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이재명정부 1주년 외교안보 성과와 도전과제

2026-06-05 13:00:01 게재

트럼프2기 행정부 출범은 미국의 동맹국들에게 당황스러울 만큼 새로운 외교안보 환경을 열었다. 기존의 미국이 기여하는 안보공동체로서의 동맹은 현실주의와 일방주의로 운영되는 거래주의적 동맹으로 대체됐다.

이번 이란전쟁 과정에서 목격했듯이 미국은 동맹국들과 사전협의 없이 독자행보로 동맹 간 협조체제에 갈등을 불러오기도 한다. 또한 동맹국들은 미군 병력과 각종 방공무기 체계가 중동 지역으로 차출되는 상황에서 역내 안보에 미칠 영향을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미국 안보자원의 분산과 전략적 불확실성의 증대는 동맹국들에게 연루와 방기의 딜레마를 상기시킨다.

지난 5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거론하며 중국이 신흥 패권세력으로 부상했음을 과시했다. 그는 대만문제를 잘못 다루면 미중이 ‘충돌’할 수 있음을 공개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전쟁 관련 협력을 구하느라 대만 무기판매 문제를 대중국 협상 카드화했다. 올해 하반기 두세차례 예상되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이번에 합의한 미중 간 ‘건설적 전략적 안정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된다.

지난 5월 중러 정상회담은 새로운 다극화 국제질서의 부상을 알렸다. 중러는 브릭스(BRICS)와 상하이협력기구(SCO), 글로벌사우스를 기반으로 중러 중심의 국제질서를 세우고 탈(脫)달러화 체제 구축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중러 정상은 중국의 동해 진출과 대북한 제재 반대 입장에 공감하며 앞으로 북중러 협력이 강화될 것임을 예고했다.

최근 북한은 중러를 배후 세력으로 확보하고 ‘적대적 두 국가’를 주장하며 대남관계를 차단하고 있다. 북한은 2024년 6월 북러 정상회담에서 ‘자동 군사개입’ 조항을 복원하며 북러동맹을 복원했다. 북한군의 파병과 러시아의 대북 첨단군사기술 및 식량·원유·재정지원은 북러를 급속히 밀착시켰다. 올해 조중우호협력상호원조조약 65주년을 맞아 중국 정상의 북한 방문이 준비되고 있다는 소식도 흘러나온다.

비핵화 중심 북핵해법 패러다임 전환 필요

이재명정부는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기조로 지난 1년간 괄목할 성과를 거뒀다. 첫번째 도전과제였던 대미 상호관세 문제를 원만히 해결했을 뿐 아니라 핵추진잠수함 및 우라늄 농축·재처리 문제 등 숙원과제도 최근 한미 차관급 공식회의를 통해 구체적 논의가 시작됐다.

한일관계는 양국 정상 고향 방문 셔틀외교 등 여섯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정상 간 유대를 강화하고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 방안에 합의했다. 한중관계는 정상 국빈 방문을 통해 공급망 안정과 민생협력을 도모하고 ‘한한령’ 해제 기반을 다지는 한편 북한문제 관련 심도 있는 논의를 가졌다.

작년 11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는 우리의 다자무대 위상을 한층 높였다. 지난 1년은 한국이 내란을 극복하고 모범적 민주국가로서 국제사회에 복귀했음을 각인한 시간이었다.

최근 국제사회 북핵 전문가들은 비핵화를 목표로 제재에 의존했던 기존 북핵 해법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한 비핵화는 장기적 과제로 하고 북한과 위기관리에 초점을 둔 안정적 관계 구축을 우선 과제로 추진하도록 조언한다. 이재명정부가 제시한 ‘중단-축소-핵 없는 한반도’라는 단계별 해법은 북핵 해법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장하는 북핵 전문가들의 의견과 맥을 같이한다.

변화된 북핵 현실을 반영한 우리 정부의 단계별 접근이 실질적으로 가동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국제사회에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을 알리고 협력을 이끌어낼 정부의 역량 강화가 시급하다.

지난 2월 주한 미군 전투기의 서해 출격으로 중국 전투기와 대치했던 사건과 얼마 전 한국을 중국을 겨냥한 단검에 비유한 발언 논란은 중국을 자극하고 우리 국내에서도 상당한 논란을 일으켰다.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 동맹 연루 가능성에 대한 우리 사회 내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

한미, 대등한 동맹으로 발전해야 할 시점

지난 2006년 1월 한미 외교장관 간 공동발표문에서 한미는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 상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같은 해 논의를 시작한 전작권전환 문제는 안타깝게도 여전히 미결 상태다. 최근 한미 간 전작권전환 시기와 정치적 결정 여부를 둘러싸고 미묘한 입장 차가 보인다. 세계 5위 국방력을 갖춘 한국군이 한미 연합방위태세가 유지되는 가운데 전작권을 환수받을 자격이 미흡하다는 주장은 이해할 수 없다.

올해 한미동맹은 73주년을 맞이한다. 한미동맹의 결속력은 ‘같이 갑시다’라는 구호로 표현된다. 이것이 구호를 넘어 명실공히 실천되기 위해서는 한미 양국이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는 대등한 동맹으로 발전해야 할 시점이다.

노규덕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