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교육교부금, 이번엔 반드시 개혁하자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이 지방선거에서 다시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교육감 후보들이 선심성 공약을 쏟아내고 있어서다. 그것도 현금 지원성 공약이 주류를 이룬다. 중고교 신입생 1인당 100만원의 마중물 교육펀드, 초중고 신입생 입학준비금 30만원, 고교 3학년 사회진출지원금 100만원, 초등학교 3학년부터 매월 학생 교육수당 10만원, 초중고교생 등하교 대중교통비 지원, 만 3~5세 유아 완전 무상교육, 학원비 40%를 부담하는 공립형 학원 설립, 사교육비·문화생활비 보전 바우처 연간 50만원, 사교육 대책으로 유치원 원아와 초중고 학생 1인당 연간 120만원 지급, 운전면허 응시비 지원, 치과 진료비 지원….
손꼽을 수 없을 정도다. 진보와 보수 진영을 가릴 것 없다. 돈 뿌리기 경쟁에는 남아도는 교육교부금이 도사리고 있다. 방만한 교육교부금은 도마 위에 오른 지 오래다.
교육감 후보들 교육교부금으로 돈뿌리기 선심성 공약
교육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가 자동 배정되도록 법률로 정해졌다. 해마다 세금으로 걷히는 돈이 늘어나자 교육교부금도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전체 예산의 10%에 이르는 막대한 규모다. 2015년 39조4000억원이던 교육교부금은 올해 4월 추경에서 4조8000억원이 추가되면서 76조4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예상 실적을 바탕으로 올해 법인세 납부액을 추정하면 75조~105조원에 달한다. 전년 대비 100조원 가까운 세수가 늘어난다. 현행법을 적용하면 내년 교육교부금은 무려 20조원이나 폭증한다.
같은 기간 초중고 학생 수는 616만명에서 올해 483만명으로 22%나 줄었다. 한국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생 1인당 교육비는 각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155%와 179%에 이른다. 초과 세수가 발생할 때마다 20.79%를 자동으로 배정하는 게 타당하냐는 의견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교육청 16곳에는 해마다 5조~8조원의 이월·불용액이 쌓인다. 곳간이 넘쳐나니 후보들이 이를 쌈짓돈처럼 여겨 선심성 공약 경쟁을 벌인다. 정부가 돈을 써야 할 곳은 숱하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복지 수요와 미래를 위한 연구개발 같은 분야다. 이런 상황에서 유독 초중고 교육예산만 비효율적으로 낭비되는 것은 국가 재원 배분의 실패일 뿐이다.
교육교부금이 교육감의 ‘쌈짓돈’으로 변질됐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고교생에게 진로활동지원금 명목으로 20만원씩 지급한 교육청이 있었다. 서울의 한 특성화고는 입학 홍보 명목으로 해마다 관내 중3 학생들에게 텀블러를 나눠 준다. 여러 해 동안 노트북과 태블릿PC를 무상 배포하고 교직원들에게 무이자 대출을 해 주는 등 현금·복지 명목 사업에 써댄 교부금이 3조5000억원이나 되는 곳도 나왔다.
그런데도 대한민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난주 학교 현장의 고정비 부담과 미래교육 수요를 고려하면 교육재정이 여전히 빠듯하다는 주장을 폈다. 유보통합이나 늘봄학교 운영, AI 디지털 교육처럼 많은 재정을 수반하는 사업이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동안 재정 집행 상황을 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학령인구 감소 추이를 반영하지 않으면 2060년 1인당 교육교부금액이 2020년의 5.5배로 급증해 소득과 물가 상승 범위를 초과할 것이라고 한국개발연구원은 예상한다.
개발도상국 시절인 1971년 도입된 교육교부금은 교육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안성맞춤 역할을 했다. 55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세금낭비, 비효율이라는 불명예 꼬리표가 달렸다. 연간 100만여명이 태어나던 시절 도입된 제도를 출생아 수가 20만명대로 줄어든 지금까지 방치한 결과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교육교부금 제도의 개편 의지를 밝혔으나 쉽지 않은 관문이 남아 있다. 오래전부터 법 개정 요구가 거셌음에도 소극적 태도로 일관한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표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국회가 여간해선 움직이지 않는다.
공론화 거쳐 교육교부금 개혁 반드시 마무리해야
초중고교로 사용처를 한정한 교육교부금의 칸막이를 허물어 대학 교육이나 평생교육, 직업 재교육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인공지능(AI) 시대의 교육환경 개선에 충분한 투자가 이뤄지려면 학생 수만 보고 조정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교육계 내부에 있긴 하다. 그걸 고려하더라도 교육교부금 개혁은 시급하다. 지방선거가 끝난 뒤 내년 예산안 편성 지침이 확정되기 전에 공론화를 거쳐 교육교부금 개혁을 반드시 마무리해야 한다.
김학순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