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올해 2.6% 성장, G20 중 상향폭 ‘최대’
OECD, 세계성장률 2.8%로 하향하면서
한국은 상향조정 명목성장률 10.4% 추정
유류세 인하 등 한시조치 단계적 폐지권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에너지 가격 급등과 중동분쟁 장기화 등 글로벌 악재 속에서도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이례적이다. 반면 석유류 공급 충격을 고스란히 맞은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하향 조정해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 OECD가 발표한 ‘2026년 6월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실질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3월 중간전망(1.7%) 대비 0.9%p 높아진 2.6%다.
4일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G20 국가 중 가장 큰 상향 폭”이라며 “지난 3월 중동 리스크를 반영해 한국의 성장률을 기존 2.1%에서 1.7%로 대폭 낮췄던 OECD가 3개월 만에 입장을 전격 선회했다”고 설명했다.
◆성장률 반등 공신은 수출 = 이러한 반전의 일등 공신은 반도체를 필두로 한 수출의 강력한 독주다. OECD는 보고서에서 “올해 초부터 반도체 등 수출이 가격과 물량 측면 모두에서 뚜렷한 급증세를 보이며 성장과 민간 투자를 강력하게 견인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말에는 투자 온기가 다른 산업 분야로 확산될 것으로 봤다. 소비 역시 정부의 에너지 위기 대응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재정 지원에 힘입어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세계 경제는 여전히 중동 리스크의 압박 속에 갇혀 있는 형국이다. OECD는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구매력 저하를 이유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2.8%(3월 대비 △0.1%p)로 낮춰 잡았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2.0%로 정체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유로존 0.8%, 일본은 0.6%(3월 대비 △0.3%p)에 그치며 심각한 둔화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나랏빚 비중도 도리어 ‘뚝’ = 거시 지표의 질적 호재와 더불어 물가 요인을 반영한 대한민국 경제의 외형(외연) 성장도 폭발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OECD는 올해 한국의 GDP 디플레이터가 7.6%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며, 이를 감안한 올해 명목경제성장률이 10.4%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분모에 해당하는 명목 GDP 규모가 크게 늘어나면서, 고질적인 재정 리스크로 꼽히던 국가채무 비율(일반정부부채 비중) 지표도 개선되는 반사이익을 얻게 됐다. OECD가 내놓은 한국의 GDP 대비 일반정부부채 비중 전망치는 지난해 12월 전망 대비 눈에 띄게 하향 조정됐다. 2026년 정부부채 비중은 기존 52.0%에서 48.2% (△3.8%p)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2027년에는 기존 전망치 55.0%보다 5%p 가까이 줄어든 50.2%(△4.8%p)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정부가 무리하게 재정을 긴축해 빚을 줄인 것이 아니라, 반도체 활황과 수출 증대가 가져온 경제 볼륨의 확장이 국가 재정 건전성 지표를 정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소비자물가는 올해 평균 2.6%를 기록한 뒤 내년에는 2.2% 수준으로 가라앉으며 목표 수준으로 복귀할 것으로 전망됐다. OECD는 한국 정부가 시행 중인 최고가격제, 유류세 인하 등의 정책이 공급 충격에 따른 물가 압력을 완화했다고 긍정 평가하면서도, 동시에 가격 신호를 왜곡해 인플레이션의 기조적 끈적함(지속성)을 높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해당 정책들을 경제 회복 속도에 맞춰 단계적으로 폐지해 나갈 것을 권고했다.
◆내년엔 ‘1%대 성장’ 경고 = OECD가 보내온 한국 성장률 2.6%라는 전망치는 침체된 내수 시장에 단비와 같은 거시적 승전보다. 하지만 지표가 주는 착시와 호황에 취해 있을 시간은 많지 않다.
수출 독주의 온기가 아직 골목상권과 서민 가계로 온전히 퍼지지 않은 데다, 당장 내년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가 다시 1.9%로 주저앉을 것(3월 대비 △0.2%p)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반도체 단일 품목에 의존하는 천수답 형태의 수출 구조가 흔들릴 경우, 언제든 저성장의 늪으로 재진입할 수 있다는 엄중한 경고다.
특히 OECD는 보고서에서 회원국들에 “인플레이션 압력 대응과 더불어 장기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재정 조치(과세기반 확대), 에너지 공급망 다각화, 그리고 교육·노동 등 사회 전반의 과감한 구조개혁을 단행할 것”을 강력히 제안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