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용적률로 집값 잡을 수 있을까

2026-05-12 13:00:04 게재

우리나라 재건축과 재개발사업에서 조합원들의 목표는 명확하다. 추가 분담금은 최소화하면서 더 넓고 쾌적한 새집을 장만하는 것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선택지는 사실상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용적률을 최대한 확보해 일반분양 주택수를 늘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일반분양 가격을 높여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집값과열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이 심각한 상황에서 분양가 인상은 선택지가 되어서는 안된다. 따라서 정비사업의 성패는 용적률이 관건이 된다. 그런데 이 용적률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정비사업은 집값이 오를 때까지 추진력을 잃고 멈춰 선다. 재건축 사업의 평균 추진 기간이 12년을 훌쩍 넘기는 배경에는 이러한 ‘기다림의 경제학’이 깔려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도심 내 주택 공급이 극도로 위축된다는 점이다. 이렇게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가 서울과 수도권 핵심지의 집값을 밀어 올리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는 것이다.

시대적 변화와 ‘컴팩트 시티’의 당위성

정부와 지자체 역시 재건축·재개발 활성화의 핵심이 용적률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실무현장으로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당국은 용적률 상향을 ‘특혜’로 간주하는 경향이 강하다. 특정 단지의 용적률을 높여주면 막대한 개발이익이 사유화된다는 비판을 의식해 이를 상쇄할 만큼의 과도한 기부채납을 요구하게 된다. 여기서 ‘용적률의 착시현상’이 발생한다. 용적률 수치 자체는 올라간 것처럼 보이지만 기부채납으로 대지면적이 줄어들거나 비용이 증가하면 조합이 체감하는 실질적인 사업성은 크게 개선되지 않는다.

우리는 주거환경 보호라는 명목 하에 30년 전의 획일적인 용적률 기준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30년 사이 인구구조와 라이프스타일은 완전히 변했다. 1990년대 가구당 평균 거주인구는 4명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2.2명으로 급감했다. 반면 1인당 주거 면적은 4배 가까이 확대되었다.

과거엔 2500세대당 초등학교 1개가 필요했다면, 현재의 소가족 환경에서는 4000세대는 되어야 학교 운영이 가능한 수준이다. 즉, 용적률이 낮아서 기반시설이 부족해지는 ‘용적률의 역설’이 발생하고 있다. 이제는 자연환경 보전과 에너지 효율화를 위해 도시를 고밀도로 집약시키는 ‘컴팩트 시티(Compact City)’로의 전환이 필연적이다.

뉴욕은 최근 주거 용도 용적률(R12)을 최대 1800%까지 파격적으로 높였고, 파리와 런던은 진작에 일률적인 상한기준을 폐지했다. 이는 규제철폐가 아니라, 개별 필지의 특성에 맞춰 당국과 개발자가 최적의 용적률을 협의로 결정하는 유연한 관리 체계로의 진화를 의미한다.

과감하되 전략적인 용적률 운용 필요

도심 경쟁력을 높이고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대폭적인 용적률 상향이 필요하다. 그러나 단순히 선거철 공약처럼 ‘용적률 2배 상향’ 식의 선언적 접근은 위험하다. 상향 기대감이 발표되는 즉시 지가에 반영되어 정작 사업성 개선 효과는 사라지고 집값만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용적률 상향의 혜택이 사유화되지 않고 공공의 이익으로 환수될 수 있도록, 어느 시점에 어떤 방식으로 완화할지에 대한 정교한 용적률 운용 전략이 필요하다.

인구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 도시의 용적률 전략은 더욱 치밀해야 한다. 가시적인 성과를 빠른 시간 내에 내기 쉬운 외곽 개발에 치중하고 있는데 외곽 개발은 원도심의 인구를 흡수해 도심 공동화를 가속화할 뿐이다. 원도심의 밀도를 높여 정주 여건을 개선하고 상권의 집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무너져가는 지방 도시를 살리는 유일한 길이다. 용적률은 단순한 건축규제가 아니라, 국가의 주택정책과 도시의 운명을 결정짓는 가장 강력한 전략적 자산임을 이해해야 한다.

김상문 한국용적률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