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으로 이어진 ‘국민배당’ 논란
여당 내 시각차 … “개인 아이디어” vs “성장 과실 환류 체계”
청와대 “반도체 초과세수 활용 방안 검토 사실 아냐” 선 긋기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소셜미디어(SNS)에 ‘국민배당금’ 구상을 올린 것을 계기로 정치권 안팎에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국민의힘의 집중공세 외에도 여당 내에서 시각차가 감지된다. 청와대에선 김 실장의 개인 의견이라는 입장을 유지하며 거리를 두고 있다.
14일 일부 언론에서 초과세수 활용 방안 검토를 청와대 차원에서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청와대는 즉각 선 긋기에 나섰다.
청와대는 언론 공지문에서 “반도체 초과세수 활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날 한겨레신문 등 일부 언론에서 김용범 실장이 류덕현 재정기획보좌관 등에게 초과세수 활용 방안 검토를 지시했다는 보도를 한 데 대해 부인한 것이다.
다만 청와대는 “정부는 경기 상황, 세수 여건, 재정투자 방향 등을 상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내년 예산을 짜려면 세수에 대해 들여다보는 것은 당연한 절차”라면서 “그 절차와 김 실장의 ‘국민배당’ 제안을 연동시키면 안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반도체 호황 등으로 인한 초과세수를 사회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가칭 국민배당금이라는 이름으로 제안한 바 있다.
이 제안을 놓고 국민의힘이 ‘사회주의’라며 집중 공세를 펴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내에서도 반응이 엇갈리며 논란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국가가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고, 그 성장의 과실이 국민 모두에게 돌아가도록 환류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이미 국정 과제”라며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어떻게 설계할지는 열려 있고, 그 논의를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 의원은 AI·로봇 시대의 도래와 노동소득 감소라는 현상을 진단하며 기본소득 논의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진 의원은 “일론 머스크도 AI시대에는 보편적 고소득 배당을 정부가 해야 한다고 했고, 샘 알트만도 기본소득 실험을 했다”며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노동소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초과이윤을 통해 국민의 삶을 안정시키는 논의가 제기돼 왔고, 중요한 논의”라고 주장했다.
반면 같은 당 김영진 의원은 당정청 간 사전 조율 없이 이뤄진 발언 방식에 우려를 나타냈다. 김 의원은 같은 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김용범 실장의 개인적인 생각이지, 당정청이 논의해서 진행하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이런 시기에는 정제되고 준비되고 조정된 발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다만 초과이윤과 초과세수 개념을 혼동해 정치적 공격이 이뤄지고 있는 데 대해선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초과세수는 기업의 법인세와 그에 따른 소득세 등 추가 세수를 말하는 것이지, 기업이 가지고 있는 초과이윤에 다시 세금을 매기는 것이 아니다”라며 “마치 초과이윤에 대해 추가 과세하는 것처럼 공격하는 것은 사실관계를 오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번 논란이 마치 기업의 초과이윤을 국민들에게 나눠주려고 한다는 식으로 오독되고 있는 데 대해 경계감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13일 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김 실장이 한 말은 ‘AI 부문 초과이윤으로 발생하는 국가의 초과세수를 국민배당하는 방안 검토’”라고 명확히 정리했다.
그러면서 “김 실장이 이를 부인하고 초과세수 배당 검토 주장이었다며 해명 아닌 설명을 친절하게 하고 관련 보도까지 났음에도 음해성 보도를 하는 이유가 뭘까”라고 반문하며 “정치적 비난이나 비판도 사실에 기반하지 않으면 민주주의를 해치게 된다”고 덧붙였다.
‘국민배당’이라는 용어 선택 자체가 논란의 씨앗이 됐다는 지적도 있다. 진 의원은 “표현은 국민배당이지만 구체적인 프로그램은 열려 있다”며 청년 창업 자산 지원, 농어촌 기본소득, 예술인 지원, 기초연금 강화 등 다양한 방식이 검토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