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석 칼럼

자율주행차, 음주운전 문법을 흔들다

2026-05-19 13:00:02 게재

지난 5월 13일 새벽 술을 마시고 자율주행 모드(FSD) 상태의 테슬라를 타고 가던 운전자가 상식을 흔들었다. 그는 경기도 수원에서 음주운전 단속에 걸렸다. 혈중 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 지금은 음주운전 단속 대상이 분명하다. 하지만 앞으로 자율주행 수준이 높아지면 그때도 단속 대상일까. 이 뉴스를 접한 적지 않은 사람이 그런 생각을 했다.

자동차 자율주행 기술은 레벨 0부터 5까지 나뉜다. 미국의 민간 자동차 전문가 단체인 SAE 인터내셔널이 2014년 만든 분류인데, 미국 교통부와 UN이 공식 채택하면서 사실상의 국제 기준이 됐다. 레벨 2까지는 사람이 운전의 주체다. 레벨 4부터는 비상상황도 차가 스스로 처리한다. 레벨 5는 핸들도 페달도 없이 차가 완전히 혼자 달린다.

테슬라는 자사의 FSD(Full Self-Driving의 줄임말)를 레벨 2로 공식 분류하고 있다. 이는 기술의 한계 때문만은 아니다. 레벨 3부터는 책임 구조가 복잡해지고, 레벨4부터는 제조사가 책임져야 한다. 테슬라가 스스로 레벨 2로 분류했기에 사고 책임은 운전자가 져야 한다. 미국 학계 일각에서는 FSD의 실제 수준이 레벨 3, 4에 해당함에도, 테슬라가 규제 회피를 위해 레벨 2를 고집한다고 비판한다.

일론 머스크 CEO는 2026년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운전자 개입이 필요 없는 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을 빠르면 올 4분기에 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는 2018년 이후 반복된 약속 지연의 연장선일 뿐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운전자’라는 개념 새로 정의해야 할 문제

어쨌거나 지금 음주를 하고 FSD를 켠 채 차를 몰다 적발되면 음주운전이다. 도로교통법 제2조는 ‘운전’의 정의에 “자율주행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을 포함한다”고 말한다. FSD를 켠 행위 자체가 한국에서는 법적으로 운전이다. 인터넷에는 이런 글들이 돌아다닌다. “법원은 ‘자율주행 차이니 음주가 괜찮지 않느냐’는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은 혈중알코올농도 0.154%의 만취 상태로 테슬라로 46km를 달린 피고인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FSD가 운전했다”는 항변은 처벌 감경사유가 아니라 거꾸로 범죄자의 자백이 되고 만다.

그러나 자율주행 기술 레벨 5 시대가 오면 얘기가 달라진다. 핸들도 페달도 없는 차 안에서 탑승자는 누가 봐도 승객이다. 술을 마시고 리무진 뒷좌석에 탄 사람을 음주운전자로 처벌할 수 없듯, 레벨 5 탑승자를 음주운전으로 단속하는 것은 이상할 수 있다. ‘운전자’라는 개념 자체를 새로 정의해야 할 문제다.

미국은 이 논쟁을 이미 시작했다. 웨이모의 레벨 4 로보택시는 현재 샌프란시스코 LA 댈러스 마이애미 등 10개 도시에서 상업 운영되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 마이애미대학교 법과대학의 한 교수는 지난해 3월 ‘웨이모의 음주운전’에 대해 논문을 발표했다. 예컨대 만취 승객이 앱으로 목적지를 입력하는 행위조차 일부 주법에서 차량 ‘운행’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웨이모 측은 사고 시 법적 책임은 모두 웨이모가 진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미국의 주별로 법률이 제각각이고, 게다가 무엇보다도 모호한 부분이 너무 많다는 게 문제라고들 했다. 운전자라는 개념과 누가 운전하는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많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레벨 4 이상에서는 자율주행자동차 제조사를 법적 운전자로 간주하는 ‘컴퓨터 운전자’라는 새 법적 범주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국도 이 논쟁을 피할 수 없다. 테슬라 FSD가 지난해 한국에서도 제한적이지만 출시됐고,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 발표한 ‘2030년 모빌리티 혁신성장 로드맵’에서 2027년까지 레벨 4 완전자율주행차 상용화를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런데 현행 법 체계가 자기모순을 안고 있다. 자율주행자동차법은 자율주행차를 ‘운전자 또는 승객의 조작 없이 자동차 스스로 운행이 가능한 차’로 정의한다. 그런데 도로교통법은 그 차에 탄 사람에게 여전히 ‘조향장치와 제동장치를 정확하게 조작해야 한다’는 의무를 부과한다. 음주운전 단속은 이 모순 위에 얹혀 있다. 조작할 필요가 없는 차를 탔는데 도로교통법은 조작 의무를 지우고 그걸 근거로 음주단속을 한다.

자율주행차에 대한 법적 근거 정비 시급

다른 나라는 자율주행차 시대에 우리보다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독일은 2021년 기존 도로교통법(StVG)을 고쳐 레벨 4 이상 차량이 일반 도로를 달릴 수 있도록 먼저 법적근거를 만들었다. 일본도 도로교통법에 ‘특정자동운행’ 개념을 신설해 레벨 4를 법제화했다. 한국은 아직 이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수원에서 붙잡힌 만취 운전자는 틀림없이 잘못했다. 그럼에도 그 사건은 한 사람의 일탈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우리에게 생각할 문제를 던진 측면이 있다. 미국이 이미 법학자와 관련 업계가 고민하고 있는 질문에 한국 사회도 답안을 마련해야 한다. 기술은 법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과학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