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AI 전쟁, SW 벗어나 로봇 몸체로
중국 로봇 설치 9배 육박
미국은 두뇌, 중국은 몸체
인베스팅닷컴은 17일 알파인 매크로 보고서를 인용해, AI 경쟁의 승부처가 연산 능력에서 산업 규모와 현장 배치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AI의 두뇌인 반도체와 소프트웨어에서 앞서지만, 중국은 로봇의 몸을 만드는 제조망과 공급망에서 우위를 굳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핵심은 구현 지능이다. 로봇 AI는 인터넷 문서를 학습하는 대규모 언어모델과 달리, 공장과 물류창고, 생산라인에서 실제로 물건을 집고 옮기고 조립하는 과정에서 데이터를 축적한다. 화면 속 AI가 언어와 이미지를 학습한다면, 로봇 AI는 현실 세계에서 움직이며 시행착오를 학습한다. 이 때문에 로봇을 얼마나 많이, 얼마나 싸게, 얼마나 촘촘하게 현장에 배치할 수 있느냐가 AI 경쟁의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중국의 우위가 뚜렷하다. 국제로봇연맹 IFR에 따르면 중국의 연간 산업용 로봇 설치 대수는 29만5000대를 넘는다. 미국의 3만4200대와 비교하면 8배가 넘는다.
중국은 제15차 5개년 계획에서 구현 지능을 국가 발전의 핵심 축으로 명시하고, 관련 경제개발 기금에 수십억달러를 투입하고 있다. 우한 후베이 인간형 로봇 혁신센터 같은 국가 지원 로봇 훈련 시설도 운영 중이다. 이 시설은 하루 약 100시간의 유효한 구현 데이터를 생성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댄 알라마리우 알파인 매크로 수석 지정학 전략가는 AI에서 승리하려면 국가자본주의가 필요하다며, 미국식 모델이 엔비디아 같은 첨단 반도체와 고성능 소프트웨어, 정교한 시뮬레이션에 강점을 갖는다면, 중국식 모델은 정부 자금과 제조 클러스터, 공급망을 결합해 실제 제품을 빠르게 만들고 가격을 낮추는 데 강하다는 설명이다.
기업 사례로는 중국 로봇 업체 유니트리가 꼽힌다.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로봇 판매량은 2023년 5대에서 2025년 1~9월 3551대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평균 판매가격은 약 59만3000위안(약 1억3000만원)에서 16만8000위안(3700만원)으로 낮아졌다. 대량 생산이 가격 하락을 낳고, 데이터 축적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공급망에서도 중국의 장악력은 크다. 알파인 매크로는 중국이 전 세계 핵심 하드웨어 부품의 약 80~90%를 공급하고, 로봇 관절을 움직이는 모터에 필요한 고성능 영구자석 시장의 93%를 장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성능 로봇 모터에 필요한 중희토류 가공 비중은 약 99%에 이른다. 로봇의 지능을 설계하는 능력만큼이나, 모터와 자석, 부품을 안정적으로 조달해 낮은 비용으로 조립하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물론 미국의 우위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미국은 첨단 반도체와 로봇 소프트웨어, 엔비디아 코스모스 같은 정교한 가상 훈련 기술에서 여전히 앞서 있다.
그러나 보고서는 미국이 물리적 로봇을 대량 생산하고 현장에 깔아 실제 데이터를 축적하는 단계에서는 아시아 제조망에 구조적으로 의존하고 있다고 봤다. 결국 AI 경쟁은 더 강력력한 모델과 더 빠른 칩을 넘어, 그 지능을 실제 기계에 싣고 현실 세계의 데이터를 얼마나 빨리 축적하느냐의 싸움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