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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만난 디지털 트윈 “정책 결정까지 지원하는 시대 온다”

2026-05-18 13:00:20 게재

김성호 이지스 이사회 의장 인터뷰 … AI 결합으로 재난·도시문제 해결

디지털 어스 위에 모든 데이터 연결… 유튜브형 공간정보 플랫폼 지향

“디지털 트윈은 결국 현실 세계를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기술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인공지능(AI)과 결합해 정책 결정 자체를 지원하는 단계로 갈 것입니다.”

김성호 이지스 이사회 의장은 내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디지털 트윈 산업의 미래를 이렇게 정의했다.

과거 디지털 트윈이 단순한 시뮬레이션과 시각화 수준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AI와 결합해 최적의 의사결정안을 제시하는 ‘공간 인텔리전스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 세계를 가상공간에 동일하게 구현한 뒤 시뮬레이션과 분석을 통해 최적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기술이다. 스마트시티 재난관리 교통 에너지 국토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김성호 이지스 의장이 사업계획과 회사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이재호 기자

◆전 세계 5개 기업만 가능한 기술 = 코스닥 상장사인 이지스는 국내 대표 디지털 트윈·3D 지리정보시스템(GIS) 기업으로 꼽힌다.

2001년 설립 이후 국내 최초로 3D GIS 엔진을 개발했고, 이를 기반으로 ‘디지털 어스(Digital Earth) 플랫폼’을 구축했다. 김 의장은 “디지털 어스 위에 모든 데이터가 하나 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회사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지스의 핵심 경쟁력은 ‘디지털 어스 플랫폼’이다. 이는 전 세계 공개 데이터를 통합해 구축한 3차원 공간 플랫폼으로, 사용자는 드론·위성·건물·도로·컴퓨터지원설계(CAD) 등 다양한 데이터를 웹 환경에서 쉽게 결합하고 분석할 수 있다.

김 의장은 “디지털 트윈은 단순 시각화 기술이 아니라 데이터를 통합하고 미래 상황을 예측하는 기술”이라며 “LOD(Level of Detail), 빅데이터 처리, 데이터 가공 기술 등 복합 원천기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기술 장벽이 높은 산업 특성을 강조했다. 김 의장은 “디지털 어스를 자체 구축·운영할 수 있는 기업은 미국·중국·한국 등 3개국 5개 기업에 불과하다”며 “국내에서는 이지스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회사는 20년 넘게 원천기술 개발에 집중해왔다. 현재 30명 이상의 핵심 연구진이 디지털 어스와 공간정보 플랫폼 기술 개발에 전담 투입돼 있다. 김 의장은 “기술만이 오래가는 회사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으로 연구개발 투자를 지속해왔다”고 말했다.

연구개발(R&D) 투자액은 2024년 20억7000만원에서 2025년 27억6000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 매출 대비 R&D 투자 비율은 13.0% 수준이다.

기술 경쟁력 측면에서는 글로벌 빅테크와 차별화를 강조하고 있다. 이지스 플랫폼의 메모리 처리속도(Read/s)는 2만1000 수준으로, 비교 대상 글로벌 플랫폼 대비 약 21배 빠르다는 설명이다. 응용프로그램영역(API) 개수 역시 1600개로 글로벌 경쟁사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오픈소스 기반 플랫폼과의 차별성도 강조했다. 이지스는 단순 지도 시각화 영역은 오픈소스를 활용하지만, 대용량 3D 공간데이터의 실시간 처리, 좌표 자동 정합, 디지털 어스 구축·운영 등 핵심 영역은 자체 IP(지식재산)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지스, 핵심특허 33건 보유 = 이지스가 보유한 핵심 특허는 33건에 이른다. △2차원 도면 데이터를 자동으로 3차원으로 변환해 공간에 구현하는 기술 △평면 기반 3D 모델을 디지털 어스 기반 데이터로 회전·변환하는 기술 △대용량 지형·영상·시설물 공간데이터를 구조화해 인터넷으로 스트리밍 서비스하는 기술 등이다.

