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중단 피했지만 생산차질 불가피

2026-05-19 13:00:01 게재

법원 사측 가처분 대부분 인용 … 한국은행 “경제성장률 0.5% 하락” 예상

삼성전자 노동조합의 총파업 예고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노사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19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전날 세종정부청사에서 진행된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2차 사후조정에서 삼성전자 노사 양측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따라 19일 최종 담판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18일 법원이 삼성전자가 노동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상당부분 받아들이면서 심각한 생산라인 셧다운 사태는 막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원지법 민사 31부는 가처분 신청에 대해 안전보호시설 및 시설 손상 방지, 제품 변질 방지를 위한 인력 투입을 평상시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또 초기업노조와 노조 간부들에 대해서는 시설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점거하는 행위와 시설에 잠금장치를 설치하거나 근로자 출입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업계와 전문가들에 따르면 반도체 공정 특수성 때문에 크게 4가지 정도 피해발생 요소가 존재한다.

우선 최대 6개월에 걸쳐 진행되는 반도체 생산과정 붕괴에 따른 피해다. 일반 메모리는 약 4개월,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경우 꼬박 6개월이 걸리는데 이 과정이 조금만 틀어져도 큰 피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수천 단계의 연속 흐름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어느 단계가 끊기면 앞뒤 공정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진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는 공정 중인 웨이퍼의 변질 가능성이다.

공장이 잠시라도 중단되면 화학 물질 주입(식각 증착 등)이나 열처리 단계를 지나던 수만 장의 웨이퍼가 즉시 오염되거나 변질된다. 이렇게 되면 장당 수천만원에 달하는 웨이퍼를 폐기해야 한다. 하루만 멈춰도 2만여장이 넘는 웨이퍼가 변질된다.

세 번째는 반도체 공정에 반드시 필요한 클린룸 환경 붕괴 가능성이다. 기계 가동과 공조 시스템이 멈추면 내부 기압이 무너지고 온습도 균형이 깨지면서 고가 장비 내부에 미세먼지가 유입된다. 한 번 유입된 미세먼지는 미세한 머리카락 두께의 수만 분의 일에 불과한 나노(nm) 단위 회로를 오염시켜 향후 가동을 재개하더라도 대규모 불량을 유발한다.

초고가 정밀 장비의 물리적 손상 가능성도 반도체 공정의 특수성이다.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나 특수가스를 사용하는 식각장비들은 가동이 급작스럽게 멈추면 내부 챔버에 가스와 찌꺼기가 들러 붙는다. 또 화학물질을 이송하는 배관이 막히거나 장비들이 열수축으로 인해 영구 손상될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선 법원의 결정이 이 같은 반도체 사업장 특수성을 인정해 사측의 요구를 상당 부분 받아들인 것으로 평가한다.

또 이번 결정으로 노조의 파업 방식에 제약이 생긴 것으로 본다.

법원 결정 후 삼성전자는 사내 공지를 통해 “추후 법원 결정에 근거해 쟁의행위 기간에도 정상 출근이 필요한 부서에 해당되는 임직원 여러분께 별도 안내드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내외부에선 이번 법원 결정으로 영향을 받는 인력이 반도체 부문 전체 7만8000명의 9% 수준인 7000여명으로 추산한다.

이런 가운데 필수인력 근무 유지 결정이 내려졌지만 파업이 현실화하면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와 삼성전자의 판단이다.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최근 삼성전자 총파업이 현실화하면 최악의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이 0.5%p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 보고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보고서는 파업 종료 후 생산라인 복구까지 추가로 3주가 소요되는 것을 고려해 반도체 생산차질 규모 역시 약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지난 17일 대국민담화에서 “파업으로 웨이퍼 폐기가 발생하는 경우 경제적 피해는 최대 10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며 “개별기업 손실을 넘어 수출 감소, 금융시장 불안, 수많은 협력업체의 경영과 고용 악화, 국내 투자 위축 등 국민 경제 전반에 깊은 상처를 남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업계에 따르면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위원장이 18일 노조 내부 소통망에 비 반도체 부분 노조를 비난하는 내용을 올렸다 지워 논란이 되고 있다.

최 위원장은 중노위에서 진행된 2차 사후조정 회의 직후 노조 내부 소통방에 “마무리되면 노조 분리 고민을 해보자. 전삼노, 동행 좀 너무한다. DX 솔직히 못해먹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전삼노와 동행은 삼성전자 내 2·3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과 삼성전자노조동행을 지목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최 위원장은 이 발언에 대한 비판이 나오자 이를 삭제했다. 또 다른 소통망에 “집행부에 하소연 글을 잘못 올려 죄송하다”고 밝혔다.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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