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포용적 성장 위한 보편적 역무 현대화

2026-05-19 13:00:05 게재

보편적역무 제도는 지리적 여건에 따라 서로 다른 접근성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다. 도서 산간 등 지역 주민에 대한 인프라 구축과 유지 보수의 어려움은 보편적역무의 본질인 ‘공평한 접근권’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그러나 현실은 지리적 특성상 대도시보다 훨씬 많은 구축, 유지 비용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현행 제도는 도심과 동등한 접근성을 지속적으로 담보하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재난 상황에서의 안전권이나 디지털 경제 활동에서의 기회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향후 보편적역무는 도서 산간 지역에서도 지속적으로 대도시와 대등한 수준 안정성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서비스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 발전을 고려한 기술중립성 차원의 다양한 제공방식 허용, 경쟁중립적이고 지속가능한 재원 확보 체계로 제도를 효율적으로 현대화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정작 국내 네트워크를 대규모로 활용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구글 넷플릭스 등 글로벌 부가통신사업자들이 보편적 인프라 유지 비용을 전혀 부담하지 않는데서 발생한다. 이는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일 뿐만 아니라 재원 확보를 어렵게 한다.

AI 시대의 새로운 보편 역무 필요

​이와 관련해 해외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럽연합(EU)은 최근 ‘디지털 네트워크법(DNA)’ 논의를 통해 대규모 트래픽 유발 사업자가 네트워크 투자와 보편적 서비스 유지에 기여해야 한다는 ‘공정 기여(Fair Share)’ 원칙을 공론화하고 있다. 미국 역시 의회의 공정기여법(Fair Contribution Act)이나 연방 대법원 판결로 FCC가 기술발전에 따라 보편적역무기금(USF)의 관리 방식과 조건을 현대화할 권한을 인정받는 등 관련 움직임이 활발하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춰 네트워크 생태계의 모든 수혜자가 공정하게 책임을 분담하는 구조로 제도를 개편해 도서산간지역 통신권 보장을 위한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더 나아가 AI가 일상이 된 지능정보사회에서 보편적역무의 범주는 단순히 인터넷 접속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고령층이나 저소득층이 AI 비서를 활용하거나 생성형 AI를 통해 정보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소외된다면, 이는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계급’을 형성할 것이다.

프랑스가 AI를 국가적 전략 인프라로 간주하고 모든 시민의 AI 혜택과 AI로 인한 불평등 축소에 집중하듯, 우리나라도 기본적인 AI 서비스 접근권과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보편적역무의 범주에 새로이 포함해 AI 분야에서 대한민국의 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대한민국의 보편적역무 제도는 기술적 진보를 사회적 포용으로 치환하는 강력한 엔진이 되어야 한다. 도서산간에 거주하는 주민부터 대도시의 취약계층까지 단 한 사람도 디지털 기술의 진보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제도를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공정기여 이끌 법적 기반 조속히 만들어야

이를 위해서 정부는 글로벌 사업자의 공정한 기여를 이끌어낼 법적 기반을 조속히 마련하고,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혁신의 파트너로서 협력해야 할 것이다.

보편적역무의 진화는 단순히 통신 복지를 넘어, 우리 공동체의 민주주의와 정의를 디지털 공간에서 실현하는 가장 핵심적인 장치가 될 것이다.

신현문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