김 의장은 AI 기술이 접목되면서 디지털 트윈 산업의 대중화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태풍이나 폭우 발생 시 단순히 이동 경로를 보여주는 수준을 넘어 특정 지역에서 어떤 피해가 예상되는지 실시간으로 분석·예측하고 대응 방안까지 제시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글로벌 디지털 트윈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MarketsandMarkets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 트윈 시장 규모는 2022년 45억달러에서 2027년 453억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58.7%에 달한다. 국내 시장 역시 2021년 938억원에서 2026년 1조775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지스는 현재 한강홍수통제소, 수자원공사 댐 관리 시스템 등 재난·물관리 분야 디지털 트윈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김 의장은 “폭우가 발생했을 때 어느 지역에서 침수가 발생할지, 언제 통제를 해야 하는지 등을 디지털 트윈 기반으로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당 기술이 단순 산업 솔루션을 넘어 사회 문제 해결에도 활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통체증 미세먼지 소음 재난 등 대부분의 도시 문제가 공간에서 발생하는 만큼 공간정보 기반 기술이 핵심 해결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ODA·유럽 프로젝트 확대, 해외시장 공략 = 글로벌 시장 확대도 본격화되고 있다. 이지스는 현재 베트남 캄보디아 우즈베키스탄 몽골 파라과이 등 9개국에서 공적개발원조(ODA) 기반 공간정보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또 인도네시아에서는 3차원 입체지적 토지행정 플랫폼 사업을 추진 중이다. 현지 전문가들이 자국 법·제도에 맞게 플랫폼 구조를 직접 수정·확장할 수 있도록 한 ‘개방형 커스터마이징 구조’가 강점으로 꼽힌다.

네덜란드의 100년 역사를 가진 국립연구기관 TNO와의 협업도 진행 중이다. 이지스는 홍수 발생 시 교통 흐름 변화 예측 모델의 기술 검증을 추진하고 있다. 김 의장은 “전 세계적으로 검증된 모델을 플랫폼에 적용해 데이터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연합(EU)의 데이터 주권 프로젝트 ‘가이아-X(GAIA-X)’ 참여도 주목된다. 이지스는 독일항공우주청과 함께 유럽 데이터 유통 플랫폼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김 의장은 “유럽은 미국과 중국 플랫폼 종속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안을 찾고 있다”며 “데이터 가시화와 유통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 많지 않다”고 말했다.

나아가 B2G·B2B 사업을 넘어 B2C 플랫폼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일반 사용자들도 디지털 어스 위에 데이터를 올리고, 서비스 이용량에 따라 수익을 공유하는 ‘유튜브형 공간정보 플랫폼’을 지향한다는 설명이다. 이지스는 연구자들이 연구 성과를 디지털 트윈 기반으로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과 일반 사용자를 위한 AI 기반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최근 회사는 사업 구조 역시 빠르게 바꾸고 있다. 과거 공공기관 대상 구축형 용역 사업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구독형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플랫폼 기업으로 체질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이지스의 구독 서비스 매출은 2024년 14억6000만원에서 2025년 25억5000만원으로 74% 증가했다. 반면 구축 용역 매출은 같은 기간 46% 감소했다.

김 의장은 이를 두고 “단기적으로는 매출 감소처럼 보일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플랫폼·구독 기반 체질 전환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예전에는 시스템을 한 번 구축해주고 끝나는 구조였다면 이제는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관리하는 서비스형 모델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스는 ‘데이터 누적형 구조’를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공공기관에 플랫폼이 한 번 도입되면 이후 데이터·운영·유지관리 서비스가 누적되고, 그 위에 구독형 서비스가 추가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김 의장은 앞으로 디지털 트윈 산업이 ‘과학 행정’ 시대를 열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AI를 활용해 침수 예방용 하수관 설계, 도로 포장 우선순위, 도시 재개발 방향 등을 데이터 기반으로 제안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디지털 트윈은 단순 정보 제공을 넘어 정책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핵심 인프라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1분기 매출 42% 증가 “주주와 소통 강화” = NH투자증권 추정 손익계산서에 따르면 이지스는 2026년 470억원, 2027년 550억원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230억원과 비교하면 괄목한 만한 성장세다. 올 1분기 매출은 5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2.2% 증가했다.

다만 최근 주가 하락과 관련해서는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현재 사업 운영과 경영 활동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지속적인 수주 확대와 신규 사업 기회 확보를 통해 중장기 성장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시장 변동성과 투자심리 위축 영향으로 주가 변동성이 커졌지만 주주 및 투자자와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며 “책임 있는 경영과 실질적인 성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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