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시대, 반도체와 농업의 산업동맹 필요
6일,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장중 7400선을 돌파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과 초거대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한국 반도체 산업은 다시 세계 경제의 중심에 서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AI는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 산업이기도 하다. 생성형 AI는 학습과 추론 과정에서 기존 IT 서비스보다 훨씬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하며, AI 서버와 데이터센터는 24시간 대규모 전력을 소비한다. 앞으로 AI 산업 경쟁은 단순한 기술경쟁을 넘어 “누가 지속가능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의 경쟁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 경쟁력, 재생에너지 확보 능력에 좌우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RE100이 있다.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자발적 참여 캠페인인 RE100은 이제 글로벌 제조업의 사실상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들은 협력업체들에게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요구하고 있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RE100 참여 기업이다. 앞으로 반도체 경쟁력은 기술뿐 아니라 안정적인 재생에너지 확보 능력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한국의 낮은 재생에너지 발전량이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최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반도체 산업은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하지만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는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재생에너지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장기적으로 TSMC 등 경쟁기업과의 공급망 경쟁에서 불리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이 위기의 해답이 농촌에 있다면 어떨까. 현재 한국 농촌은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심각한 지역소멸 위기를 겪고 있다. 이러한 농촌 위기와 RE100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영농형태양광과 햇빛소득마을이다.
영농형태양광은 농지 위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고 농사를 병행하는 방식이다. 농민들은 농산물 판매 외에도 전력 판매를 통해 안정적인 ‘햇빛소득’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러한 모델이 확산된다면 지역경제 활성화와 농촌소멸 완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산업과 농촌이 함께 살아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기업들은 안정적인 재생에너지 확보가 필요하고, 농촌은 새로운 소득과 지속가능한 발전 모델이 필요하다. 반도체 기업들이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을 통해 농촌의 영농형태양광 전력을 구매한다면 기업은 RE100 달성에 필요한 재생에너지를 확보하고, 농촌은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이는 산업과 지역이 공존하는 한국형 에너지전환 모델이 될 수 있다.
농촌과 지방이 에너지 생산 주체로
일부에서는 원자력 확대를 대안으로 제시하지만 RE100은 원자력을 인정하지 않는다. 원자력은 재생에너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핵폐기물과 온배수 문제 역시 미래세대에게 장기적 부담을 남긴다. 반면 재생에너지는 분산형 전원으로 지역과 함께 성장할 수 있다. 태양광과 풍력, 햇빛과 바람은 수입 연료가 필요 없는 탄소제로 국산에너지이며, 농촌과 지방이 에너지 생산의 주체가 될 수 있다.
한국의 미래는 반도체 공장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농촌의 태양 아래에도 있다. 영농형태양광과 햇빛소득마을을 중심으로 반도체기업과 농업계가 협력하는 구조를 만든다면 한국은 AI 시대의 산업경쟁력과 지역균형발전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임송택
한국전과정평가학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