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섬 갈등 넘어 에너지전환 본격화”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간담회
섬진강 등 4대강 넘어 촘촘한 정책설계
“과거에도 탄소중립 구호는 외쳐왔지만 제대로 실행이 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 전에는 탄소 저감 총괄은 환경부가, 실행 수단인 에너지는 산업부가 각각 담당하면서 선언에 그치는 수준이었죠. 기능 분산의 관성을 깨고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목표를 향해 하나의 엔진으로 움직이는 체계가 갖춰졌고 올 하반기부터 국민들이 체감하는 속도는 훨씬 빨라질 겁니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4일 국민주권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후부는 이재명정부 출범 후 첫 조직 개편을 통해 지난해 10월 1일 새롭게 출범했다.
김 장관은 “지난 8년 동안 제로섬 게임에 가까웠던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에너지전환을 위한 재생에너지 확대 작업이 본격화했다”며 “한 예로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은 수립 초기단계부터 기후·환경과 에너지 측면에서 통합 검토함으로써 소모적 갈등의 소지가 해소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12차 전기본은 2040년까지 대한민국의 전력 수요 전망과 발전원별 구성(에너지 믹스)을 설계하는 국가 전력 공급 이행안이다. 이재명정부는 2040년까지 탈석탄을 하고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100GW 이상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에너지 문제는 중앙정부가 전체 계획을 세우지만 지방정부가 함께 해야 합니다. 특히 재생에너지는 분산형 성격이 있죠. 해외는 지방정부가 재생에너지 공급의 상당 부분을 마을 단위 협동조합이나 지방정부의 에너지공사 등을 통해 직접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도 그런 방법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중앙과 지방정부가 함께 정책을 만들어 가려고 합니다.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병행하면서 석탄을 줄이고 가스를 비상 전원화하는 새로운 체계로 전환할 수 있도록 속도를 내겠습니다.”
장기간 고착화한 체제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갈등이 따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전기요금 등 실질적인 이익과 밀접하게 연관된다면 그 갈등은 더 커지는 게 현실이다. 당장 12차 전기본 수립을 위한 에너지 수요 전망에 대한 입장차도 팽팽하다. 김 장관은 이러한 갈등을 실용적으로 풀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게 기후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늘어날 전기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최적안에 대한 입장이 선호하는 에너지원이나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재생에너지는 설치 후 연료비가 사실상 없어 계통한계가격(SMP) 체계에서 가장 먼저 전력망에 반영되고, 그다음 원전 석탄 가스 순으로 들어오는 구조입니다. 재생에너지가 늘어날수록 낮 시간대에 원전과 충돌하는 시점이 생길 수밖에 없죠. 이 충돌을 특정 에너지원에 부담시킬지, 전체 계통 비용으로 분산할지가 12차 전기본의 핵심 쟁점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이념에 휩싸이지 않도록 실용적으로 국민과 함께 협의하면서 최종안을 결정할 계획입니다.” SMP는 전력량에 대해 전력거래 시간대별로 적용되는 전력시장가격이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기후부 출범 이후 지나치게 에너지 쪽으로 무게중심이 실리는 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김 장관은 “햇빛소득마을 등 사회적 관심이 에너지전환에 쏠려 있어서 그렇게 보일 수는 있다”면서도 “△순환경제로 핵심자원 공급망 강화 △녹조 대응체계 전면 개편 △가습기살균제 피해 국가 배상 제도화 등 환경 분야 역시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중순에는 섬진강 유역을 직접 찾아 다니며 현장 목소리를 들을 예정입니다. 대한민국 강은 4대강만 있는 게 아닙니다. 좀 더 촘촘하고 면밀하게 살펴 실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겠습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