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급증…미국 전력망 비상
PJM “향후 10년간 전력 60GW 부족”
송전망 병목·발전소 조기 폐쇄가 화근
미 전기요금 최근 5년동안 22% 상승
미국 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망 개편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곳곳에서는 이미 전기요금 급등이 현실화되고 있으며, 대규모 전력부족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전력망 투자와 발전원 확충, 에너지정책 전반을 둘러싼 논쟁도 격화되고 있다.
PJM 인터커넥션의 CEO 데이비드 밀스는 최근 이해관계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현재 상황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가격과 예비전력, 투자 파이프라인 전반에서 구조적 스트레스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발전설비가 최대수요 감당 못해 = PJM은 미국 13개 주와 워싱턴DC 지역 약 6700만명에게 전력을 공급하는 미국 최대 전력망 운영회사다.
PJM은 2027년 중반부터 시작되는 1년 동안 최대수요와 예비전력을 충족할 충분한 발전설비가 현재 기준으로 확보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전력망이 정전 상황에 대응할 최소한의 예비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PJM 경영진은 신규 발전소 건설을 위한 “전례 없는 조치”가 없다면 실제 전력부족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PJM 시장설계 담당 이사인 레베카 캐럴은 60GW 부족 문제 해결에 약 1800억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문제는 이러한 전력난이 단순한 공급부족 차원을 넘어 미국가계 전기요금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와 미국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미국 평균 가정용 전기요금은 2025년 기준 kWh당 13.63센트로, 5년 전보다 22% 상승했다. 1년 전과 비교해도 5% 올랐다.
◆전기요금, 캘리포니아 27센트 vs 텍사스 10센트 = 지역별 격차는 꽤 크다. 캘리포니아 평균 전기요금은 kWh당 27.63센트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최근 3년 동안 23.73%, 5년 동안 53.5% 올랐다.
뉴욕은 21.62센트로 5년간 45.39% 상승했고, 워싱턴 D.C.는 20.34센트로 같은 기간 70.92% 급등했다. 메릴랜드 역시 16.83센트로 5년 동안 50.94% 상승했다.
반면 에너지 생산기반이 풍부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했다. 텍사스는 평균 전기요금이 10.18센트이었고 최근 5년 상승률도 21.77% 수준이었다.
테네시와 미주리는 각각 11.57센트 수준으로 5년 상승률이 20% 안팎에 머물렀다. 현대제철이 제철소 건립을 추진 중인 루이지애나는 최근 3년 기준 전기요금이 오히려 8.74% 하락했다.
미국 상공회의소는 보고서에서 “단순히 데이터센터 증가만이 전기요금 급등 원인은 아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비용상승의 핵심 요인은 발전원 구성, 인프라 부족, 정책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천연가스 공급망 부족, 송전망 병목, 발전소 조기 폐쇄,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발생하는 계통 안정화 비용 등이 전기요금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펜실베니아와 오하이오처럼 셰일가스 자원이 풍부한 지역은 최근 3년간 전기요금 상승률이 각각 18.97%, 16.82% 수준에 그쳤다. 반면 파이프라인 인프라가 부족한 북동부지역의 뉴잉글랜드는 제한된 천연가스 공급 때문에 높은 전력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기존 발전소 폐쇄를 동시에 추진한 지역의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캘리포니아와 뉴욕, 뉴잉글랜드 지역은 전력망 개보수, 탄소배출권 비용, 풍력·태양광 변동성 대응 비용 등이 소비자 요금에 반영되며 미국 내 최고 수준의 전기요금을 기록하고 있다.
◆‘요금인상’과 ‘소비자 부담’ 딜레마 = 전력망 확충 지연도 문제로 지목된다. 보고서는 “새로운 송전선·파이프라인·발전소 건설이 시급하지만 인허가 지연과 소송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이러한 일을 겪은 메인주의 평균 전기요금은 2025년 기준 kWh당 22.81센트로 5년 새 68%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PJM 내부에서도 현재 시장구조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밀스 CEO는 “발전소 건설 유도를 위한 가격체계 개편(요금인상)과 소비자 요금부담을 줄여야 하는 양 측면이 있다”면서 “발전사와 투자자, 소비자 모두 시장 규칙이 공정하고 안정적이며 신뢰할 수 있는 절차를 통해 만들어졌다고 믿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