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중개법인-직원, 공범으로 처벌 못해”
외국여성 키·몸무게 등 외모 광고해 기소
원심, 형법상 공범 적용…대법, 파기환송
“법상 직원은 양벌규정으로만 처벌 가능”
국제결혼중개사를 결혼중개업법 위반 혐의로 처벌할 때 중개업체 직원 등에 대해서는 법인과 공동정범으로 봐서는 안 되고 양벌규정에 따라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결혼중개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국제결혼중개업체 대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직원 B·C씨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국제결혼중개업체인 D사의 대표였다. B씨는 팀장, C씨는 직원으로 근무했다. B씨는 베트남 현지 협력업체로부터 여성들의 얼굴 사진과 키·몸무게 등이 담긴 USB를 전달받아 대표 A씨에게 건넸고, A씨는 이를 다시 직원 C씨에게 전달했다. 이후 C씨는 홈페이지 회원인 남성 고객에게 카카오톡으로 베트남 여성들의 사진과 신체정보 등을 전송하며 결혼중개 회원가입계약 체결을 권유했다.
검찰은 이 같은 행위가 국가·인종·성별 등을 이유로 차별이나 편견을 조장할 우려가 있는 광고를 금지한 결혼중개업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보고 기소했다.
사건의 쟁점은 A씨를 결혼중개업법상 처벌 대상인 결혼중개업자로 볼 수 있는지, 나아가 결혼중개업자가 아닌 B씨와 C씨에게 형법상 공동정범 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지였다.
1심은 전원 유죄를 선고했다. 대표 A씨와 팀장 B씨에게는 각각 벌금 200만원을, 직원 C씨에게는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1심은 대표 A씨를 결혼중개업법 위반 행위의 주체로 보고, 팀장 B씨와 직원 C씨는 형법상 공동정범으로 범행에 가담했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대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B씨와 C씨에 대해서만 유죄를 유지했다. 2심은 국제결혼중개업 등록 주체는 대표 개인이 아니라 회사 법인이므로, 결혼중개업법상 ‘결혼중개업자’ 역시 법인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대표 A씨는 결혼중개업법 적용 대상인 ‘결혼중개업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팀장 B씨와 직원 C씨는 법인과 공동정범 관계에 있다고 보고 유죄를 유지했다.
대법원 역시 결혼중개업자가 이 사건 회사를 의미한다는 원심 판단을 받아들였으나 직원들에 대한 입장은 엇갈렸다.
대법원은 “공소사실과 증거에 따르면 원심이 A씨가 아니라 이 사건 회사를 결혼중개업자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면서도 “B·C씨는 이 사건 위반행위를 한 실제 행위자에 해당한다면 결혼중개업법 양벌규정에 따라 벌칙 규정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을 뿐이지, 법인과 공소사실 기재 행위에 관한 공동정범 관계에 있음을 전제로 형법을 적용해 처벌할 수는 없다”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공소제기·유지한 검찰은 물론 원심에 대해 이례적으로 질타하면서 A씨에 무죄를 판단한 원심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결혼중개업자 또는 공동정범으로 처벌받는 것’과 ‘결혼중개업법 양벌규정에 따라 처벌받는 것’은 구성요건이 다르고 방어방법에도 차이가 있으며 서로 다른 법률적 구성 또는 평가를 전제로 한다”며 “1심 공판과정에서 공소장변경 등으로 공소사실과 적용법조가 상이한 구성요건이나 법률적 평가를 전제로 하여 조화롭지 않거나 정합성이 없음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심으로서는 유·무죄 등 판단에 영향을 미치거나 피고인들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공소사실 및 적용법조의 문제점이나 오류 등에 관해 검사에게 올바르게 보완하도록 석명을 요구해 공소제기 취지를 분명히 한 다음 심리·판단할 필요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