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고가 붕괴, 멈출 수 있었던 12시간
위험 신호 뒤 어떤 판단이 있었나
경찰, 붕괴 전 의사결정 구조 집중 추적 … 단차 발생 뒤 작업·열차 운행 지속
서소문고가 붕괴 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이 사고 직전 이뤄진 보고와 의사결정 과정을 집중 추적하고 있다. 사고 당일 새벽 구조물이 2.9㎝ 내려앉는 단차가 발생했지만 작업은 중단되지 않았고 열차 운행도 계속됐다. 경찰은 위험 신호가 확인된 뒤 어떤 판단 과정을 거쳐 공사가 이어졌는지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1일 경찰과 국회,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전담수사팀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안전관리계획서와 구조설계도, 작업 지시 내역 등을 분석하며 철거공사가 계획대로 진행됐는지, 위험 징후 발견 뒤 적절한 안전조치가 이뤄졌는지 확인하고 있다.
◆누가 무엇을 판단했나 = 수사 핵심은 사고 당일 의사결정 구조다. 경찰은 사고 당일 새벽 슬라브 절단 작업 과정에서 발생한 2.9㎝ 단차를 현장 관계자들이 어느 정도 위험으로 인식했는지, 작업 중단이나 추가 안전조치를 검토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아울러 현장 인력과 시공사, 감리단, 서울시,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 사이에서 어떤 보고와 소통이 이뤄졌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확보한 폐쇄회로(CC)TV 영상과 압수물을 토대로 위험 신호 발견 이후 보고 체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 추적하고 있다. 특히 사고 당시까지 열차 운행이 계속됐다는 점도 주요 수사 대상이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코레일 등에 따르면 사고 당일 새벽부터 붕괴 직전까지 사고 구간 아래 철로를 통과한 열차는 모두 59대였다. 코레일은 단차 발생 사실이나 안전진단 계획을 서울시 또는 시공사로부터 전달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사고 전부터 이어진 경고 = 사고 이전부터 여러 경고 신호가 제기됐다는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국토안전관리원은 2024년 가설 지지대 보강계획 수립 등을 요구했지만 관련 내용은 안전관리계획서에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보완 없이 철거공사가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구간의 구조적 위험성을 시사하는 정황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이 코레일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S9 구간에는 콘크리트 균열을 보완하는 외부 긴장재가 설치되지 않았다. 또 해당 구간에서는 폭 0.3㎜ 미만 균열 7개가 확인돼 다른 구간보다 균열이 많이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철거공사 직전 실시한 안전점검 결과도 주목받고 있다.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소문고가 철거 현장은 지난해 9월 서울시 안전관리과 점검에서 100점 만점에 67점을 받아 ‘미흡’ 평가를 받았다. 특히 위험 상황 대응 항목은 2점 만점에 마이너스 1점을 받았다.
서울시 안전관리과는 당시 공사 담당 부서에 현장 안전관리에 유의하라고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는 해당 점검이 구조물 자체가 아닌 공사 현장의 안전관리 수준을 평가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철도 안전 우려도 제기됐다.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코레일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코레일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서울시와 6차례 공문을 주고받으며 안전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올해 1월에는 건널목 관리원 안전 확보와 사고 예방 대책도 요청했다.
◆서울시 책임 어디까지 묻나 = 경찰은 확보한 자료 분석이 끝나는 대로 시공사와 감리업체, 서울시 관계자 등을 차례로 조사할 계획이다. 현재 시공사 흥화건설과 감리업체 수성엔지니어링은 업무상과실치사상과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다만 경찰은 서울시의 피의자 입건 여부에 대해서는 추가 수사를 통해 판단한다는 입장이다. 발주·관리 책임이나 법적 안전관리 의무 위반 정황이 확인될 경우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번 수사의 핵심은 구조물이 왜 무너졌는가보다 위험 신호가 확인된 뒤 어떤 보고와 판단이 이뤄졌는지를 밝히는 데 있다. 수사는 결국 단차 발생 이후 왜 적절한 안전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는지 규명하는 과정이 될 전망이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