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은행 ‘HUG 전세보증 사고’ 손배소송 패소
법원, 다세대주택 주택가격 ‘과다 산정’ 인정
“매뉴얼 위반 책임, 배상” … 일부 책임은 배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업무를 위탁받은 수협은행의 잘못된 주택가격 산정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15부(박정기 부장판사)는 지난달 20일 HUG가 수협은행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수협은행은 HUG에 330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HUG는 2020년 수협은행과 전세보증금·전세금안심대출보증 업무 위탁 계약을 체결했다. 수협은행은 이 중 보증신청 서류 접수, 보증심사 관련 데이터 전산 입력, 보증서 교부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문제가 된 보증계약은 서울 은평구 다세대주택 2건과 인천 부평구 주거용 오피스텔 1건이다.
은평구 다세대주택 2건은 2020년 10월과 11월 보증금 2억500만원과 2억900만원으로 임대차계약이 체결됐다. 두 건 모두 감정평가액 등을 기준으로 수협은행이 주택가격을 입력해 HUG 보증서를 발급받았다. 이후 임대인들이 보증금을 임차인에게 반환하지 않게 되자 HUG가 이를 각각 대위변제했다.
부평구 오피스텔은 임차인 A씨가 2020년 11월 보증금 1억8000만원에 임대차계약을 체결했고, 수협은행은 해당 건물을 ‘주거용 오피스텔’로 전산 입력해 HUG 보증서를 발급받았다. 이후 소유권이 이전되고 임대인이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자 HUG는 A씨에게 2023년 1억8000만원을 대위변제했다.
HUG는 소송에서 수협은행이 해당 사안에서 업무매뉴얼과 산정기준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다세대주택의 경우 등기부상 ‘최근 매매거래가액’이 없으면 공공주택가격의 150%를 기준으로 주택가격을 산정해야 하는데, 수협은행이 감정평가액을 적용해 실제보다 높은 금액을 입력했다는 것이다. HUG는 이 때문에 보증한도를 초과한 상태로 보증서가 발급됐고, 결과적으로 손해가 발생했다며 4억5000만원의 배상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HUG 주장 일부만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다세대주택 2건은 산정기준상 공동주택가격의 150%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며 “적정 가격은 1억7250만원, 2억850만원으로 산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수협은행이 업무매뉴얼을 위반해 보증한도 산정에 영향을 미친 만큼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계약상 책임 제한 조항을 근거로 각각의 초과 보증액 3250만원과 50만원만을 손해로 인정했다.
반면 오피스텔 건에 대해서는 공인중개사가 작성한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해당 건물이 ‘주거용’으로 기재돼 있었고, 실제 사용 용도 역시 주거용으로 확인된 점을 근거로 “수협은행이 이를 주거용 오피스텔로 입력한 것은 업무매뉴얼 위반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수협은행측은 판결 이후 “관련 소송이 제기된 것은 처음”이라며 “다른 은행 사례를 참고해 항소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