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후보들 “입법 속도 우선…국민의힘 반성해야 협치”
박지원·조정식·김태년 3파전, 11~12일 권리당원 투표
6월 원구성 … ‘책임정치’ 강조, ‘입법독주 허용’ 예고
박 “당원 의견 반영”, 조 “정부와 호흡”, 김 “정부 견제”
22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을 놓고 겨루는 여당 후보들은 국민의힘을 겨냥해 “내란에 대한 반성이 없다면 대화와 타협도 없다”고 단정적으로 밝혔다. 또 ‘협치’나 ‘타협’보다는 ‘신속한 입법 속도’가 더 중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국회의장의 결단’을 강조했다. 과반 의석을 갖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손을 잡고 여당 출신 국회의장이 전반기보다 더 ‘입법 독주’에 나설 가능성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여당 권리당원과 대통령으로부터의 독립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강하게 반발하는 목소리도 내놔 주목됐다. 여당 국회의장후보를 뽑기 위한 권리당원 투표는 11~12일에 진행되고 13일엔 국회의원 투표가 예정돼 있다.
내일신문은 지난 6일에 여당 국회의장후보인 박지원, 김태년, 조정식 의원에게 ‘일하는 국회’, ‘대화와 타협’, ‘국회의장의 중립성과 국회의 독립성’에 대한 평가와 개선방안을 서면으로 물어 9일까지 답변을 받았다.
◆‘일하는 국회’ 어떻게 만드나 = 지난 2021년 여야는 상임위 전체회의를 매월 2회 이상, 법안소위를 매월 3회 이상 열도록 의무화한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지금껏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법안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계류 법안이 쌓여만 갔다.
후보들은 여야간 대치국면이 이어지면서 ‘민생법안’과 ‘의사일정’이 볼모로 잡혔다는 인식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었다. 그러면서 대안으로는 과반 여당 중심의 ‘책임 정치’를 내세웠다. 박 후보는 “정치는 협치가 최선이지만 타협을 빙자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국회는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슬로우트랙으로 변질된 패스트트랙 제도, 법사위 통과 법안의 본회의 부의 절차, 필리버스터 등에 대한 문제점을 검토해 보완하겠다”고 했다.
조 후보는 “충분히 듣고 조정하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합의 지연이 민생을 발목 잡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방치해선 안 된다”며 “6월 내 원구성을 완료하고 올 연말까지 이재명정부의 국정과제 입법을 모두 처리하겠다”고 했다. 이어 “협치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입법 속도”라며 “국민의힘이 계속 발목잡기를 한다면 책임 정치와 일하는 국회를 위해 상임위원장 전부를 민주당이 맡아야 한다”고 했다.
원내대표로 ‘일하는 국회법’ 통과를 주도한 바 있는 김 후보는 “회의를 열어야 한다는 원칙은 세웠지만 정당한 이유 없이 회의를 막거나 지연시킬 때 작동하는 장치가 충분하지 않았다”며 대표발의한 ‘일 잘하는 국회법’을 내놨다. 이 법안은 상임위원장이나 법안소위 위원장이 정당한 사유없이 전체회의나 법안소위를 열지 않으면 교체할 수 있게 했다. 재적위원 1/3 이상이 요구하면 사흘 이내에 반드시 회의를 열도록 강제하는 내용도 들어가 있다. 그는 “상임위 운영을 강제하면 숙의 과정이 많아지고 법안처리 속도도 빨라진다”고 했다.
◆‘대화와 타협’ 가능할까 = 후보들은 ‘대화와 타협’에 전제조건을 붙였다. 조 후보는 “국회가 국민이 원하는 과제(입법 성과)에 단호하게 결단하기보다 정당 간의 이해관계에만 매몰돼 대화의 본질을 잃었다”며 “여야 협치는 존중하되 민생과 직결된 사안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단호하게 매듭짓는 ‘책임정치’를 구현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극한 대치 상황일수록 중요한 것은 시간을 끄는 것이 아니라 책임있게 결론을 내는 것”이라며 “충분히 듣고 치열하게 조정하되 국민의 삶과 직결된 사안은 반드시 매듭짓겠다”고 했다.
김 후보는 ‘대화와 타협’ 부재의 원인으로 ‘국민의힘의 극우화와 책임정치 붕괴’를 짚고는 “헌정을 흔든 사태 앞에서조차 책임을 회피한다면 정상적인 대화와 타협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국민의힘이 책임을 인정해야 성찰이 가능하고 대화도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화와 협상은 끝까지 하되 결정을 해야 할 때는 단호히 책임 있게 결단하겠다”고 했다.
박 후보는 “국민의힘의 확실한 자기반성과 태도 변화가 없는 한 당분간은 여야의 대화와 타협은 어려울 것”이라며 “22대 후반기 국회의장 역할은 국민의힘의 반성을 이끌어 국회에서 정치를 복원하는 것”이라고 했다.
◆국회의 독립성은 어디로 = ‘여당이 청와대 여의도 출장소’라는 비판이 최근엔 ‘국회가 청와대 하수인’이라는 평가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회의장의 중립성과 국회의 독립성에 대한 의견은 엇갈렸다. 김 후보는 “삼권분립은 국회의장이 한 순간도 흔들림 없이 지켜야 할 헌정 원칙”이라며 “의장 선거에 대통령을 끌어들이는 방식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대통령과의 친소관계나 특정 정치적 관계를 국회의장 선거의 기준처럼 말하는 것은 삼권분립의 취지에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그는 “정부가 잘하는 일은 뒷받침하되 국회의 권한으로 견제도 해야 한다”며 “그것이 책임 있는 중립이고 삼권분립의 정상적 작동”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장이 당적을 내려놓는 것은 특정 정당의 이해를 넘어 국민 전체와 국회 전체를 기준으로 판단하라는 뜻”이라며 “더 큰 책임을 맡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박 후보와 조 후보의 입장은 크게 달랐다. 박 후보는 “국회의장은 정당의 추천을 받는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요구와 당원의 의사를 반영해야 한다”며 “당심이 민심이고 이재명정부의 성공이 결국 민주주의”라고 했다. 조 후보는 “국회의장은 정부가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조율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며 “여당 출신 국회의장으로 정부와 소통하고 국민을 중심에 둔 균형 있는 판단을 하겠다”고 했다. 이어 “이재명정부와 안정적으로 호흡하며 국정과제를 완수하는 것이 곧 민생을 지키는 길”이라며 “정부와 소통이 원활한 인사가 의장을 맡는 것이 국정 혼란을 막고 입법 성과를 극대화하는 강력한 동력”이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