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 삼성 파업 중재 시험대 올랐다
이 대통령 “기본권, 공공복리 위해 제한 가능”
‘긴급조정권’ 압박 … 지방선거 영향력 관심
우리나라 최대기업인 삼성전자의 노조 총파업까지 사흘을 남겨놓고 있는 가운데 이재명정부가 직접 협상 중재에 뛰어들었다. 이재명정부 지원과 심판을 놓고 벌이는 6.3 지방선거를 16일 앞둔 가운데 국정운영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정부는 ‘긴급조정권’ 카드까지 꺼내 들며 노조를 압박했고 이재명 대통령은 공공복리를 위해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예고된 파업일 전에 극적으로 타결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합의에 실패해 파업에 들어가면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후엔 노동계와의 마찰 등 예측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8일 이 대통령은 X(옛 트위트)를 통해 “기업만큼 노동도 존중되어야 하고, 노동권만큼 기업경영권도 존중되어야 한다”며 “현행 헌법상 모든 국민의 기본권은 보장되지만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공공복리 등을 위해 제한될 수 있다”고 썼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우리나라 경제와 함께 주식시장에서 압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이해관계자들도 매우 많은 상황”이라며 “정부로서는 파업 사태까지 오면 최후의 수단으로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여론도 파업에 부정적인데다 노조측에도 비판적인 것으로 보인다”며 “민주당정부에서 파업을 중단시키는 게 부담스럽지만 국가경제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5일 청와대는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언급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삼성전자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하면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이 불가피하다는 김 장관의 발언에 대해 “장관으로서 할 말을 한 것”이라며 “(김 장관의 발언이) 청와대와 조율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것이라는 질문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고 힘을 실었다.
이어 전날 김민석 국무총리는 “국민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정부는 국민 경제 보호를 위해 긴급조정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대응수단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부터 최종협상에 들어간 노사간 합의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진다. 최승호 삼성그룹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전날 사측과 중앙노동위원회 2차 사후조정 사전미팅 직후 “사측이 (정부의) 긴급조정권(발동)을 시사하며 조합을 압박하고 있다”며 “긴급조정, 중재로 가면 노조가 힘들 것이라고 해서 ‘그만 이야기하자’ 하고 나왔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측은 긴급조정권 발동을 시사한 정부의 압박과 이재용 회장의 사과가 사태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면서도 어떻게 결론이 날지 예측할 수 없어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8일 “성실하게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에 임한다는 것 외에는 전할 얘기가 없다”며 “회사 내부 일로 국민과 고객들에게 심려를 끼친 것이 죄송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은 ‘노사간 합의’를 종용하는 데 주력했다. 반면 진보당 정의당 등 진보진영에서는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언급한 정부에 강하게 반발했다. 진보당은 “긴급조정권은 박정희 군사독재 정부에 도입된 이래로 단 4차례밖에 쓴 적이 없다”며 “이번에 나쁜 선례를 남긴다면 이후 자동차 조선 철강 배터리 등 국가전략산업 전반에서 노동3권이 통째로 무력화되는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긴급조정권이 발동된 사례는 박정희정부(1969년 9월)때 대한조선공사 파업을 시작으로 김영삼정부(1993년 7월)때 현대자동차 파업, 노무현정부(2005년 8월과 12월)때 아시아나항공 및 대한항공 조종사 파업까지 모두 네 차례뿐이었다.
정부의 삼성 파업 중재 성공 여부는 6.3 지방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박원석 전 의원은 “삼성 파업과 노조의 행보에 여론이 부정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어 파업까지 간다고 하더라도 오래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하게 되면 노동계 반발 등 예상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들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박준규·김형선·한남진·고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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