잘 회복했는가”를 물어야 할 때다. 재활의료를 제대로 연결하는 것, 그것이 환자의 삶을 바꾸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