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찬 칼럼
자치단체장 후보님들, 로코노미 아시나요
로컬 브랜드하면 흔히 대전 성심당이나 군산 이성당을 떠올릴 것이다. 이들 빵지순례 코스 말고도 역사와 문화, 특유의 제조 기법을 자랑할 만한 브랜드들이 많다. 지식재산처가 5월 발명의 달과 제61회 발명의 날(5월 19일)을 맞아 지역 브랜드 가치 재발견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캠페인을 전개하며 손잡은 주류기업들이 그런 경우다.
이번 협업에 대선주조(부산) 금복주(대구·경북) 보해양조(광주·전남) 선양소주(대전·세종·충남) 무학(울산·경남) 충북소주(충북) 한라산(제주) 등 지역을 대표하는 7개사가 참여했다. 소주병 라벨에 ‘지식재산으로 지역경제에 활력을’ 문구를 넣었다. QR 코드를 찍으면 전국에서 운영하는 지역지식재산센터(RIPC) 홈페이지로 연결된다. RIPC는 지역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지식재산권 관련 업무 지원, 예비창업자 아이디어 상담, 유관기관 사업 연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6.3 지방선거에 나선 자치단체장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인공지능(AI)·반도체공장 유치 공약을 내놓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전국 모든 지자체가 첨단산업으로 무장하기도, 대규모 투자를 해내기도 어렵다. 많은 지자체들이 원하는 AI·반도체·데이터센터 등의 배치는 전력 등 에너지 지산지소(地産地消, 지역생산 지역소비) 원칙, 첨단산업의 경쟁력, 국토균형발전 등 국가 차원에서 논의해 결정할 과제다.
로컬 브랜드, 빵지순례 코스만 있지 않다
이런 측면에서 개별 지자체들은 현재 지역경제를 지탱하며 고용도 책임지는 로코노미(Loconomy) 활성화에 보다 집중할 필요가 있다. 로코노미는 로컬(Local)과 경제(economy)의 합성어로 지역이 보유한 자원과 문화를 지역민들 손으로 되살려 지역이 먹고 살 길을 일구는 것이다. 소멸을 걱정하던 지역이 아이디어와 도전정신으로 희망과 가능성을 만들어가는 사례는 적지 않다.
전북 장수는 2022년 첫 대회 이후 수천 명씩 모이는 ‘트레일러닝(산악달리기) 성지’로 거듭났다. 변화를 이끈 주인공은 아내의 고향에 귀촌한 30대 청년이다. 직접 주변 산을 오르내리며 트레일레이스 코스를 개발한 그의 도전은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동력이 되었다. 대회가 열리는 날이면 산골마을은 축제의 장으로 바뀐다. 주민들은 응원과 자원봉사로 힘을 보태고, 상점과 음식점은 손님들로 활기가 넘친다.
충북 충주 원도심 옛 관청 인근 골목길로 한때 빈집이 절반을 넘었던 ‘충주 관아골’은 청년창업과 문화 콘텐츠가 유입되며 ‘일하고 머무는 공간’으로 되살아났다. 관아골 재생의 핵심은 협동조합과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한 협업 시스템이다. 개별 창업자가 초기 비용과 운영 리스크를 홀로 감당하지 않고 기획·운영·홍보를 함께 하며 부담을 분산했다. 그 결과 서울 등 외지에서 온 청년 창업자들이 빈집과 노후 점포를 허물지 않고 리모델링해 카페·숙박·책방·공방·다이닝바 등 다양한 업종으로 정착했다.
전북 익산 고구마와 경남 창녕 마늘, 전남 진도 대파 등은 햄버거 메이커가 재료로 쓰며 광고해 널리 알려졌다. 지역과 기업이 손잡는 상생 로코노미에는 매출 등 숫자로 표시하기 어려운 가치가 담긴다. 기업이 지역 농산물을 주재료로 씀에 따라 지역은 이름과 농산물 판로를 되찾았고, 기업은 신뢰를 얻었다. 농민은 땀과 노동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3월 여행수지가 1억4000만달러 흑자를 냈다. 월간 여행수지 흑자는 2014년 11월 이후 11년 4개월만이다. BTS 복귀 공연을 보려는 아미 팬 등 3월 외국인 입국자가 처음으로 200만명을 넘어선 덕분이다. 모처럼의 여행수지 흑자 기회를 지속시키자. 그러려면 한국을 찾은 외국인이 두 번 세 번 오고 싶게 해야 한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 서울과 수도권을 넘어 지역을 두루 찾도록 이끌어야 한다.
지난해 전세계 관광객이 15억명을 넘어섰다. 그 중 한국을 찾은 외국인은 1894만명, 1.26% 수준이다. 관광은 외화를 벌어주고 고용효과도 크다. K-관광을 업그레이드해 국내에서 ‘관광 외수(外受)’를 일으키면 장기화한 내수침체를 보충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최근 외국인들이 즐기는 등산과 템플스테이, 전통차 체험 등을 연계하는 관광상품을 개발하자.
지방 성장 위해 로컬브랜드 더 육성해야
이재명정부가 내세운 ‘지방주도 성장’이 가능하려면 보다 많은 로컬 브랜드를 육성해야 한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귀촌·귀농을 생각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서울과 수도권에만 멋지고 좋은 것들이 존재하지 않음을 보여줘야 한다.
로코노미는 거창한 개발 프로젝트가 아니다. 지역 특성을 살리고, 참신한 콘텐츠를 갖추면 서울 사람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들도 찾는다. 주민과 지자체·공공기관이 힘과 지혜를 모아 지역 자원과 자연, 역사, 문화, 특산물을 활용해 저마다의 방식으로 길을 개척하면 지방이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 서울 및 수도권과 차이나는 지역내총생산(GRDP)도 증대시킬 수 있다.
경제저널리즘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